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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이없게도 빠져든다, 순수하니까···영화 '베카신!'

등록 2019.04.23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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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이없게도 빠져든다, 순수하니까···영화 '베카신!'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프랑스 영화는 특유의 감성으로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영화가 프랑스에서 흥행에 성공하기도 한다. 흔한 말로 '듣보잡' 영화인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프랑스에서 24만 관중을 불러들이며 나름의 중박을 쳤다. 영화제작지원심사 각본 항목에서 0점을 받은 또 다른 '듣보잡' 영화 이창동 감독의 '시'는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고 격찬을 받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프랑스 영화로는 뤽 베송 감독의 '택시' 시리즈와 '언터처블: 1%의 우정' 등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어린왕자', '뮨: 달의 요정' 등은 각각 30만대, 40만대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나름의 이름을 알린 수준이다.

'베카신!'은 이에도 미치지 못할 쪽박이 예상되지만, 1시간30여분 간 가볍게 즐기고 따뜻한 감성을 선물받기에 티켓값 1만원이 아깝지 않다. 

'베카신!'은 전형적인 프랑스식 유머코드가 녹아있는 영화다. 작품의 엉성한 플롯과 개연성 없는 캐릭터들은 분석하고 계산하려드는 한국 관객들에게 일단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다만 실소를 터뜨린 후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어처구니가 없는 유치함에 나가고 싶어지거나, 어이가 없으면서도 푹 빠져들거나 극과 극의 두 반응 중 하나로 수렴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전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추천할 만한 영화다. 시니컬한 자세로 평가를 준비하고 극장에 들어서는 한국 관객들에게 어린시절 순수함으로의 시간 여행을 선사한다. 이국적이고 옛스러운 100년 전 프랑스의 모습, 배려와 순수함이 승리할 수 있다는 다소 감상적, 이상적 메시지는 덤이다.
왼쪽부터 에밀린 바야르트, 카린 비아르, 브뤼노 포달리데스

왼쪽부터 에밀린 바야르트, 카린 비아르, 브뤼노 포달리데스

'베카신!'은 20세기 프랑스 브르타뉴의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엉뚱발랄 베카신(에밀린 바야르트)의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은 영화다. 빨래, 바느질, 밭일 뭐 하나 똑 부러지게 못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베카신은 일거리를 찾아 꿈의 도시 파리로 향한다. 부푼 꿈을 안고 파리로 가던 길, 후작 부인(카린 비아르)의 집에 입양된 아기 '룰로트'(마야 콩파니)를 우연히 만난 베카신은 보모로서 특출난 재능을 선보이며 대저택에 특별채용 된다.

수돗물과 전기가 들어오는 신문물이 가득한 대저택에서 베카신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나날이 발전하고 다양한 발명품까지 내놓기에 이른다. 순수하고 해맑은 베카신과 그녀의 눈이 번쩍 트이는 발명품들로 조용하던 저택에는 활기가 불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기 룰로트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재산을 노리는 마리오네트 놀이꾼이 저택에 눌러 앉게 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주요 등장인물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누구든 무장해제시키는 '베카신', 남다른 귀여움을 자랑하는 아기 '룰로트', 우아하고 묘한 분위기의 '후작 부인'과 능청스러운 마리오네트 놀이꾼 '라스타쿠에로스'(브뤼노 포달리데스)다. 후작 부인의 사업고문으로 부인을 짝사랑하는 '프로에미낭'(드니 포달리데스), 베카신의 키다리 아저씨 '코랑탱 삼촌'(미셸 빌레모), 깨알 재미를 선사하는 저택의 주방 담당 '마들렌'(이자벨 캉들리에)과 운전기사 '시프리앙'(필립 위샹) 커플 등 조연 캐릭터들도 모두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리뷰]어이없게도 빠져든다, 순수하니까···영화 '베카신!'

영화 '베카신!'은 유럽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 땡땡(TinTin) 그림체의 시초이자 프랑스 만화 최초의 여성 주인공 캐릭터인 '베카신'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브뤼노 포달리데스 감독 특유의 유머와 감성적인 연출로 새롭게 태어났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이뤄진 만화와 달리 영화는 감독에게 인상 깊었던 베카신과 룰로트의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췄다. 

만화 '베카신'은 1905년 화가 조셉 팽숑과 작가 코머리가 주간지 '쉬제트의 일주일'의 빈 페이지를 메우기 위해 시작됐다. 첫 연재 이후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만화는 30년간 연재를 이어갔고 30여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2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이 작품은 프랑스의 남녀노소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 프랑스 국민 캐릭터다.

 베카신의 매력 중 하나는 동화 같은 감성을 배가시키는 풍성한 볼거리다. 영화는 중세의 정취를 간직한 역사적인 도시이자 휴양지로 알려진 프랑스 브르타뉴를 배경으로 한다. 브르타뉴와 노르망디를 오가며 촬영한 영화는 스크린 가득 20세기의 포근한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어린 시절 앨범을 넘겨보듯 어린 동심과 향수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 속 마리오네트 인형극이나 밤하늘에 풍등을 날리는 장면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으로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감독은 연출, 각본, 배우로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브뤼노 포달리데스다. 포달리데스는 이 작품에서 연출은 물론 마리오네트 놀이꾼 '라스타쿠에로스' 역도 맡았다. 감독은 1992년 '베르사유의 밤'으로 세자르 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며 연출을 시작했다. 이후 배우로 활동하는 동생 드니 포달리데스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면서 형제만의 독특한 유머와 감성으로 ‘포달리데스 형제식 코미디’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또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 20인의 단편작품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2007)의 첫 에피소드에서 연출, 연기, 각본을 맡아 남다른 재능을 입증했다.
[리뷰]어이없게도 빠져든다, 순수하니까···영화 '베카신!'

어이없지만 빠져드는 프랑스식 코미디 영화 '베카신!'은 25일 개봉 예정이다. 96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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