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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종영과 3.1독립선언기념탑

등록 2019.04.23 10: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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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3.1독립선언기념탑의 당시 설치모습, 1963

【서울=뉴시스】3.1독립선언기념탑의 당시 설치모습, 1963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3,1운동과 조각가 김종영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해방 후 처음으로 삼일운동 정신을 기리는 기념탑인 '삼일독립선언기념탑'을 공적으로 위촉받아 1963년 제작했다. 조각가 김종영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첫째, 특정인을 기리는 조형물과 달리 조국의 독립을 위해 남녀노소 온 겨레가 하나 되어 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친 그 날의 열기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온 국민의 성금으로 당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탑골 공원에 제작 설치했다. 둘째 이 작품은 1979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단철거되어 삼청공원에 방치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 그 일을 알게 된 김종영은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충격을 받아 지병이 악화됐고, 1982년 12월 15일 불귀의 객이 됐다. 김종영 타계후 9년이 지난 1991년 후학들과 더불어 범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으로 '삼일독립선언기념탑'은 서대문독립공원에 복원되어, 무단 철거된 공공기념조형물 중 유일하게 복원됐다.

1948-1980년대 국가 주도로 추모탑과 애국선열동상을 포함한 공공기념조형물 건립이 붐을 이루던 시기였다. 1세대 조각가인 김종영(1915~1982)은 공공기념조형물을 1957년 '포항 전몰학도충혼탑'과 1963년 '삼일독립선언기념탑' 단 2점만 제작했다.

김종영 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이후 김종영 선생은 동상제작을 맡지 않았다"면서 "당시 작가 추천을 도맡은 임영방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동상제작을 권유했을 때도 “나는 사실적인 것을 못한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뉴시스】3.1독립선언기념탑부분상, 브론즈, 22×38×45cm, 1963

【서울=뉴시스】3.1독립선언기념탑부분상, 브론즈, 22×38×45cm, 1963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으로, 조각가 우성(又誠) 김종영의 공공기념 조형물 관련 자료를 한자리에 소개한다.

박춘호 실장은 "발주자의 의견을 가장 많이 존중해야 하는 것이 공공기념조형물이다. 김종영 선생은 예술이 타락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2점의 공공조형물을 왜 제작하였는지 이번 전시에서 살펴볼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영이 실제로 제작 설치한 공공기념조형물은 '포항 전몰학도충혼탑'과 '삼일독립선언기념탑' 2점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1953년 런던에서 개최된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국제조각 콩쿠르 자료도 함께 전시한다.

김종영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이 콩쿠르의 개최 목적이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를 특정 장소에 건립하기 위한 시안을 공모함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세 개의 전시장에 각각의 작품이 제작 설립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자료를 분류 정리해서 전시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포항전몰학도충혼탑 부분, 브론즈, 133.5×68×1.5cm, 1956

【서울=뉴시스】포항전몰학도충혼탑 부분, 브론즈,  133.5×68×1.5cm, 1956


'포항 전몰학도충혼탑'은 1957년 전국학도호국단이 학생들로 모금한 성금으로 건립한 조형물이다.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선생이 의뢰를 받아 제작하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남아있는 드로잉과 사진을 통해 초안이라 할 수 있는 부조는 부산 피난 시절부터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변경된 시안들 드로잉과 더불어 최종안으로 채택한 기린도 부조 원본을 함께 전시됐다.

김종영 미술관 신관에는 김종영 조각가가 나이 50이 되는 전후 즉 1960년대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40대 중반과 50대 중반 사이의 작품이다. 50이 되는 첫날 일기에 선생은 이전의 실험을 종합해서 본인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추상 작업에 매진한다. 그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서울=뉴시스】여인상, 익산대리석, 23×15×54cm, 1960년대 초

【서울=뉴시스】여인상, 익산대리석, 23×15×54cm, 1960년대 초

수많은 공공기념조형물이, 장식미술품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공공미술이 범람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작업하는 시대다.

박춘호 실장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다. 박 실장은 "나는 사실적인 것을 못하네”라며 거절한 김종영의 단호함과 용기는 지금도 세파에 시달리며 갈림길에 서서 선택의 고민을 하는 작가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며 "작가의 사회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식견을 갖추고 시대를 통찰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7일 김종영 조각가 부인 이효영 여사가 97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부인의 헌신적인 내조가 있었기에 작가로서 온전히 매진할 수 있었음은 세상에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김종영이 1960년대에 제작한 부인을 모델로 그린 그림과 조각작품도 소개한다.전시는 6월23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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