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뷰]청춘, 잘못되면 사과하면 그만···다큐 '안도 타다오'

등록 2019.04.24 06:02: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
안도 타다오

안도 타다오

인생 선배들의 지혜를 배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들이 쓴 자소서나 업적을 찾아보는 일이다. 이보다 더 간편한 방법을 취하고자 한다면 그것들을 압축해 1시간30분 내외의 분량으로 담아낸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 이러한 '목적'에 딱 맞은 영화가 있다. 무학으로 건축계에 입문한 일본인 건축가의 입지전 격인 '안도 타다오'가 그것이다.

생소한 제목의 영화를 검색하고 처음 드는 생각은 '건축 다큐? 둘 중 하나 만으로도 지루한 느낌인데···'일 수 있다. 기괴한 운동법을 선보이는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그 느낌은 어느새 확신이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 확신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안도 타다오라는 인물의 가치관이라는 배울거리, 그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담긴 영상적 볼거리 만으로 도 볼 만한 영화다. 지루하지 않다.

그의 가치관은 그의 말 '청춘은 겁이 없는 시기다. 어떻게든 된다', '인생 한 번인데 잘못되면 사과하지, 뭐' 등에 함축돼 있다.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죽어라 공부를 해도 취업은커녕 도전조차 쉽지 않은 게 요즘 청년들의 현실이다. 그런 청년들에게 안도 타다오는 자신이 직접 본보기로 나서 보여준다. 겁많은 청춘에게 '겁 좀 먹지말고 도전하라'고.

그가 몸소 보여준 도전정신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알맹이 없는 조언과 다르다. 청년들의 심장을 뜨끔하게, 또 뜨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는 그의 정신과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그의 대표 건축물을 구석까지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안도가 건축에 임하는 마음가짐, 주거공간을 만들 때 중시하는 요소, 작업 현장에서의 안도의 모습 등 압도적인 건축물 이면의 비화들은 단순히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다만 영화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다큐멘터리 형식에 따른 의도인지, 그가 평소 일상을 촬영한 영상들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됐기 때문인지, 조악한 화질이 영화에 대한 몰입과 그의 건축물에 대한 감상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영상의 질에 좀 더 공을 들였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으리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사야마이케 박물관(위),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사야마이케 박물관(위),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안도 타다오는 전문적인 건축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타고난 예술성과 도전정신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학벌을 중시하는 기존의 건축계에서 유일하게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청년 시절 건축 현장에서 살기 위해 치열한 나날을 보낸 그는 우연히 서점에서 설계도면을 본 후, 건축가의 꿈을 안고 유럽으로 향한다. 해외여행을 통해 각국의 건축 양식을 연구하며 건축가의 꿈을 키웠다. 이후 현장의 지식과 결합해 콘크리트를 연구한 끝에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건축물을 만들며 노출 콘크리트의 거장이 된다.

건축 일을 하기 전에는 생계를 위해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를 했다. 단지 돈이 된다는 이유 만으로 권투를 했다. 하지만 생존에만 매몰되지 않고 꿈을 꿨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도전하고 결국에는 해냈다. 건축을 독학하고 마침내 현대 모더니즘 건축에 한 획을 긋는 거장이 된다. 자신의 심벌과도 같은 '콘크리트'를 통해 하나의 건물을 고요하고 내면적인 사유의 공간이자 하나의 소우주로 만들어낸다.

그의 건축 역사는 28세의 나이에 '안도 타다오 건축 연구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안도는 이때부터 자신만의 독창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한다. 주로 건물의 내부에만 쓰이던 콘크리트를 외부 마감재로 노출하는 창조성으로 현대 건축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통해 거칠고 투박하다고 여겨졌던 소재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표면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콘크리트를 만들며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건축을 완성했다.

폴리 그랜드 시어터(위), 빛의 교회(아래 왼쪽래),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폴리 그랜드 시어터(위), 빛의 교회(아래 왼쪽래),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

안도는 콘크리트에 별도의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 물성과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표면을 매끄럽고 아름답게 만들어 외부 소재로 사용했다. 특수한 재료로 개성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일반적인 재료를 가지고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건축물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주재료를 콘크리트로 한정하고 건물의 구성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단순화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도전했다. '빛의 교회', '혼푸쿠지'(물의 절),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등이 안도의 전형적인 대표 건축물이다. 콘크리트를 사용해 사각형, 삼각형, 원 등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로 압도적인 공간을 창조하고 은유적이고 절제된 미학을 추구한다.

안도는 그러면서도 공간과 자연, 인간의 합일점을 찾는 건축을 최우선에 뒀다. 콘크리트가 갖고 있는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차갑지 않은 물성이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했다. 특히 '빛의 교회'는 그의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빛의 교회는 건물의 지붕과 벽을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세우고 한쪽 벽면에 십자형 창문을 만들어 자연의 요소인 '빛'이 공간으로 아름답게 스며들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안도는 또한 기존 건축에서 고수해왔던 고정관념과 편리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데뷔작 '스미요시 나가야' 건물 내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정(건물 안이나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을 만들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생활동선에 피해를 준다', '공간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안도는 주눅들지 않았다. 안도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 주거의 본질"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자연에 조화롭게 스며들어 안팎의 구분이 없는 건축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1995년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건축예술을 통해 사람과 건축 환경에 중요한 기여를 한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나오시마 지중 미술관

나오시마 지중 미술관

화려한 외관보다 내향적 공간 구성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의 체험을 중시한 건축물도 있다. '나오시마 지추 미술관'은 건축물이 주변의 풍경을 가리지 않도록 최대한 땅 속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안도는 인터뷰를 통해 "건축은 밖에서 형태가 안 보이는게 좋아요. 외형보다 내부에서의 체험이 더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그의 건축세계를 요약하는 말이다.

공간 안으로 자연을 들여오기 위해 빛과 그림자를 중요시한다. 건물 안에서 느끼는 자연을 빛으로 한정하고 그 빛이 내부 공간으로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의 표정을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게 빛과 함께 그림자가 생기는 정도에 따라 양과 음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했다. 특히 '빛의 교회'는 십자형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아름다움이 잘 구현된 안도의 대표 건축물이다.

안도는 학위 없이도 능력을 인정받아 예일대, 콜롬비아대, 하버드대 등 세계 유수 대학의 건축학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리뷰]청춘, 잘못되면 사과하면 그만···다큐 '안도 타다오'

영화를 보고 그의 건축물을 찾아 가까운 국내로라도 '꿈'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73분, 전체관람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