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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소송→절망→사법농단 '반전'…콜텍 투쟁 13년史

등록 2019.04.23 16: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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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텍 대전공장 2007년 4월 휴업 후 폐업

공장근로자 정리해고…절박함에 분신도

투쟁 3년차에 2심서 승리…복직 기대감↑

대법원, '정리해고 정당' 판단…다시 절망

콜텍 대법원 판결, '사법농단' 연루 확인

사측 태도 바뀌어…지난해 말부터 교섭

22일 복직 잠점합의 후 23일 최종 확정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2007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12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대한 콜텍 노사 조인식이 열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복직자들은 내달 2일 복직해 30일까지 근무한 뒤 퇴직하며 처우는 부속 합의서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04.2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2007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12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대한 콜텍 노사 조인식이 열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공대위에 따르면 복직자들은 내달 2일 복직해 30일까지 근무한 뒤 퇴직하며 처우는 부속 합의서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2007년 6월20일 기타를 생산하는 콜텍 대전농장 직원 50여명이 계룡시청 앞으로 몰려갔다. 공장 폐업에 나선 경영진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경영진과의 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자체를 찾아간 것이다. 

약 8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던 콜텍 대전공장은 2007년 4월부터 휴업 체제에 들어갔다. 노사갈등과 생산량 저하를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였다. 대전공장은 그해 7월 문을 닫았다.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해고됐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이들이 갈 곳은 거리 밖에 없었다. 공장 정상화와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콜텍 노동자들의 13년 투쟁. 이때가 시작이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노조 대의원인 이동호씨가 회사 정리해고에 반발해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거리로 내몰린 이들은 그만큼 절박했다.

해직자들은 거리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회사를 대상으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한 정리해고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수년간 상당한 액수의 당기순이익을 낸 점,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던 점' 등을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 위기라고 볼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고자들은 거리투쟁 3년째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2년 "콜텍이 매년 당기순이익을 내기는 했지만 대전공장은 2004년 사업연도부터 매년 상당액의 영업손실을 냈고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

2014년 열린 파기환송심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제는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해고자들의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장외투쟁 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린지 8년째, 상황은 절망에 가까웠다.

다만 반전은 남아있었다. 정권이 바뀐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해 콜텍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박근혜정부) 노동 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분류됐다는 법원행정처 문건을 공개했다. 콜텍 노동자들이 '사법농단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콜텍 노사가 2007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12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한 가운데 이인근(왼쪽부터)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조인식에 참석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에 따르면 복직자들은 내달 2일 복직해 30일까지 근무한 뒤 퇴직하며 처우는 부속 합의서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04.2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수습기자 = 콜텍 노사가 2007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12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잠정 합의한 가운데 이인근(왼쪽부터)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박영호 콜텍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조인식에 참석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에 따르면 복직자들은 내달 2일 복직해 30일까지 근무한 뒤 퇴직하며 처우는 부속 합의서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04.23.  [email protected]

사측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노사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교섭에 들어갔고, 지난달 초에는 박영호 콜텍 사장이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정리해고 후 복직투쟁 13년 째였다.

콜텍은 이번 협상에서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재춘 조합원은 지난달 12일 단식에 돌입했다. 교섭은 8차까지 진행됐으나 해고자 복직과 사측의 사과, 위로금 등을 둘러싸고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임 조합원 단식 42일째인 지난 22일 14차 교섭에서 드디어 양측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해직자 3명은 내달 2일 복직해 같은달 30일 자진퇴사키로 했고, 사측은 깊은 유감과 위로금 형식의 합의금을 지불키로 했다.

노사는 23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합의를 위한 조인식을 개최했다. 박영호 콜텍 사장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합의서에 사인하면서 13년 간의 투쟁에 마침내 마침표가 찍혔다.

박 사장은 "13년간 끌어온 분규가 원만히 해결, 합의점에 이르게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조합원들이 13년 동안 길거리에서 생활하셨는데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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