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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서 내몰면 어디로 가나"…3기 신도시 첫발부터 '삐걱'

등록 2019.04.25 15: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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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3기 신도시 과천 첫 설명회' 주민반발 무산

과천 주민 100여명 "일방적인 사업 진행 반대" 시위

서초힐스 주민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반대"

30여분 실랑이…LH "다음 기회에 의견 나눌것"

【과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자 과천지역 광창마을 주민들이 설명회를 반대하며 설명회장 입구를 막고 있다.   이들은 신도시 개발의 비효율성 문제 등을 들어 신도시 개발지구서 제외해 줄 것을 촉구했다. 2019.04.25.   bluesoda@newsis.com

【과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자 과천지역 광창마을 주민들이 설명회를 반대하며 설명회장 입구를 막고 있다. 이들은 신도시 개발의 비효율성 문제 등을 들어 신도시 개발지구서 제외해 줄 것을 촉구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과천=뉴시스】김가윤 기자 =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 뭐 하겠다는 거야.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 장사밖에 더 하는 거 아니냐. 광창마을은 절대 반대니까 의견 반영하시죠."

25일 오전 10시 LH는 이곳에서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진행하지 못했다. 3기 신도시 개발사업이 주민 반대에 부딪히며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주민들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3기 신도시사업을 진행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토지가 강제 수용될 경우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3기 신도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과천시 주민 이모(73)씨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잘 살고 있는데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있는 빈 공간을 개발한다고 해서 반대한다"며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개발하면 환경도 망가지고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은 다 쫓겨난다"고 말했다.

과천주민들로 구성된 '과천공공택지지구 토지주대책위원회' 100여명은 오전 9시부터 소극장 앞에 모여 피켓과 플랜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소극장 입구를 막고 출입을 제지해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설명회는 진행해야 한다는 LH 관계자의 설득에 이날 오전 10시부터 소극장 내부로 입장이 이뤄졌으나 격해진 주민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플랜카드를 들고 전면 백지화를 외쳤다.

LH 관계자는 마이크를 잡고 "주민들이 피켓이나 플랜카드로 반대 의사를 많이 표현하시는데 오늘 설명회는 그런 의견들을 듣기 위한 자리"라며 "준비를 많이 했고 오늘 설명회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했지만 곧바로 이에 반발하는 고성에 묻히고 말았다.
【과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자 서초구 우면동 일대 주민들이 과천시 개발에 따른 하수종말처리장 서초구 서초지구 앞 설치 및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2019.04.25.  bluesoda@newsis.com

【과천=뉴시스】김진아 기자 = 25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자 서초구 우면동 일대 주민들이 과천시 개발에 따른 하수종말처리장 서초구 서초지구 앞 설치 및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2019.04.25.  [email protected]

현장에는 과천 주민들 외에도 서초힐스아파트 주민 100여명이 모여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도시 개발로 하수종말처리장이 아파트 인근으로 이전해 서초구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서초힐스아파트 주민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하수장을 서초지구에 설치하려는 꼼수다', '과천은 이익 혐오시설을 서초구에 전가하면 안되죠'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결사 반대를 외쳤다.

또 신도시 개발로 교통이 더욱 혼잡해질 것이 우려된다며 서초구와 교통대책을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이호동 서초힐스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은 '과천시 개발에 따른 혐오시설인 하수종말처리장 서초구 서초지구앞 설치 및 이전 절대반대' 주민의견서를 LH에 직접 제출하기도 했다.

서초힐스아파트 주민 강모(65)씨는 "하수종말처리장을 옮기지 말고 원래 있던데서 확장해야지 왜 서초구 옆으로 옮기는지 모르겠다"며 "LH에서 개발이익을 걷어가려고 옆 마을에 혐오시설을 떠넘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LH는 30여분간 과천·서초구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설명회를 무산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LH 관계자는 "하수종말처리장 관련해서도 지역간 갈등이 있는 것 같고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음에 주민들과 만나서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갖도록 하고 오늘 설명회는 무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19일 국토부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을 3기 신도시로 선정한 이후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등은 주민들 요청으로 24~26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설명회를 2주 후로 미뤘다.

LH는 주민 요구가 없을시 과천에서 다시 설명회를 개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곧 주민설명회 생략공고를 내고 6월초께 공청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질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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