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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좀 아는 사람만 보러 와라?···'에이프릴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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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6 0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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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어릴 적 친했던 친구는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지 않나'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매일같이 잦은 자신의 지각에 대한 변명으로 그런 말을 내뱉곤 했지만, 정말 세상엔 별의 별 일이 다 있다.

연고도 없는 사람을 따라 들어가 화장실에서 무참히 살해를 하고, 건물에 불을 지르고 그 불을 피하려는 사람들을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찔러 죽이고.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세간의 관심은 '대체 왜'라는 말이 상징하듯 행위자의 이유, 목적을 찾는데 골몰한다. 조현병이라는 정신병이 있다면, 그 정신병에 왜 걸린건지 끊임없이 이유를 찾으려 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엄마'에 의해 반인륜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자식을 죽이거나, 남편과의 불화를 자식에게 체벌로 풀거나 혹은 친자식이 아니어서 정이 덜 간다는 이유로 괴롭히거나, 아니면 정신병이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자식을 헤치거나. 이 모든 경우들은 그들의 행동에 욕지기를 느끼게 하지만, 이유를 들으면 적어도 머리로라도 '이해'라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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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수아레스
이 영화는 그 '이해'조차 쉽지 않다. 30대의 젊은 엄마 '에이프릴'(엠마 수아레스)은 어느 날, 거리를 두고 살아가던 임신한 딸 '발레리아'(안나 발레리아 베세릴)를 찾아온다. 발레리아처럼 15세의 나이에 첫째 딸 '클라라'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에이프릴은 17세에 처음 겪는 출산 경험에 지쳐가는 딸을 정성껏 돌봐주겠노라 약속한다. 이후 어느 순간 엄마 '에이프릴'은 딸의 자식과 아이를 탐해 빼앗고, 그 둘과 함께 이민까지 꿈꾼다. 이를 위해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자신의 두 딸이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놓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일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자 수틀려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 버린다.

문제는 당최 에이프릴이 이런 짓을 하는 이유를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열심히 검색을 통해 얻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보면 그제서야 머리로라도 이해가 된다. 감독의 의도는 '욕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성을 이기는 경우를 보여줌으로써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수긍이 되지 않는 부분은, 먼저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소 기괴하고 극단적인 설정이 반드시 필요했는지 하는 점이다. 둘째로는 엄마 에이프릴이 왜 그렇게 욕망 덩어리가 됐고 언제부터 그렇게 욕망이 있었는지 캐릭터에 대한 개연성과 설명이 부재한다는 점이다.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에게는 의문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감독의 배려 부족이거나 역량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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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칸 영화제를 포함한 유수의 영화제가 이 영화의 메시지에 호평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수상은 물론 토론토, 취리히, 런던 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다. '스테레오타입에 갇히지 않는 여성 캐릭터', '마땅히 축복해야 할 인상 깊은 캐릭터들', '에이프릴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파격적인 인물'과 같은 평단의 평가는 대중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할 것 만 같은 부담으로 와닿을 뿐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몇 년 전 10대 임신부를 보게 됐는데, 멕시코에서는 무척 흔한 광경이다. 나는 그 아기와 산모에게 일어날 일들을 상상해 보게 됐다. 그녀는 행복해 보이는 동시에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하면서도 문제를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대조적인 감정들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이 지점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영화에서도 일정 부분 설명된 부분이다. 난해한 건 그 다음이다. 말의 성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다가, 나는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자신의 자식들과 경쟁을 하는 것에 매료된다. 그들은 더 이상 스무 살이 아니며 시간이 흘러갔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 부정이 가족 관계를 혼돈으로 빠뜨린다. 이 두가지 요소가 이 영화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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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안나 발레리아 베세릴, 엔리케 아리손
감독은 '칸의 총아'라는 별명을 가진 멕시코 감독 미첼 프랑코다. 프랑코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인 '다니엘&아나'로 제 62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애프터 루시아'(2002)로 주목할만한시선 대상, '크로틱'(2015)으로 각본상, 이번 작품인 '에이프릴의 딸'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탔다. 에이프릴 역의 엠마 수아레스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배우다. 영화 '레티시아 발레의 기억'(1980)으로 데뷔했고, 훌리오 메뎀 감독의 '젖소'(1992), '붉은 다람쥐'(1993) 등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줄리에타'(2016)로 제31회 고야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근원적인 영화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상업영화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 독립영화는 창작자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 목적은 근본적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때 비로소 달성 가능하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개봉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이려 하기보다 주변 지인들과 나눠보면 그만이다.

대중과는 괴리된 '영화제를 위한 영화'의 전형이다. 대중의 공감과 평가는 안중에도 없고 새로운 시각에 대한 강박으로 발버둥쳐 만든 조악한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여운이 남는 영화는 좋은 영화지만, 여운을 남기는 방법으로 비약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감독이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돼. 아는 사람은 그 진가를 다 알아 볼테니' 정도의 의도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대성공이다. 103분, 청소년 관람불가, 5월9일 개봉.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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