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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본격 가동나선 김정은-푸틴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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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6 10:10:52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후폭풍 마무리
김위원장 위상 높여 대내외 권위 강화
미 눈치보는 중국…러시아는 '이 대신 잇몸'
북핵구도 복잡하게 만들어 미 압박
핵문제 본격 논의 미 대선 뒤로 미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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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단독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노동신문 캡쳐) 2019.04.26.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길'을 본격화했다. '새로운 길'은 김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한다면 자주권과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에 나오는 것으로 미국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예기치 않게 결렬되면서 김위원장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노를 표시해왔다.

가장 먼저 서해 로켓발사장을 복원함으로써 위성발사를 시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표적으로 금지한 행위다. 또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는 물론 국제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켜 오히려 북한에 대한 압력을 키우는 부작용이 우려됐다. 결국 로켓발사장을 복원하는데 그치고 위성발사는 포기했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희롱당한 울분'을 풀어낼 수 없었다. 

이어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훼방을 놓아 회담이 실패했다는 것이 골자다. 최부상은 이어 김위원장이 하노이에서 평양으로 귀환하는 열차 안에서 김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열차 여행을 왜 또 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우리는 미국과 타협할 생각이 없고 협상할 의욕도 계획도 없다. 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부상이 말한 '지도부의 결심'은 지난 12일 새롭게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공개됐다. 김위원장은 연설에서 '자력갱생'을 누누히 강조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시정연설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언사로 공격했다.

북미간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남북 경협 재개를 위해 노심초사해온 문재인 대통령을 "오지랖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는 것으로 평가절하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고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당한 수모를 '친절한' 문대통령에게 앙갚음한 꼴이다. 

김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언급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하노이 정상회담과 같은 정상회담을 반복하는 것이 반갑지도 않고 의욕도 없다'고 회담 재개 논의의 싹을 잘랐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 때문에 3차회담을 해볼 순 있지만 미국이 연말까지 입장을 바꾸어야 가능하다고 시한을 정했다. 특히 더이상 제재해제를 위해 정상회담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위원장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주요 당간부와 행정부 인사들을 대폭 물갈이 했다. 구세대를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내친 것은 물론 북미핵협상을 전담한 김영철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세대교체와 회담 실패에 따른 책임 추궁을 동시에 처리했다.

여기까지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인한 국내외적 파장을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이후 북한은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다.

시정연설에서 제시된 가이드 라인에 따라 북한은 미국에 대해선 볼튼 보좌관을 모욕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이 그동안 불만을 표시해온 김영철 통전부장을 해임했으니 미국도 그 파트너인 폼페이오 장관을 해임하라는 요구다.

한국에 대해선 15개월만에 처음으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남측 당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대폭 축소된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배신적 행위'라고 공격했다.  

뒤이은 북러정상회담은 김위원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한 본격적인 반격이다.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김위원장은 그동안 소외돼왔던 러시아를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적극 끌어들이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의 복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위원장이 러시아를 끌어들인 이유는 중국이 충분히 미덥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는 '이 대신 잇몸' 격인 셈이다.

연초 중국을 방문했던 김위원장은 중국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김위원장이 기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완화 요청을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통상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김위원장의 요구를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있는 성의 없는 성의 다하는 듯한' 환대로 김위원장을 달랬다.

김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뒤 중국을 관통해 귀국하는 길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에게도 화가 나 있음을 은연중 드러낸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위원장은 양국이 '혈맹'임을 강조하고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여정에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동을 잘해나가기 위한 방도' 논의했다. 앞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빠짐없이 러시아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소외돼온 한반도문제 논의에 본격 가담할 수 있는 발판이다. 당연히 맞장구치고 나서면서 6자회담의 복원을 희망했다. 30년 북한 핵문제 논의에서 6자회담은 러시아가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계기였다.

푸틴 대통령은 김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시진핑 주석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이제 러시아도 북핵문제에 어엿한 지분을 가진 당사자라고 뽐내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시주석과 회담을 갖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북한 핵문제의 해법으로 미국이 주장하는 '빅 딜(big deal)'이 아니라 '단계적 해결'을 주장하는 북한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들이 북핵문제에 대해 내놓는 입장은 미국에 대한 압력이 될 것이다.  

미국이 푸틴 생각대로 6자회담 복원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미국은 여전히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통한 '빅 딜'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이 북한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김위원장이 연말로 시한을 정한 것은 미국의 정치일정을 고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노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 의회의 청문회 때문에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미간 핵협상이 미 국내정치에 영향을 받았음을 실토한 것이다.

내년은 미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기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회담을 재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빅 딜'을 관철하는 수밖에 없다. '빅 딜'이 아닌 타결은 대선 가도에 자칫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에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천명한 김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게 기대할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김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굳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좋다면서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라고 강조한 것은 역설적으로 트럼프를 믿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2017년까지 트럼프와 김위원장은 상대방을 '미치광이'와 '늙다리 수전노'라고 부르는 등 험한 말을 주고 받았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 돌변해 김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말했다.

김위원장 입장에선 트럼프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면 언제라도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인 동시에 밉보이면 '화염과 분노'로 북한을 압박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인 셈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김위원장과 좋은 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장구쳐 줌으로써 표면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과 갈등이 에스컬레이트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방책인 셈이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입장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한반도 정세는 상당기간 갈피를 잡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새롭게 가닥이 잡히기까지 적어도 미 대선이 끝나는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남북관계도 그때까지는 소강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끼인 채 양측 모두로부터 공격당하는 우리 정부가 난관을 헤쳐나갈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면 6자회담이 복원되는 것이 우리 정부로선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른다. 미국과 북한만을 상대로 하기보다 중국과 일본도 끌어들여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는 '진정한 중재자'가 될 여지가 지금보다는 클 것이기 때문이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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