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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보여주며 어른 실천 촉구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

등록 2019.04.29 18: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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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보여주며 어른 실천 촉구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시나리오를 받고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곤 했다. 자기 일에 (집중)하다 보니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29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어린 의뢰인' 간담회에서 이동휘(34)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의뢰인'은 가정 폭력의 실태를 관객들에게 상기하고, 이에 대한 '어른들'의 행동을 촉구하고자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원태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특별히 주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아동을 상대로 한 사건들을 접하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어른들이 주변에 이런 일이 있을 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어린 의뢰인'은 관객들이 극중 '정엽'의 시점 변화를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이 감독은 "동휘씨가 연기한 정엽의 시점을 관객이 따라가기 바랐다"고 했다.

오직 성공 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며 무정하고 냉정하기만 했던 변호사 정엽은 우연히 '다빈'(최명빈)과 '민준'(이주원) 남매를 알게 되지만 늘 귀찮은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아이들과 친해지고 아이들의 엄마 '지숙'(유선)에게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엽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인생을 바꿀 진짜 변호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유선

유선

감독과 출연진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소재만큼 촬영에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토로했다. 

지숙 역의 유선(43)은 "제가 아이를 보호하는 정의로는 인물이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이와는 상반된 캐릭터여서 너무 고통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촬영 때마다 그 전 날부터 마음이 무거웠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명빈과 주원도) 아이기 때문에 혹여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그것도 신경써야 했고, 촬영에 들어갔다가 컷한 후 제 자아로 돌아올 때마다 힘겨움이 반복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선은 심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오히려 더 모질게 연기했다. "힘들 때마다 처음 참여하기로 한 목적만 생각하고, 더 광분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이 주먹을 쥐게 하는 인물로 연기를 했다. 그래야만 (학대 당하는 아이들의) 그 환경을 인식시킬 수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이원태 감독도 "연출 의도가 아이들의 마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이의 진심을 몰라주는 어른들에 대해서 아이가 혼자 외롭게 괴로워하는 장면들, 이런 것에 비중을 많이 둬서 연출을 했다"며 "아이의 마음을 알리고자 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에 아이들이 이 연기를 하면서 혼동이 오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래서 시작부터 심리치료사를 모시고 수시로 체크했고 끝날 때까지도 계속 했다"고 아역 배우들을 염려하기도 했다.
아이 보여주며 어른 실천 촉구한다, 영화 '어린 의뢰인'

두 배우는 이번 작품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유선은 "이동휘씨는 아이들과 같이 어우러지는 관계니 친해지면 도움이 되겠지만, 저는 오히려 너무 친해지면 긴장감을 못 느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을 갖고 시작해야 하는 신들을 찍을 때는 오히려 몰입을 도와주는 쪽으로 서포트했다"며 연기를 위해 어린이 배우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동휘는 "제가 학창시절 때부터 선배님 영화 속에서 봤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배우 대 배우로 만나 겪게 됐다. '역시 유선 선배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빛과 강렬함에 압도됐던 기억이 있다"고 유선의 연기를 추어올렸다.

유선은 이동휘의 열정을 칭찬했다. "동휘씨가 정말 집요할 만큼 작품을 파고들더라. 밤 늦게 감독님에게 전화를 하며 괴롭히기까지 하더라. 본인의 철저한 노력과 탐구가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걸 느꼈다.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배우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나도 차별화된 연기를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명빈(왼쪽), 이주원

최명빈(왼쪽), 이주원

영화는 내내 어둡지 않다. 중간중간 유머코드도 담겨 있다. 유선은 "다루고 있는 소재도 어렵고 진지하고 가슴아픈 영화가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재밌고 유쾌한 코드들도 있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비춰져서 많은 분들이 접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동, 유머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영화 '어린 의뢰인'은 5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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