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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즈라 밀러 "놀랍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서브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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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03 16:56:08
밴드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로 내한
4일 오후 7시 서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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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밀러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경계에 대한 투쟁도 투쟁이지만, 그 제한을 어떤 의미로는 포용하고 포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규정 없이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서 말이다."
 
이분법은 살아가는데 편리한 방식이다. 하지만 온갖 편견과 선입관으로 점철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27)는 이 이분법을 무마시킨다.

3일 서울 삼성동의 호텔 28층에서 만난 그는 창밖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며 마치 건물 안이 아닌 하늘 위에 있는 것처럼 신나했다. 그에게 경계 또는 구획 짓기는 의미가 없어보였다.

영화 출연 목록만 봐도 증명된다. 밀러는 두 동급생의 죽음을 카메라에 담는 '로버트'를 연기한 데뷔작 '애프터스쿨'(2008), 교묘한 방법으로 엄마 '에바'에게 고통을 주는 '케빈' 역을 맡아 에바를 연기한 대배우 틸다 스윈턴(59)에 밀리지 않는 내공을 보여준 영화 '케빈에 대하여'(2011) 등을 통해 독립영화의 기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영웅 '플래시' 역으로 DC코믹스의 블록버스터 '저스티스 리그' 시리즈에 합류하고, 역시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들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크레덴스’를 맡는 등 메인 스트림에서도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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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드럼을 치고 노래를 하며 그가 이끄는 미국 인디 밴드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의 음악 역시 쉽게 규정하기 힘들다. 그를 중심으로 뉴욕 브루클린을 거점으로 삼은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는 어쿠스틱 듀오로 출발했다. 5인 밴드를 거쳐 현재 밀러, 조시 오빈, 라일라 라슨 등 세명이 참여하고 있다. 멤버 모두가 보컬과 곡 작업에 참여하고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등의 여러 악기를 번갈아 연주하는 형태다.

밴드 스스로가 '장르 퀴어'라고 표현하는 이들의 음악은 포크에서 힙합, 로큰롤, 펑크, 일렉트로닉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다. 밀러는 "처음에는 여러 가지 제한을 두면서 음악을 했다. 초반에는 어쿠스틱 밴드를 했는데 표현하는데 한계가 느껴져 일렉 요소를 도입, 우리가 처음 하고자 했던 것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귀띔했다. 이 것에도 한계를 느껴 소리를 바로 녹음해 현장에서 반복해서 들려주는 장치인 '루프 스테이션' 등 실험적인 것을 접목했다.

"그렇게 실험을 하면서 밴드의 음악도 성장했다. 삶의 여러 경험을 통해서 이후로도 우리음악은 늘 변하고 있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것을 찾고 있고, 그 경계선 바깥에는 새로운 무엇이 있는지 직접 경험해서 탐험한다."

밴드 멤버들인 오빈, 라슨과 함께 나란히 웃으며 앉아 있는 밀러의 모습은 한없이 편안해보였다. 라슨 또한 "우리의 밴드 활동은 규정이나 제한을 뛰어 넘어 포용적인 활동"이라면서 "어떠한 의미로는 투쟁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모든 활동에는 즐거움이 전제돼 있다"며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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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이들은 4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내한공연한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 이런 경험을 나눠보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말러가 지난해 8월 '코믹콘 서울'의 게스트로 첫 내한했을 당시, 일정에 맞춰 양일간 밴드는 쇼케이스로 공연했다.

미국 공연에서 남녀 구별 없이 화장실을 만드는 등 구획짓기를 경계하며, 자유를 추구하는 이 밴드는 서브컬처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밀러는 작년 한국 공연에서 강렬한 성향의 팬들이 공연을 찾아, 자신들의 서브컬처를 보여준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 안에서 자생하고 있는 서브컬처에 깜짝 놀랐다. 페미니스트 이론도 확실히 확립이 돼 있더라. 우리의 공연과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공연장이 다양하게 자생하고 있는 문화들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밴드 활동이 투쟁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밀러는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비타민처럼 영양을 공급해주기도 한다"며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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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밀러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라슨도 개인의 삶이나, 취향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한국 팬들의 태도가 놀라웠다. "관객이 우리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기보다, 우리가 반대로 영감을 받았다. 이번에도 관객들이 원하고 바라는대로 느끼고 즐기고 갈 거라 믿는다"며 웃었다.

밀러가 내한 때마다 한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모습은 소셜 미디어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작년 공연 둘째 날에는 한글로 이름을 적은 티셔츠를 멤버끼리 바꿔 입고 무대에 올랐다. 특히 밀러는 한국 팬이 선물한 두루마기 차림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등 한국 팬들에게 애정을 보여줬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함께 출연한 배우 수현과의 돈독한 우정을 선보이며 공식 행사가 아닌 개인 일정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식을 즐기고 캐릭터숍, 영화관 등 서울 곳곳을 찾은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개성 강한 배우 겸 뮤지션인만큼 K팝을 좋아해도, 다른 해외스타들처럼 의례적으로 유명 아이돌을 거명하지 않는다.

남아메리카 아이튠스에서 1위를 하며 주목 받은 한국의 성소수자 가수 홀랜드(23·고태섭)의 음악을 흥미롭게 들었다고 했다. "홀랜드의 음악이 보통 말하는 K팝으로 구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R&B 성향과 무브먼트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행사 등이 펼쳐지는 시기에 왔다. 밀러는 "부처 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번 석가탄신일을 축하하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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