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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회 비판의식 돋보이는 오락물, 영화 '걸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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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0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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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시의적절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익살스럽고 통쾌하게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나름 유쾌한 B급 감성 코미디 영화다.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돕기 위해 비공식 수사에 나서는 두 형사의 이야기다.

라미란(44)의 배역은 '박미영'이다. 1990년대 여자형사 기동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한 전설적인 형사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출산과 육아 때문에 민원실 주무관으로 밀려났다. 이성경(29)은 욱하는 성질로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꼴통 형사 '조지혜'다. 둘은 올케와 시누이 사이다.

과잉진압 탓에 민원실로 쫓겨나게 된 지혜는 앙숙인 미영과 함께 근무하게 된다. 둘은 어느날 민원실에 접수를 하러 왔다가 차도로 뛰어들어 사고를 당한 여성을 목격한다. 이후 그녀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강력반, 사이버 범죄 수사대, 여성청소년계까지 경찰 모든 부서이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을 외면하자 미영과 지혜는 비공식 수사를 벌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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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B급 코미디를 표방한 점은 '걸캅스'의 강점이자 한계다. 캐릭터의 특성은 관객에서 웃음을 주지만 부족한 개연성을 전부 메워주진 못한다. 카메오들의 활약은 영화에 활력이 되지만, 카메오 중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나 중요한 결단을 내리는 설정은 다소 갑작스럽다. 배우들의 연기는 차지고 감칠맛 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고 과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웃음과 헛웃음이 계속 번갈아 터진다.

영화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잦은 욕설이다. 관객들에게 '사이다'스러운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거나, 악역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을 더하려는 목적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욕이 적절한 순간의 한 방으로써 혹은 캐릭터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로 활용됐다기보다, 꼭 필요하지 않은 지점에서도 욕설이 난무하다보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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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지닌 상징적 의미는 크다. 먼저 여성 두 명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여전히 한국 영화 시장은 남성 원톱 혹은 멀티캐스팅이 시장을 지배하고, 흥행공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톱스타가 아닌 두 여성 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은 시도 자체만으로 도전적이다. 지금까지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이나 이슈몰이에 성공한 영화는 '수상한 그녀'(865만명), '써니'(745만명), '덕혜옹주'(559만명), '아가씨'(428만명), '차이나타운'(147만명)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이 영화가 지닌 중심맥락은 훨씬 더 사회 비판적이다. 사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남성 혐오적인 시선이 담겼다거나,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며 관심보다 비판을 먼저 받은 영화다. 비판의 지점은 영화 내부적 설정으로부터 나온다. 남성 위주의 사회·제도·일터에서 여성 문제가 등한시되는 상황에서 여성이 직접 주도적으로 여성의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설정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강렬하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사회이고 무의식 중에 이들이 여성에게 행하는 차별이나 무관심이 존재할 테다.

일각에서는 극 중 악역이 아닌 남성들까지 모두 무책임하거나 비열한 모습으로 그려질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어차피 애초에 감독이 의도를 갖고, 필요에 의해 설정한 캐릭터들이다. 선과 악의 단정적인 캐릭터 설정은 비약이 될 수도 있지만, 감독이 전달하고자 한 중심맥락을 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도구다. 감독은 영화가 지닌 의미보다는 오락영화에 더 무게추를 두고 감상하기를 바랐지만, 젠더 갈등이 첨예한 지금 그런 감정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 담긴 것 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이 영화가 갈등의 핵으로 돌진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설정 자체 만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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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심 소재는 신종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다. 이 범죄는 불법 촬영을 통해 유포되고 퍼진다. 클럽 '버닝썬'으로부터 촉발된 최근의 성범죄 양상과 일치한다. 감독은 버닝썬과의 연관성을 부정하지만, 3년 전에도 같은 유형의 범죄가 만연했다며 문제의 심각성은 강조한다. 그 덕분에 뻔히 보이는 결론이지만 엔딩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현실은 지지부진한 수사로 체포도 제대로 안 이뤄지는 듯하고, 체포를 하더라도 처벌 여부와 수위가 낮아 국민 정서상 썩 만족스럽지는 못한 상황인데 반해,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해결해 내니까. 그 지점에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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