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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빼미 공시 퇴치, 실효성 있는 '묘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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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0 19: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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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병화 기자 = "올빼미 공시는 규정 위반은 아니라서 제도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예요. 차라리 기관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가 올빼미 공시를 한 상장사를 억제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가 최근 한국거래소의 올빼미 공시 근절 대책을 언급하며 내놓은 촌평이다.

올빼미 공시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관련 공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이슈로 떠올랐다.

코오롱은 미국 내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의 성분이 뒤바뀐 것을 2년 전에 알고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이야기해오다가 어린이날 연휴 시작 직전인 3일 오후 6시가 다 돼서 올빼미 공시를 통해 2년 전 변경 사실을 알았다고 정정했다. 

올빼미 공시는 말 그대로 올빼미처럼 투자자자들의 관심이 덜한 밤중에 슬쩍 내보내거나 사람들의 이목이 분산되는 시간대를 활용해 부정적 소식을 전하는 변칙적 수단이다. 선의의 투자자나 소액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못된 행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규정을 직접적으로 어긴 건 아니어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대책은 이렇다.

"상장사의 주요 경영사안 정보를 연휴 직전과 연말 폐장일 등에 반복적으로 공시한 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최근 1년간 2회 이상 올빼미 공시를 하거나 2년간 3회 이상 할 경우 공개 대상이 된다. 또 투자자에게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해당 정보를 재공지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런 뜨뜻미지근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많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올빼미 공시를 하지 않도록 할 정교한 유인책이나, 아예 그런 공시는 엄두도 못 내게 할 치밀한 대책이 따라오지 않으면 기존의 관행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빼미 공시를 아예 막으려면 거래 시간에만 공시를 하라고 해야할 텐데, 공시 사안이 장중에만 발생하는 건 아니어서 무턱대고 강공으로 장중에만 공시하라고 몰아붙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거래소가 지난 8일 예고 없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거래소의 대책 덕분에 '올빼미 공시'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내용인즉 3개월전에 비해 올빼미 공시가 크게 줄었다는 것인데, 비교 시점이 공교롭기도 하거니와 계절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정말 실효성이 있었다기 보다는 시점에 따른 착시로 판단된다. 거래소의 조급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올빼미 공시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래소나 당국의 대책도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거래소가 밝힌 대로 적시성, 성실한 정보 전달 필요성 등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으나 규정상 공시시한을 준수하는 경우 제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공시 지연 등 불성실공시와 달리 제재 대상이 아니기에 규제를 통한 근절이 힘들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사안이 터질 때 대책 마련에 급급하기보다 긴 안목에서 올빼미 공시를 줄이는 쪽으로 상장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당근책이 필요하다. 차제에 올빼미 공시를 계속하는 기업에 대해 명단 공개 및 전자 재공시 차원을 넘어 벌점제를 도입하고, 심한 경우 삼진아웃제로 퇴출시키는 채찍 마련도 검토할 만하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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