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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를 학문으로 대하는 관객 오시오···'서스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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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0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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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서스페리아' 리메이크작을 감상하는 일은 영화의 끝을 보려고 견디는 것과도 같다. 영화의 장르는 호러인데 일반적 의미가 아닌 다른 차원의 호러 영화다.

무수히 많은 상징과 파편화된 플롯은 요즘말로 '괴랄하다'. 2시간32분이라는 길고 긴 영화가 끝나면 '대체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지?'라는 생각에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서 영화의 해설을 찾고 싶을 것이다.

다리오 아르젠토(1968~1972)가 연출한 오리지널 '서스페리아'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미국인 무용수가 자신을 제물 삼아 젊음을 유지하려는 사악한 마녀를 물리친다는 내용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1977년 원작 '서스페리아'는 아르젠토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감각적인 색감의 미장센으로 지금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명작 공포영화로 꼽힌다.

이에 반해 루카 구아다니노(48)의 '서스페리아'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여 페미니즘까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든다.

실제로 2018년 제75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됐을 때, 극렬한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평단은 '화려하고, 끔찍하며, 타협하지 않는 영화', '아름답고, 스릴있다', '잔인하게 아름다운 영화' 등의 호평과 '시각적 공포는 일부 흥미로울 수 있으나 그마저도 매력이 제한적이다', '지루함, 혼란, 실망, 짜증의 덩어리', '지루하고, 허세만 부리는, 고통스럽게 하는 영화' 등의 상반된 반응을 쏟아냈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는 영화학도나 영화 전문가, 예술영화 마니아들이 영화를 컷 단위로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따져 묻기에 더없이 좋은 '텍스트'다. 그런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 일반 영화 팬들에게는 그냥 '복잡하고 기괴한' 영화다. 관람 도중에 그냥 나가고 싶은 영화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경험한 진솔한 인간 감성의 구현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이 영화를 접할 영화팬들을 위해 해설이 될 수 있는 감독의 의도를 일부 전한다. 폭력에 대한 불길한 징조와 공포로, 무용 아카데미 안의 세력 다툼이나 불길한 느낌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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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턴
영화 ‘서스페리아’는 마녀들의 소굴인 무용 아카데미를 찾은 소녀를 통해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무대를 그렸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단순 리메이크 작품이 아닌 새로운 설정과 스토리를 덧입힌 영화다. 냉전 시대의 베를린에서 극좌파 세력 바더 마인호프 집단의 테러가 극에 달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속 주요 공간인 무용 아카데미는 파시즘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회의 중심에 위치한다. 테러라는 배경은 폭력에 대한 불길한 징조와 공포로, 무용 아카데미 안의 세력 다툼이나 불길한 느낌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이번 작품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전례 없는 여성 캐릭터의 향연을 선보인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영화가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과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견본을 통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1970년대를 휩쓸었던 페미니즘을 반영하고 있다. 여성과 그들의 힘에 초점이 맞춰졌던 원작에 더해 이번 영화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진화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또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마음속 깊이 감동하길 바란다.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봤으면 한다. 관객들이 여성이 얼마나 강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존재인지 느끼길 원한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니며 힘차고 경이로운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감독에 따르면 1977년은 테러가 극에 달해 있었고 페미니즘 운동도 절정을 찍은 시기다.

이 영화의 핵심 토대는 여성을 마녀와 비교한 여성 혐오라는 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알다시피 마녀라는 건 중세 시대와 계몽주의 시대에 도입되면서 선입견을 낳았다. 교회와 공동체 사회에서는 독립적이거나 모임을 좋아하는 여자들, 혹은 혼자 다니는 여성이 마녀라는 사상을 퍼뜨렸고 실제로 마녀라고 낙인 찍혔다. 그래서 감독은 아예 자신을 마녀라고 칭하는 여자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러면 마녀로 몰려 희생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자신의 힘을 당당히 외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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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존슨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통해 잘 알려진 다코타 존슨(30)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개성파 배우로 '옥자'와 '설국열차' 등 한국영화와 최근 국내 CF 출연 등으로 익숙한 틸다 스윈턴(59)이 주연을 맡았다. '님포매니악'을 통해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미아 고스(26) 그리고 클로이 머레츠(23)까지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헬레나 마르코스 아카데미에 수습 단원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수지' 역에는 다코타 존슨이 캐스팅됐다.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종교나 규율, 인간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로, 세상을 알고 싶어하고 성 평등과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은 내면의 힘이 강한 여성, 그리고 극의 전개에서 참혹한 대상이며 어두운 세력의 목표물까지 되는 역할이다.

다코타 존슨은 영화에 대해 "이 영화는 마법이 주제가 아니라 에너지, 힘, 정의, 진실과 열정을 다루고 있다. 여성들의 다양한 성격과 감정이 한 곳에 존재하고 있다. 어둠의 어머니는 인간이 아닌 만큼 마녀라고 칭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악한 존재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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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고스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블랑’은 뛰어난 안무가다. 예술가이자 천재적인 무용수이며 넘치는 카리스마로 제자들에게 춤에 대한 영감과 사랑, 헌신을 불어넣는 지도자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지키고자 초자연적인 능력을 썼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일종의 비밀스러운 고독감을 품은 인물이다. 스윈턴은 정신과 의사이자 ‘패트리샤’의 일기를 통해 마녀의 존재를 의심하는 박사 ‘클렘페러’ 역도 맡았다. 충격적인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 등장하는 섬뜩한 모습의 히든 캐릭터까지 소화해 내며 ‘서스페리아’에서 무려 1인 3역을 보여준다.

클로이 머레츠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첫 장면에 등장한다. 마녀의 비밀을 눈치 채고는 불안에 시달리다가 아카데미에서 도망친 '패트리샤' 역이다. 평범한 소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난 무용수 지망생이었지만 자신이 마녀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한없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클렘페러’ 박사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지만 그녀의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머레츠는 "처음엔 패트리샤가 망상에 빠진 것 같았다. 무언가가 자기 안에 들어와서 몸과 정신을 사로잡으려고 하는데, 분명 무슨 소리에 이끌린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게 자신의 모든 걸 앗아가고 있기 때문에, 단지 정신이 나간 듯한 말투가 아니라 극한 히스테리에 휩싸여서 정말 망상처럼 보인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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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머레츠
마녀를 흠모한 추종자 '사라' 역의 미아 고스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사라는 영국 부유층 가정에서 자랐으며 베를린의 유명한 헬레나 마르코스 아카데미의 무용수다. 수지를 반갑게 맞이하며 아카데미를 구경시켜준다. 사라는 관객의 손을 이끌고 이 광란의 세계로 인도하면서 진실을 드러내 준다"고 말했다.

영화는 내내 갈색 톤에 비가 내리는 배경을 유지한다. 감독은 독일의 영화감독 라이너 파스빈더(1945~1982)의 작품과 프랑스 화가 발튀스(1908~2001)의 그림들을 토대로 실제 공간을 아우르고자 했다. 여러 종류의 회색이나 갈색, 바랜 색이나 창백한 파랑, 초록색을 사용해 당시 독일 영화의 분위기나 시대상을 반영했다. 무용 아카데미의 대표 공연인 ‘폴크’에서는 BDSM(속박 Bondage·훈육 Discipline·사디즘 Sadism·마조히즘 Masochism)의 영향을 받은 밝은 의상을 통해 이 아카데미가 쾌락과 고통 위에 세워졌음을 암시했다.

이번 작품에서 춤은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용수의 움직임은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힘이자 관객에게 주문을 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춤과 미장센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였다. 급진주의적인 현대식 춤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춤은 육체와 피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단지 그저 아름다운 움직임이 아닌 춤으로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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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51)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톰 요크가 만든 ‘서스페리아’의 음악은 공포영화 음악답게 심리적 불안감을 화려하게 표현한다. 아티스트 톰 요크의 음악적 모험과 도전이 가득 담겼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불안하고도 변화무쌍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톰 요크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영화학을 위한 좋은 텍스트이거나 혹은 그저 지루하고 기괴해 견뎌내야만 하는 영화, '서스페리아'는 16일 개봉한다. 152분, 청소년 관람불가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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