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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신한류, 도도히 일본 흐른다···K팝 넘어 문화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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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3 06:03:00  |  수정 2019-05-20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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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오쿠보 거리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11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신오쿠보.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거리는 10, 20대 일본 여성들로 가득 찼다. 한국식 '치즈 핫도그'를 먹기 위해 상점 앞에 늘어선 행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먹고 갔다는 사진을 내건 분식집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신오쿠보는 본래 재일동포들이 살던 코리아타운이다. 2000년대 들어 2002 한일월드컵이 열리고 배용준(47)을 '욘사마'로 승격시킨 드라마 '겨울연가'와 가수 보아(33), 그룹 '동방신기' 등을 시작으로 촉발된 1차 한류, 그룹 '소녀시대' '카라' 등이 중심이 된 2차 한류로 인해 한국 음식점과 상점으로 일본인들이 몰렸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이후로는 주춤했다. 일부에서 반한·혐한 기류도 생겼다. 신오쿠보에도 현지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를 중심으로 신한류로 명명된 '3차 한류'로 다시 활황을 맞이했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무력화, 대법원의 강제 징용자에 대한 일본기업 배상책임 판결 등으로 최근 양국의 외교관계가 최악이라고 하지만, 반한과 혐한이 조성된 예전과 달리 일본인들은 문화적인 것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이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한국에서 데뷔하지 않고, 일본의 작은 클럽에서 활동을 먼저 시작하는 K팝 아이돌들은 2010년대 초반 성행했는데,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도 오전에 신오쿠보 한류 중심지 대로에서 떨어진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현지화 K팝 아이돌 그룹 'BIT'를 보기 위해 일부 팬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동방신기 출신 'JYJ' 김재중이 운영하는 카페 '케이브'는 일본인들로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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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사진을 내건 도쿄 신오쿠보의 음식점
신오쿠보 거리 한류백화점에서 한류 상품을 구경하던 회사원 고토 이즈미(61)는 "배용준과 JYJ를 좋아한다. 한국어는 아주 조금 할 줄 안다. 최근 일본 내 한류 팬층이 더 젊어졌다"고 했다. 한일관계의 정치적인 부분이 한류를 좋아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년, 제3차 한류붐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옛 문화관광부)를 통해 일본 문화 1차 개방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국 문화계는 긴장했다. 당시 일본문화가 개방이 되지 않았음에도, 영향력은 꽤 뿌리가 깊었기 때문이다. 만화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J팝의 영향력이 상당했다. 일본 록 밴드 'X-재팬'과 '안전지대', 일본 아이돌 보이그룹 '스마프', 걸그룹 '스피드'와 '모닝구 무스메'의 인기는 소셜 미디어 없이도 대단했다. 한편에서는 일본의 문화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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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일본인 팬, 도쿄 신오쿠보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 개방 20년을 넘긴 현재, K팝이 선봉이 된 한국 문화의 일본 내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K팝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K팝 문화를 체험하려는 이들도 증가했다. 신오쿠보 거리 인근의 신주쿠 햐쿠닝초 건물 지하 연습실에 차려진 K팝 댄스 아카데미 '댄스 스튜디오 마루'의 수강생은 현지 중고교생 위주로 300명이다.

일본인 K팝 댄스 강사 교카(21)는 "최근 K팝 붐이 다시 불면서 수강생이 많아졌다"면서 "재작년에 설립했다. 처음에는 작은 스튜디오로 시작을 했다. 사람이 늘어 지금의 큰 스튜디오로 옮겼다"고 했다.

이제는 한국 연예인이 아닌, 한국 문화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늘어났다. 치즈닭갈비에 이어 치즈핫도그가 상륙하면서 난리가 났다. 치즈 핫도그를 사먹던 열여덟살 또래 대학생들인 나나, 타마키, 유나는 "야마나시현에서 두 시간 걸려서 왔다. 신오쿠보는 처음 왔는데 인스타그램에서 핫도그가 유명하다고 해서 친구들과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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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댄스 아카데미 '댄스 스튜디오 마루'
한국식 치킨은 여전히 인기여서 굽는 치킨을 파는 한국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연일 성황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요식업자 인 백종원씨의 가게를 비롯, 한국 프랜차이즈도 여럿 진출했다.   

신오쿠보 거리 카페에서 일하는 이성우(31)씨는 "지금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평일보다 조금 더 적은 편이다. 줄을 서서 먹는 건 흔한 풍경이다. 일본인이 치즈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트와이스나 방탄소년단 배지를 단 일본인이 여기 자주 온다"고 했다.

3차 한류 붐은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한국스타일을 따라하는 데까지 번졌다. 'K뷰티'로 명명되는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이 점차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7년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액은 약 2억3000만달러(2709억원)으로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36년째 일본에 살면서 11년째 화장품을 판매하는 신희순(58)씨는 "2~3년 전부터 신오쿠보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주로 찾는 건 10대인데 한일 정치적 상황과 전혀 관련 없이 젊은 친구들이 온다. 정치적 상황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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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옥 요리연구원장
◇K팝을 거슬러 전통 문화까지

일본에서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는 층은 젊은 세대 만이 아니다. 중장년층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오쿠보 거리 근처 한식연구소인 '조선옥요리연구원'으로 한국 음식을 배우러 오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한국의 간장 담그는 법을 배우려고 10명 안팎의 일본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20여년 전부터 일본에서 한식 보급에 앞장서는 조선옥(52) 조선옥요리연구원 원장은 "1년에 몇천명씩 요리를 수강한다"고 전했다. "300명씩 가르치는 행사도 연다. 장 담그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떡, 가정요리, 전통요리, 궁중요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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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한국문화원 개원 40주년 공연 '소리가 춤을 부른다'
조 원장은 "욘사마(배용준) 이전에는 내가 한국 요리를 가르치러 가면 '아 마늘냄새 나, 아 싫어요'라고 했는데 욘사마 이후에 '선생님 (한국음식) 너무 좋아요'라는 말이 나왔고, 점차 여기까지 왔다"면서 "이전에는 가정주부가 많았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도 오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수강생인 사스가 키미마사(62)는 "한국 음식은 동양의 음양오행설에 맞는 것 같다"면서 "요즘 한국 음식을 즐기는 일본 젊은층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한국문화를 배우는 일이어서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음식을 통해서 한국문화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10일 도쿄 신주쿠로 주일한국문화원 공연장에서 열린 문화원 개원 40주년 특별공연 '소리가 춤을 부른다'는 동래학춤, 부채춤, 상모놀이 등 한국의 전통공연이 주를 이뤘다. 일본 문화예술계 인사와 시민 등 300여명이 크게 환호했다.

딸 가와노 사라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리카는 "무대에 대한 지식이 없었는데도 좋았다. 한국의 흥이라는 것이 불러일으키는 신명이 대단하더라"고 했다. 발레를 배운다는 가와노 사라는 "춤이 매우 아름다웠다. 부채춤 움직임이 특히 좋았다. K팝도 좋지만, 한국의 전통도 아주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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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 작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데로 이어진다. 7월28일까지 도쿄의 하라미술관에서 DMZ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 '자연국가'(自然國家·The Nature Rules)를 향한 관심이 반증이다.

최재은(66) 재일 설치미술가가 최근 철거된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 잔해를 녹여서 만든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 등이 설치돼 있다. 이불, 승효상 등 한국의 유명 작가, 건축가뿐 아니라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종이 건축의 대가' 반 시게루 등이 DMZ를 평화의 지대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구상에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최 작가는 "하루에 찾는 인원이 너무 많아 200명씩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위해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된 한류는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울러 문화 교류가 두 나라의 정치 사안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모양새로도 무르익고 있다.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센터장은 "2012년 한일관계가 좋지 좋았을 때 한류가 영향을 받은 것과 지금은 다르다. 문화와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일본 현지의 콘텐츠 동향을 볼 수 있다. 작년 4월부터 (일본 지상파) NHK에서 4년 만에 한국 드라마가 방영됐다. '옥중화'였는데 한국 드라마 중 '대장금' '동이' 다음으로 시청률이 좋았다고 한다. NHK는 단순히 드라마가 아닌 각 나라의 역사를 전달하고자 하는만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센터장은 신한류에 관해 "하나의 콘텐츠를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 산업까지 연관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한국관광공사 조사를 보면 일본인 40, 50대의 한국인 방문 비중은 줄었지만 10, 20대의 비중은 늘었다. 10, 20대는 한국과 일본을 정치적으로 인식하는 관계가 아니다. 신한류의 팬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성운(51) 주일한국문화원 원장은 "정치적 갈등과 문화·인적 교류는 별개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일본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양국의 정치적 갈등에도 K팝 가수들의 공연들이 성황리에 이뤄지고, 양국 간의 인적교류도 올해 더 늘어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면서 "작년 295만명을 기록했던 방한 일본 관광객의 수는 올해 들어 더욱 늘어, 전년 대비 26% 이상의 성장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교류의 미담 사례를 확산해 정치 갈등에 기인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외교적 갈등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 활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이러한 활동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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