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인터뷰

[인터뷰]선우예권 "짙어진 감정, 다양하게 살아납니다"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19-05-13 16:29:05
10개 도시 전국투어 '나의 클라라'
'콩킹에서 이제 무게감 있는 피아니스트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 리사이틀 전국투어 '나의 클라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주하고 있다. '나의 클라라'는 5월 16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2019.05.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0)은 감정이 넘친다. 감수성이 넘실대는 연주뿐 아니다.

말 자체에도 감정이 많이 들어간다. '감정'이라는 두 글자를 많이 쓴다. 갓 데뷔했을 때나, 스타 연주자가 된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 감정의 결이 다양해졌고, 결마다 밀도가 빽빽해졌다.

선우예권은 13일 "감정이 짙어진 것 같아요. 특히 요새 같은 경우는 다양한 감정이 살아나요"라고 말했다. "음악하는 분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분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그 사람을 바꾸는 감정을 같이 경험하게 되는 거죠."

 선우예권이 예전 느낀 감정과 지금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발산과 수렴의 차이일 것이다. 과거에는 그 감정이 자신 안에서 밖으로 뿜어내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밖의 감정이 안으로 들어온다. 공감대가 확장됐다고 할까.

16일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공연을 시작해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는 '2019 선우예권 피아노 리사이틀'이 증명이다. 클라라 슈만(1819~1896)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투어다. '나의 클라라'라는 제명으로 독일 낭만시대 음악가들인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1810~1856),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음악을 사이좋게 실었다.

클라라의 노투르노 바장조로 시작해 로베르트가 클라라에 대한 내적 갈등을 정열적 선율로 표현한 판타지 다장조를 들려준다. 2부에서 브람스의 가슴 끓는 감정을 담은 초기 곡인 피아노 소나타 3번 바단조를 선보인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 리사이틀 전국투어 '나의 클라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주하고 있다. '나의 클라라'는 5월 16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2019.05.13. chocrystal@newsis.com
세 사람은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랑의 삼각관계'를 형성했다. 클라라와 로베르트는 부부였다. 브람스에게는 클라라는 영원한 플라토닉 러브의 상대였다. 클라라를 만난 후 브람스는 독신으로 살았다. 로베르트가 숨을 먼저 거둔 뒤에도 마찬가지다. 클라라와 브람스는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다.

선우예권 역시 세 사람이 사랑과 우정을 넘어 서로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부분을 톺아본다. 세 사람의 음악을 감정적으로 승화했다. "삶에 지쳐 있거나, 사랑을 시작해 행복해하는 사람, 외로움에 힘겨운 사람까지 모든 이들의 감정을 위로해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은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넘어, 듣는 이의 감정을 아우르는 성숙함이다.

특히 이번에는 세 사람 중 음악적으로 가장 조명이 덜 된 클라라를 타이틀에 넘었다. 선우예권이 직접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한 작품인데,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두 남성 음악가의 뮤즈로 여겨지던 클라라를 음악적으로 좀 더 조명할 여지를 준 것이다.

"아쉽게도 클라라 슈만이 잘 알려져 있거나 관심을 갖고 찾는 곡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인물이죠. 특히 로베르트, 브람스 두 위대한 작곡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어요. 그 분이 계셔서 로베르트, 브람스의 훌륭한 음악이 나왔죠. 이번에 당연히 클라라의 곡을 집어넣고 싶었어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 리사이틀 전국투어 '나의 클라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주하고 있다. '나의 클라라'는 5월 16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2019.05.13. chocrystal@newsis.com
선우예권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는 러시안이다. 지난해 11월에도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6), 독일 악단 뮌헨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난곡으로 유명한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호연하며 호평을 들었다. 외국 오케스트라가 협연을 요청할 때도 레퍼토리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우예권의 레퍼토리를 특정할 수는 없다. 특정 작곡가를 시그니처 곡으로 내세우는 경우 홍보 등의 면에서 수월하지만 선우예권은 "음악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작곡가들이 많아요. 물론 한가지 작품에만 몰두하면 타이틀이 쉽게 생기겠죠. 하지만 저는 한 가지로 묶이고 싶은 바람은 없어요. 음악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축복이죠. 여러 작곡가의 곡을 최선을 다해서 감정을 느끼고 싶어요."

연주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음악 버전이다. 오디세우스는 여행자의 상징,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모두 여행자다. 2017년 북아메리카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이후 선우예권은 작곡가를 탐험하는 것을 넘어, 실제 세계 곳곳을 도는 여행자가 됐다.

터전을 잡은 독일 베를린을 근거지로 올해에만 유럽은 물론 일본, 홍콩, 미국을 주 단위로 오갔다. 올해 3월1일 정부가 연 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경복궁에 놓인 피아노 한 대로 슈베르트의 리타나이 D.343를 연주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 리사이틀 전국투어 '나의 클라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사말 하고 있다. '나의 클라라'는 5월 16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2019.05.13. chocrystal@newsis.com
선우예권은 "솔리스트의 삶은 외로운 길이다. 지칠 때가 많다"고 수용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 덕에 힘을 낸다. "동료 음악가들이랑 만나서 별 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면 휴식과 함께 재충전이 됩니다. 같은 회사(목프로덕션)이기도 하지만 노부스 콰르텟과는 (베를린의) 같은 아파트 단지라 같이 자주 만나고 고충도 이야기하죠. 힘든 과정을 서로 알기 때문에 잘 이해해주죠. 그런 사람들이 고마워요."

선우예권은 주요 국제콩쿠르 7개에서 우승을 거머쥐어 한 때 '콩킹'(콩쿠르 킹)으로 통했다. 어엿한 스타 성인 연주자로 이제 더 이상 콩쿠르를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늙어서도 선우예권을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수식이다. 당연히 소속사에서는 이번 전국투어 홍보 영상에도 이 우승을 거창하게 써내려갔다.

하지만 선우예권은 자신의 콩쿠르 우승 이력을 빼달라고 소속사에 청했다. "물론 감사한 타이틀이고, 값진 타이틀이에요. 평생 꼬리표로 달리겠죠. 근데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가로, 아티스트로 무게감 있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또 작곡가들에 중점을 주고 싶어서 개인적인 것은 다 떼어내고 싶었습니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것 중 평생 소멸하지 않는 감정이 더 중요하죠."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클라라 슈만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 리사이틀 전국투어 '나의 클라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주하고 있다. '나의 클라라'는 5월 16일부터 6월 1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2019.05.13. chocrystal@newsis.com
이번 전국투어 기획 소식이 알려지자, 선우예권의 명성을 입증하듯 전국 40여 공연장에서 러브콜이 왔다. 소속사는 선우예권의 컨디션 등을 고려해 10개로 추렸다. 울산 현대예술관을 시작으로 17일 제주 아트센터, 18일 수원 SK아트리움, 23일 강릉 아트센터, 24일 천안 예술의전당, 27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28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29일 경주 예술의전당, 31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거쳐 6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우선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작품들을 통해서 행복을 찾는 분도 계실 거고, 공허함을 느끼실 수도 있고, 위로를 받으실 수도 있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 감정적인 소진이 크겠지만, 계속 작은 불씨를 타올리면서 감정들을 간직해나가고 싶어요. 그런 감정들을 평생 가지고 뜨겁게 연주해나가는 것이 소원입니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헤드라인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