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50대,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영화 '글로리아 벨'
존 터투로, 줄리앤 무어(오른쪽)
미국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에서 중년 여성이 이혼녀로서 혹은 미혼녀로서 혼자 사는 일은 그 자체로 평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중년의 여성은 대부분 누군가의 '엄마'로서 존재할 뿐이다.
자연히 한국에서 중년의 사랑은 흉측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고, 자주 불륜으로 치부되곤 한다. 금기된 사랑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황혼 이혼율이 평균 이혼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평범한 중년 싱글들'의 사랑조차 터부시되는 사회분위기는 확실히 문제다.
한국의 여성 1인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이미 50대의 9.4%, 60대의 14.7%, 70세 이상에서는 47.9% 비율이 여성 1인 가구다. 빈둥지증후군으로 외로움에 사무쳐 고통을 앓고 있을 중년 싱글 여성과 남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응원이 필요한 때다.
영화 '글로리아 벨'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로서 존재하도록 강요받는 중년들의 사랑을 그린다.
세바스티안 렐리오(45) 감독은 극 중 '글로리아'란 캐릭터를 완성할 때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감독은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들의 대화나 일화, 그들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50대 중반으로 들어선 여성들이 거역할 수 없는 사회의 변화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영화에 담았다.
감독은 특히 자신의 삶과 주위의 환경에서 점차 투명인간이 돼가는 과정을 거치는 그녀들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한다. "세상에서 이 나이의 여성들이 겪는 일들이 정말 가볍지 않구나. 그들이 겪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관객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글로리아 역의 줄리앤 무어는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크리틱스 초이스 여우주연상에 이르기까지 최고로 인정받는 배우다. 여전히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은 '글로리아'역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는다. 무어는 2013년 작 '글로리아'를 보고, 보통의 한 여성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연출에 놀랐다고 했다. "글로리아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벅차 오를 정도로 공감하며 감동받았다"고 리메이크작 출연 계기를 밝혔다.
사실 이 영화는 줄리앤 무어를 중심으로 중년 여성의 삶을 보여주지만 중년 남녀 전부에 관한 영화다. 글로리아의 새 사랑 '아널드'(존 터투로)는 글로리아와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되찾고 새로운 사랑에 전념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혼한 자녀들과 전 부인은 여전히 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도록 자꾸만 강요한다. 글로리아와 그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아널드의 신세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한편 '글로리아 벨'의 또 다른 매력은 영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음악이다. 극에 삽입된 음악들은 글로리아의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한다. 1970, 80년대를 풍미한 글로리아 게이너의 '네버 캔 세이 굿바이'부터 미국의 R&B 재즈 밴드 어스 & 파이어의 '셉템버', '레츠 그루브', 폴 매카트니의 '노 모어 론리 나이츠', 보니 타일러의 '토털 이클립스 오브 더 하트'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추억의 팝송들이 대거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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