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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 만드는 연구 승인

등록 2019.05.14 16: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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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돼지 수정란 내 이식 연구 승인

【서울=뉴시스】면역결핍돼지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인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사진/건국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면역결핍돼지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 인간면역체계를 가진 돼지 생산. (사진/건국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의료용으로 최적화된 돼지, 이른바 '메디 피그'의 몸 안에서 인간에게 이식 가능한 조직과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가 추진된다.

건국대학교는 기관생명연구윤리위원회(IRB)를 열고, 한국연구재단 지정 선도연구센터(SRC)인 '인간화돼지 연구센터'가 신청한 인간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의 면역결핍돼지 배아 내 이식 연구를 최종 승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면역결핍돼지의 초기배(8세포기~배반포)에 주입한 후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해 돼지의 몸에서 인간의 고형 장기 생산을 승인한 세계 첫 사례다.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피부세포 등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가진 원시 상태로 되돌린 줄기세포를 말한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4년 건국대 김진회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면역결핍돼지를 고도화해 환자의 맞춤형 장기를 면역이 결핍된 돼지의 몸에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보다 고도화된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기는 일명 '키메라(chimera) 장기'로 불린다.

인간화돼지연구센터는 면역결핍돼지의 배아에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식해 세포를 혼합시켜 발달을 유도함으로써 면역이 결핍된 돼지에서 인간 면역체계를 구성하게 된다. 연구팀이 보유한 면역결핍 돼지는 면역세포 발달에 필수인 재조합활성유전자 RAG2와 인터루킨2 감마수용체 유전자가 동시에 제거돼 1차 내재 면역과 2차 반응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와 B세포는 물론 자연살해세포(NK cells)까지 결여된 면역 결핍 돼지로 흉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김진회 교수는 "만약 돼지의 배아에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해 대리모에 이식하고, 대리모로부터 생산된 돼지가 T,B,NK 면역세포와 흉선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면역세포는 돼지의 면역세포가 아닌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유래된 세포이고, 또한 장기이기 때문에 인간 면역체계를 가진 돼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 따르면 쥐에서 췌장 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했고, 2017년 미국 연구자들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돼지 키메라 배아 생산에 일부 성공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그 동안 금지해 왔던 동물과 사람의 세포를 혼합한 '동물성 집합 배아'를 동물의 자궁에 이식해 사람의 장기를 가진 동물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 지침을 개정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면역체계를 장착한 인간화 돼지가 생산된다면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예컨대 혈액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역단백질을 바로 정제해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용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 부상자들에게 수혈할 수 있는 혈소판을 무제한 생산할 수 있고, 메르스 확산 사태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병원체를 돼지에 직접 주입해 2~3년이 걸리는 백신 생산 시간을 2~3개월로 단축시킬 수 있다. 

돼지 생체 내 인간 면역체계가 생산한 항체는 인간의 항체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최근 항암치료에 각광 받고 있는 자연살해(NK) 세포를 환자 맞춤형으로 생산해 면역세포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건국대 김진회 교수.

【서울=뉴시스】건국대 김진회 교수.

김 교수는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쓰면 인간화 돼지에서 생산된 장기는 환자 세포에서 유래된 장기이기 때문에 이식에 따른 면역거부 반응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고형 장기를 면역결핍 돼지에서 대량 생산한다면 이식용 장기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기술 개발은 동물에서 생산된 인간의 세포, 조직,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세포, 조직, 장기이식 등과 관련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민상기 건국대 총장은 "재생의학 발전과 인간의 고형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인간화 돼지 생산 연구에 대해 세계 어느 대학이나 기관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재생의료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세계 선도그룹 역할을 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바이오 분야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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