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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국내 최초 차량구독서비스 에피카 한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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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5 0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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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어서 거의 매년 취미처럼 차를 바꿨어요.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중고차를 사서 타고 다니다가 유지·보수해서 비슷한 가격에 팔고 또 조금 보태 다른 차를 사서 또 팔고 그랬죠. 친구가 차를 사거나 팔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차에 돈을 많이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자주 바꿀 수 있어서 취미처럼 그렇게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양한 차를 타보고 싶어하면서도 이걸 귀찮아하더라고요. 그래서 구독서비스를 국내에 들여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에피카 사무실에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차량구독서비스를 들여온 에피카(EPIKAR) 한보석(35) 대표를 만났다. 그는 그야말로 자동차 마니아였다. 차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린시절부터 바퀴달린 것이라면 다 좋아했다는 그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거쳐 미시간대학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한 후 BMW코리아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로 일했다.

"어린시절에는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쇠로 만든 배가 물에 뜨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바퀴달린거라면 다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유체역학이나 최적설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항공우주를 공부하고 싶어서 결국 유학까지 가게 됐습니다. 첫 직장이던 BMW는 제가 굉장히 선망했던 회사였어요. 2차 세계대전 때 항공기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로 출범했잖아요. 좋은 사람이 많았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입사 3년만에 그렇게나 좋아했던 회사를 제발로 그만뒀다. 그리고 2016년 6월 차량구독 스타트업 에피카를 창업했다. 그의 나이 서른두살 때였다.

자동차 구독은 차를 구매하지 않고 우유나 잡지구독을 하는 것처럼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차량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7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먼저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에피카와 함께 현대차의 '현대셀렉션', '제네시스 스펙트럼', 롯데렌터카의 '오토체인지' 등이 운영되고 있다. 

"BMW라는 큰 갑옷을 입고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갑옷을 내려놓고 스스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데이터를 통한 구독서비스 사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더 나이가 들고 30대 후반이 되면 (사업을 시작하기) 겁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자동차가 과거에는 10년씩 타는 기계적 상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자장비가 많아지면서 수명이 짧아졌어요. 과거에는 5, 6년을 타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전자장비가 구 버전이 되잖아요. 그런 문제들도 구독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죠."

'집이 잘 살아서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절대 아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민가방 두 개, 두 학기 학비 들고 유학을 갔어요. 가서도 바로 일을 구해서 돈을 벌었죠. 빈대가 있는 3베드룸에 남자 넷이 살며 6개월 내내 카레만 먹으면서 차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기도 했어요. 다만 지지하고 응원해준 사람들, 투자해준 사람들이 있었죠. 스타트업은 항상 살아남는게 최대의 직면 과제에요. '망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 당장 망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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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에피카는 2016년 설립됐지만, 첫 서비스 '올더타임미니'는 지난해 11월에야 론칭할 수 있었다. 올 더 타임 미니는 월 90만~100만원을 내고 BMW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를 구독하는 국내 최초의 차량구독서비스다.

"자동차업계는 생각보다 보수적이에요. IT적 인프라, 디지털,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지만 내부적 설득이 쉽지 않죠. 설득하고 준비하는 기간만 1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지금도 벽은 많아요. 다양한 브랜드의 차들을 서비스해야 하는데 자동차업계 내에서의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공유경제가 대세가 되면서 자동차업계에서도 혼자 살아남으려하기보다 함께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보람도 컸다. 올더타임미니 서비스 이용자는 매달 10~15%씩 이용자가 늘고 있다.

"한국에 1년간 주재원으로 왔다는 고객이 꼭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어요. 평소 MINI 브랜드를 좋아해서 1년간 다양한 차들을 타보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제가 타겟으로 생각했던 고객이 실제로 나타났던 순간이었습니다. 해외파견, 유학 등으로 1, 2년 정도 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차를 사기 부담스럽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저희 서비스를 알게 되고, 더욱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에피카는 미니를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 차종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나갈 생각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로 출장 또는 여행을 갔을 때 현지에서 사용하던 프리미엄 자동차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브랜드 다변화하고, 볼륨을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또 차량구독기간도 일주일 단위까지 줄여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IT인프라가 따라줘야 하죠. 넷플릭스도 비디오렌탈로 시작했지만 IT플랫폼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소비자들이 프리미엄차량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고도화, 다변화할 예정입니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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