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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새경기 준공영제' 난제 산적

등록 2019.05.15 16: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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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버스노선 사유화→ 공공성 강화

업체 노선반납, 지자체 재정 비율 등 걸림돌

시민단체, 세금 투입 뒤 감시 체계 필요

【수원=뉴시스】 김경호 기자= 경기도청 전경.

【수원=뉴시스】 김경호 기자= 경기도청 전경.

【수원=뉴시스】 박다예 기자 = 버스요금 인상을 결정한 경기도가 후속대책을 내놓기로 하면서 그동안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이재명표 버스정책인 ‘새경기 준공영제’가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 장점에는 공감하지만, 시행에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표 ‘새경기 준공영제’ 올해 시범사업

1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하반기 16개 노선을 대상으로 새경기 준공영제 시범사업을 벌인 뒤 내년부터 시내버스 노선에 적용하고 점차 대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새경기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노선을 소유하고, 버스업체가 경쟁 입찰을 통해 일정 기간 노선운영권을 얻는 노선입찰제와 준공영제를 결합한 방식이다.

도는 이용객 수요에 따른 노선조정이 어렵고, 서비스 질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등 버스업체의 노선 사유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버스 공공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다음 달 일선 시·군, 경기도시공사와 협약을 맺어 입찰절차, 표준운송원가, 정산방식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범사업을 위한 단계를 밟을 계획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위한 첫발을 떼기도 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들 노선 반납 가능할지 미지수

가장 큰 문제는 노선 확보가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버스업체가 인허가받은 기존 노선을 회수해야 하는데 업체가 노선을 사유화한 상황에서 ‘돈줄’과 같은 노선을 내줄 리 없기 때문이다.

도가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16개 노선 가운데 12개는 택지개발지구(신도시)와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설노선이다. 나머지 4개는 폐선이거나 업체로부터 반납받은 비수익 노선이다.

2017년 기준 경기지역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운송수지는 각각 348억5000만원, 36억8000만원이다. 적자 노선 비율은 시내버스(67.7%)와 시외버스(66.4%) 모두 절반 이상이지만, 전체 노선의 운송수지를 합하면 결과적으로 흑자가 된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면허권을 가진 광역급행형(M버스)과 면허권이 이관될 직행좌석형(광역버스) 수익률은 –3.9%, -5.8%로 적자지만, 새경기 준공영제 대상인 일반 시내버스 수익률은 6.4%로 높은 편이다.

 시내버스 업체에 올해만 2867억원(본예산 기준)에 달하는 혈세가 지원되면서 업체 입장에서 사실상 노선을 반납할 이유가 없다.

현재 도는 경기지역 시내·시외버스는 3444개 노선을 반납받을 방안에 대해서 본격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다.

◇노동자 처우 개선 대책 수반돼야

버스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기사 처우 개선도 고민거리다. 새경기 준공영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적정 수준의 기사 임금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을 보류하고 사측과 노동쟁의 조정기간을 연장한 경기지역 15개 버스노조는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도입한 광역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고 있는 시내버스 업체 소속이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국버스노조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2019.05.13.   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국버스노조파업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2019.05.13.   [email protected]

버스노조는 경기도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가 산정한 표준운송원가 세부항목 가운데 운전직 인건비가 있지만, 현실에 맞지 않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 적정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새경기 준공영제에서는 임금 수준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는 버스업체간 경쟁방식을 총비용입찰제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 낮은 노선운영비용을 제시한 업체가 노선을 낙찰받는 방식이다.

버스업체 입장에서는 노선 낙찰을 위해서 총비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조정이 쉬운 인건비를 낮게 조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기사들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입찰 응모 단계에서 기사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보장하도록 조건을 제시할 수 있지만, 무리하게 문턱을 높이면 버스업체 반발이 뒤따르게 된다.

한정면허 기간만료로 인해 운영권이 기존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로 넘어가면 고용승계 문제로 인해 기사들의 노동 불안이 심해질 거라는 우려도 있다.

앞서 도는 이달 9일 새경기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공청회에서 ‘노선입찰로 운송사업자 변경 시 고용불안에 대한 해소방안’을 정책 중점 검토사항으로 꼽았다.

경기지역자동차노조 관계자는 “표준운송원가 항목에서 인건비가 서울시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임금과 고용승계 문제로 기사가 더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지 않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재정부담 호소…결국 도민 부담으로

재정부담 문제는 준공영제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14개 시·군과 15개 업체, 56개 노선을 대상으로 준공영제 시행하는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4월20일부터 연말까지 242억원이 업체에 지급됐다. 올해 예산은 3배가 넘는 868억원으로 책정됐다.

도는 2020년 이후 새경기 준공영제 시행에서 도와 시·군의 재정부담을 50대50에서 30대70으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일선 지자체 반발이 예상된다.

도비든 시·군비든 결국 혈세라는 점에서 업체 금전적 부담을 도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 마땅한 감시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유병욱 수원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사무국장은 “시내버스는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라 세금을 투입하는 일 자체는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재정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낭비는 없는지 감시하는 체계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유 사무국장은 “지난해보다 준공영제 예산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예산낭비로 흐르지 않도록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노선은 민간자산이라 강제로 회수할 수 없어서 자발적인 반납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총비용입찰제 관련해서는 모든 항목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는 실비로 정산해 기사 처우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밖에 우려되는 사항은 지금의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참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시범사업 단계이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이달 9일 북부청사에서 도민을 대상으로 새경기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오는 20일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추진현황에 대한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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