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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 일기, 문보영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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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6 11: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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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어른이 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세상살이에 지쳐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추억여행을 안내하는 산문집이다.

201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문보영(27)씨가 썼다. 블로그에 올렸다가 비공개로 돌린 20대 이후의 일기들을 엮었다. 일상에서 겪은 일을 달콤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써내려갔다.

그녀에게 일기는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아니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였다. '일기'라는 이름을 빌려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펼쳐보인다. 과거 연인들과의 추억을 비롯해 사랑·결혼에 대한 생각, 우울증·불안장애 치료를 위해 정신과를 드나든 기록 등이 실렸다.

"결혼이 마치 사랑의 결말인 것처럼 말하는 이야기들은 우습다. 사랑한 게 운명인 거지. 결혼한 사람들만이 사랑에 성공한, 운명적인 인연인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문득, 몇 년 전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누굴 걱정하자 친구는 내게,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거냐고 물었다. '사랑에 빠지면 나는 나를 걱정해.' 나는 대답했었다. 한 때, 너무 망가지기 전에는 나도 누군가를 걱정할 줄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은 반만 참이다. 시간은 독이고 시간은 약이기 때문에. 시간은 양날의 칼 같이 무서운 놈이다. 뱀에 물렸을 때는 시간이 약이 아니다. 방치는 독이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봉합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간이 상처를 곪게 한다. 병원을 가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문 시인은 "결국 나는 뭔가를 끼적이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인간이고, 그것을 세상에 보따리의 형태로 던지는 인간이다. 땅을 잘 보며 걷는 인간들이 가끔 그 보따리를 열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예술가들이 하는 짓이란 결국 세상에 계속 보따리를 던지고, 말이 안 되는 보따리를 누군가 열어보기를 바라고, 열어보지 않더라도 누군가 열어본다고 믿으며 계속 무언가를 던져야 하는데, 그건 결국 살아가는 시도이고 살아있음을 시도하는 형식이며, 그것은 나에게 책의 형태로 다가온다." 244쪽, 1만3800원, 쌤앤파커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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