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계급, 제주도로 이주하고 있다···박정근 ‘입도조’
ⓒ박정근. 인해
2010년 전후로 제주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도시의 생활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이들이 제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의 한갓진 바닷가나 중산간에 집을 마련, 카페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농사를 짓고, 육지와 제주를 오가는 삶의 방식을 마련해 살아가는 이들이 눈에 드러나게 많아졌다. 더불어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들이 제주로 들어왔다. 왜인지 제주가 그들을 불렀고, 소환된 이들은 이제 새로운 입도조가 되려 한다.
박정근은 이들을 제3세대 입도조로 정의한다. 그리고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안정적 급여생활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불안계급(precariat) 개념을 제안, 이들 내에 불안(Anxiety), 소외(Alienation), 사회적 무질서(Anomy), 분노(Anger)인 4A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 것에 기댄다. 이들을 불안계급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도 불안계급에 속한다는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이들을 관통하는 코드를 자연스럽게 찾아냈다. 즉,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불안계급을 유인한 자연과 문화를 제주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박정근. 효정
안정적 경제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변부를 부유하다가 제주로 이주한 청년세대는 화려한 색감의 재기 넘치는 소품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4A가 내재된 불안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말한다.
ⓒ박정근. 이하나
작가는 경일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0년 경향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2년 갤러리룩스 신진작가, 2017년 10th KT&G 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박정근. 종달리 당.
전시는 6월24일까지. 6월19일에는 전시장에서 동명의 단행본 발간을 기념하는 모임도 연다.
ⓒ박정근. 중산간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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