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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계급, 제주도로 이주하고 있다···박정근 ‘입도조’

등록 2019.05.20 0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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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인해

ⓒ박정근. 인해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사진가 박정근(41)이 ‘입도조’ 전시를 6월1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Ⅰ에서 개막한다. 제주도라는 섬에 들어와 조상이 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입도조(入島祖)다.

2010년 전후로 제주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도시의 생활공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이들이 제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의 한갓진 바닷가나 중산간에 집을 마련, 카페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거나 농사를 짓고, 육지와 제주를 오가는 삶의 방식을 마련해 살아가는 이들이 눈에 드러나게 많아졌다. 더불어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들이 제주로 들어왔다. 왜인지 제주가 그들을 불렀고, 소환된 이들은 이제 새로운 입도조가 되려 한다.  

박정근은 이들을 제3세대 입도조로 정의한다. 그리고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안정적 급여생활자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불안계급(precariat) 개념을 제안, 이들 내에 불안(Anxiety), 소외(Alienation), 사회적 무질서(Anomy), 분노(Anger)인 4A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 것에 기댄다. 이들을 불안계급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도 불안계급에 속한다는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이들을 관통하는 코드를 자연스럽게 찾아냈다. 즉,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불안계급을 유인한 자연과 문화를 제주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박정근. 효정

ⓒ박정근. 효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입도한 이들은 불안계급에 속한 이방인이었고, 이들에 대한 작업을 통해 박 작가는 자화상을 찍어가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박정근이 제주에서 찍은 해녀에서부터 입도조, 4.3 유가족 등 일련의 작업들은 관찰자로서든 증언자로서든 모두 제주라는 환경에 속한 작가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안정적 경제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주변부를 부유하다가 제주로 이주한 청년세대는 화려한 색감의 재기 넘치는 소품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4A가 내재된 불안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말한다.

ⓒ박정근. 이하나

ⓒ박정근. 이하나

“제주의 자연이건, 사람이건, 혹은 조형물이건, 본디 제주 토박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사진 속 제주 입도조들은 이제 막 입도하여 제주 땅에 아직 뿌리를 박지 못한 채 이물감을 내뿜고 있다. 타이어가 점점이 박힌 중산간 소규모 테마파크에 있는 조악한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해안가 신당에 있는 제주 사람들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한 현란하게 화려한 조화더미처럼. 시간이 경과하면서 청년세대 입도조도, 자유의 여신상도, 그리고 조화도, 야자수나 감귤이 원래 제주의 것으로 인식되는 것마냥 제주 풍경에 붙박이로 스며들 것이다.”

작가는 경일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0년 경향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2년 갤러리룩스 신진작가, 2017년 10th KT&G 상상마당  SKOPF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박정근. 종달리 당.

ⓒ박정근. 종달리 당.

잠녀(갤러리 파주, 2016), 갤러리룩스 신진작가 지원전(2012), 나를 구성하는 공간(부산 토요타포토스페이스, 2012) 등의 개인전과 제10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전(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백마니너스삼십(제주 아트스페이스C,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시는 6월24일까지. 6월19일에는 전시장에서 동명의 단행본 발간을 기념하는 모임도 연다.
ⓒ박정근. 중산간 여신

ⓒ박정근. 중산간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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