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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그랜드 하얏트 인천 파룰렉 총주방장 "한식은 늘 어메이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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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1 07:00:00
김치찌개 먹어본 것 계기로 한식 매료
지극한 한국 사랑…한국인 여성과 결혼
한국에 향수, 2년 만에 총주방장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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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랜드 하얏트 인천 티머시 파룰렉 총주방장
【인천=뉴시스】김정환 기자 = "꿈의 호텔이 동시에 러브콜을 했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좀더 좋은 정도였다면? 그때도 기꺼이 한국행을 선택했을 것이다."

한국인만큼, 어쩌면 한국인보다 훨씬 한식을 사랑하는 셰프가 있다. 한식을 사랑해서 한국을 사랑하게 된 그는 한국 여성과 사랑에 빠져 가족을 이뤘다. 이제 한국에서 요리 인생의 '제2막'을 열어가는 중이다.

지난 3월 중순 중구 운서동 그랜드 하얏트 인천 총주방장으로 부임한 티머시 파룰렉씨 이야기다.

그는 이 호텔이 하얏트 리젠시 인천이던 2012년 7월 주방 팀에 합류해 이 호텔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웨스트 타워 개관, '그랜드 하얏트' 승격 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5년 부총주방장에 올랐다.

2017년 세계적인 호텔 체인 하얏트의 언 바운드 컬렉션 중 하나인 미국 필라델피아 벨뷰(Bellevue) 호텔의 총주방장 소임을 맡아 한국을 떠난 그는 2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한국을 떠나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내내 한국을 생각했다. 4년 이상 동고동락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 주방의 실력 있고, 사람 좋은 동료들이 그리웠다"는 파룰렉 총주방장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지내던 2년 내내 먹은 저녁 식사가 한식이었다는 사실에서 '한국'과 '한식'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뜻이 있으니 길이 열린 것일까. 올해 초 그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총주방장으로 일하겠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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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랜드 하얏트 인천 '레스토랑 8'
파룰렉 총주방장은 "뛸 듯이 기뻤다. 내 향수(鄕愁) 아닌 향수를 아는 현지 친구들도 '고향에 돌아가는구나' '집에 가네' 등 축하해줬다. 정말 그런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문득 그의 눈에 물기가 어렸디. 잠시 감정이 울컥하는 듯했다.

미국 메릴랜드주의 한 작은 마을 출신인 파룰렉 총주방장의 한식 사랑은 약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릴랜드의 한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던 중 한국인 인턴이 만들어준 김치찌개를 처음 맛보게 됐다.

"아주 어메이징했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완벽했다. 산미부터 묵직함까지. 건강 때문에 수프를 안 먹는 나였지만 그 자리에서 절반 넘게 먹었다. 인턴이 '그러다 탈 난다'고 말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맛에 매료된 파룰렉 총주방장은 인턴에게 김치찌개를 만드는 법은 물론 김치 담그는 법, 각종 한식 요리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자기 밑에서 일하는 인턴을 '요리 스승'으로 모신 셈이다.

2003년 하얏트 리젠시 체사피크 베이에 입사하며 하얏트의 일원이 된 그는 몇 년 뒤 파크 하얏트 워싱턴으로 옮겨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블루 덕 터번'(Blue Duck Tavern)에서 일했다.

워싱턴 D.C에는 한국인이 많은 덕에 한식당도 곳곳에 있었다. 블루 덕 터번이 워싱턴 지역 매체로부터 '최고의 신규 레스토랑' '100대 레스토랑' 등으로 연속 선정되는 데 힘을 보태며 승진 가도를 달리던 중에도 파룰렉 총주방장은 '불고기' '신선로' 등 한식 문화 속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한식의 세계는 항상 어메이징했다. 하하하."

그즈음 파룰렉 총주방장은 현지 한 레스토랑에서 파티시에로 일하던 한국 출신 3살 연하 여성을 만나 결혼에 이르렀다. 한식 애호가가 한국의 백년손님이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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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랜드 하얏트 인천 '그랜드 카페'
2012년부터 2017년끼지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일한 것은 한국과 한식을 사랑하는 그에겐 '행운'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랑은 오히려 미국으로 돌아간 뒤 더욱더 커졌다. "마치 공기나 물이 풍부할 때는 몰랐다가 부족하면 몹시 간절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는 그의 말이 실감 났다. 
 
그렇다고 해도 그를 한식에 푹 빠진 외국인 셰프 정도로만 여긴다는 것은 그를 '절반'밖에 보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세계적인 호텔 체인 하얏트 산하 유명 호텔과 미쉐린 스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거치며 실력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은 그가 아닌가. 

실제 그는 2010년부터 하얏트 리젠시 쿠라사우에서 일하며 그릴 레스토랑 '쇼어'(Shore), 지중해식 레스토랑 '메디'(Medi), 스시 바 '스윔'(Swim) 등의 오픈과 성공에 기여해 셰프로서 더 없는 찬사를 들었다.

이 호텔에서도 그는 이스트 타워의 시그니처 레스토랑 '레스토랑 8'의 이탈리아 요리 섹션 ‘쿠치나' 주방을 책임져 2012년부터 3년 연속 이탈리아 상공 회의소가 선정한 '세계적인 이탈리아 레스토랑’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파룰렉 총주방장은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동·서양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8을 비롯해 웨스트 타워의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카페',로비 라운지 '스웰 라운지', 바 '비 바 & 가라오케', 야외 바비큐 '풀 하우스' 등 식·음(F&B) 업장과 연회장의 '미각'을 책임지고 있다.

'요리 철학'은 무엇일까. 바로 "최고의 식자재를 선택해 무언가를 가미하는 것을 극소화하고, 최대한 심플하게 조리함으로써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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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랜드 하얏트 인천 '풀 하우스 테라스'
그는 "20여년간 요리해오며 세계 각국 출신의 수많은 마스터 셰프를 모셨다. 그런데 그분들의 공통된 요리 철학이 바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었다"면서 "그런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나는 항상 겸손한 자세로 원재료에 대한 사랑과 이해심을 바탕으로 요리하려고 한다. 재료의 역사는 어떻고, 전통은 무엇인지, 그 재료를 왜 그런 방식으로 요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 재료들로 더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룰렉 총주방장이 "요리사가 유명해지려고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환상을 갖고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요리사는 환상 대신 열정을 품고 매일매일 작은 일을 충실히, 지속해서 이뤄나가야 한다. 그러는 사이 실력이 쌓이고 성장한다"며 "그릇을 닦든, 파슬리를 썰든 모두 셰프가 되는 과정이다. 물론 앞이 보이지 않고, 막막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부터 열심히 하면 반드시 훌륭한 세프가 된다. 나도 처음에 한 일은 메릴랜드 켄트 섬의 아주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그릇을 닦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에서, 그것도 4년 넘게 정들었던 호텔에서 셰프로서 최고의 자리인 총주방장으로서 다시 일하게 된 파룰렉 총주방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먼저 "한국에서 오랫동안 있고 싶다. 풍광의 아름다움, 사람들의 정, 맛있는 음식이 너무 좋아서다. 게다가 아버지로서 이제 갓 첫돌을 지낸  딸에게 그런 한국에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나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 주방에서 이룰 것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그간 해외 여러 레스토랑에서 배운 다양한 요리법과 경험한 맛에 대한 기억을 활용해 한국에 있는 귀한 식재료들로 지속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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