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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황교안의 5·1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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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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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지난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가겠다고 밝힌 직후부터 항의와 반대가 몰아쳤던 결정이었다.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시킨다", "진정성 없는 행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그는 "국가 기념일에 준하는 절차들이 진행되는데 마땅히 제 1야당 대표로서 가는 것이 도리"라며 "광주 시민에게 말씀을 듣고, 또 질타가 있으면 피하는 것보다는 가서 듣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정략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황 대표가 광주에서 좀 얻어맞고, 다른 지역이나 자기 진영에서 표를 얻으려 하는 의도가 보인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황교안은)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다. 광주에 오면 눈을 마주치지 말고 말도 붙이지 말고 뒤로 돌아서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결국 18일 그가 들어선 현장의 모습은 모두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유족들의 아우성과 추모단체의 격렬한 반발로 경호 인력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들어가는 내내 곤욕을 치러야 했다. 급하게 떠나면서 훼손시킨 잔디까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질타를 피하지 않겠다는 황 대표의 입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받아야 할 비판이라면 기꺼이 마주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쇼잉'(보여주기) 정치라고 손가락질 받을 지라도 그러한 제스처 역시 정치인의 의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의 '보여주기'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말 뿐 아니라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폭우처럼 퍼붓는 정치인들의 화려한 말들 속에서 진실을 판가름하는 데 이미 사람들은 이골이 나 있다.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와 진상규명위 구성 완료, 왜곡처벌법 제정 등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은 진정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황 대표와 김정숙 영부인의 악수 논쟁으로 기싸움을 이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숱한 반발 속에서도 도리를 지키기 위해 갔다고 떳떳이 말하려면, 사소한 트집 잡기로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말은 그렇게 해 놓고 정작 행동으로는 논란을 계속 키운다면 그 목적성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5·18 기념식은 이제 지난 일이다. 일반적으로라면 한국당은 1년 중 가장 어려운 행사가 지나갔음에 안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고 해결된 건 없다. 징계와 진상규명위에 대한 질문도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계속될 것이다. 결국 한국당은 자체적으로 5·18 기간을 연장시킨 셈이다.

기념식이 있던 날, 한 광주 시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황 대표의 방문에 대해 "5·18 정신을 폄훼하지 않게 지켜나가려면 참는 수밖에 없다.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표 한 사람의 방문으로 소란스러워진 행사장에서 한국당은 냉대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중을 알 수 없는 방문에 상처를 헤집는 아픈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것은 결국 다수 국민이었다. 그 속에 광주 시민들이 있다.


whynot8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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