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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한글맞춤법의 ‘맞춤’은 어법에 맞는 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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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1 06:01:00  |  수정 2019-05-28 09: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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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한글맞춤법’은 본래 쉬운 ‘한글마춤법’이었다. 왼쪽은 동아일보 1932. 11. 22일자, ‘사흘 동안 백열전을 계속한 한글토론회 속긔록’ 중에서.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한글맞춤법은 ‘국어기본법’의 어문규범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규범이다. 바름을 강조하여 ‘국어정서법’이라고도 하는데, 국민들의 어문생활을 바르게 인도하는 중요한 길잡이다. 그런데 첫 단추 격인 ‘한글맞춤법’의 ‘맞춤’이란 표기부터 매우 어렵고도 큰 문제가 있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가 1933년 10월 29일 ‘한글마춤법 통일안’이란 이름으로 처음 발표할 때는 ‘맞춤’이 아니라 ‘마춤’이었다. ‘마’ 밑에 ‘ㅈ’이 없었다. 나아가 <사진>에서처럼 1937년 ‘한글 마춤법 통일안 고친판’ 때까지만 해도 ‘맞춤법’이 아니라 ‘마춤법’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통일안의 제19항에서는, “형용사의 어간에 ‘이’나 ‘히’나 또는 ‘후’가 붙어서 동사로 전성한 것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바꾸지 아니한다(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로 규정한 뒤,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굳히다, 잦히다, 밝히다, 넓히다, 늦후다, 맞후다’를 취하고 ‘구치다, 자치다, 발키다, 널피다, 느추다, 마추다’를 버린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분명 소리 나는 대로 적었던 방식인 ‘마추다’를 버리고 어간의 원형인 ‘맞’을 밝혀 적는 ‘맞후다’를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규정과 일관되게 ‘마추다’의 명사형인 ‘마춤’ 또한 버리고 ‘맞훔’을 취해 통일안의 제목을 ‘한글 맞훔법’이라 해야 옳다. 그런데 1933~1937년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표지 제목과 머리말 등에는 계속 ‘마춤법’이라 적혀 있으니 이는 19항 규정에 위반되는 표기였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위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총론 첫 문장은 “한글 마춤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였다. 이는 오늘날 한글맞춤법의 총칙 제1항과 같은 내용이다. 그렇다면 ‘맞훔’ 및 ‘마춤’과 관련된 우리말 어법은 무엇인가? ‘격음화=거센소리화 법칙’이다. 당시 한글마춤법의 안을 낸 핵심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이희승은 이 ‘격음화 법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1932년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동안 동아일보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조선어철자법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사진>에서와 같이 ‘ㄱ+ㅎ=ㅋ, ㄷ+ㅎ=ㅊ, ㅂ+ㅎ=ㅍ, ㅈ+ㅎ=ㅊ’의 격음화 자료를 제시했다. 거기에도 분명히 “맞후→마추”가 보인다.

규정은 ‘맞훔’인데 제호는 ‘마춤’이라는 이런 불일치는 1940년이 되어서야 개정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춤’만 ‘맞훔’으로 고치면 됐는데, 조선어학회는 이상하게도 규정과 표기 모두를 손보았다. 1940년 6월 15일자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19항 을 보면, ‘갖후다, 낮후다, 늦후다, 맞후다’의 사동접미사 ‘후’를 ‘추’로 고치고 ‘마춤법’도 ‘맞춤법’으로 고친 것이다.

원자를 쪼개면 원자핵과 전자로 나뉘듯, ‘마추다’의 ‘추’는 ‘ㅈ’과 ‘후’로 분리된다. ‘ㅈ’을 ‘마’ 밑으로 보냈으면 남는 것은 ‘후’이니, 어법에 맞게 ‘맞훔법’으로 써야 마땅하다. 그런데 조선어학회는 ‘마춤법’과 ‘맞훔법’을 모두 버리고 ‘맞춤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표기법을 내놓았다. 왜 그랬을까? 본래 규정에 따라 ‘맞훔법’으로 고쳐놓고 보니, 그게 ‘맏훔법’으로 변해 ‘마춤법’이 아닌 ‘마툼법’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뜻밖의 난제에 봉착한 것이다. ‘마춤’을 택하면 19항 자체를 폐기해야 하고, ‘맞훔’을 취하면 의도와는 달리 ‘마툼’으로 읽히고 만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맞춤’이란 표기였다. 그러나 그것은 ‘도칵’으로 발음되는 ‘독학(獨學)’을 ‘독칵’으로 적는 것과 같은 불합리하고 잘못된 철자법이다.

‘마추다’는 ‘마초이다’ 또는 그것의 합침(초+이=쵸)인 ‘마쵸다(월인석보17:20)’의 변음이다. 그러니 그 안에 사동접미사 ‘이’가 들어있어 ‘마추다=마츄다’임을 헤아려야 한다. ‘맞’을 굳이 밝힐 요량이면 ‘맞흄법’으로 적으면 구개음화법칙도 작동돼 ‘마츔법=마춤법’으로 읽힐 것이다. 사실 ‘만남’은 ‘맞남’인데 원형인 ‘맞’을 취하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그것처럼 쉽고 일관되게 ‘마춤법’으로 통일해야 세종의 바람대로 국민들이 맞춤법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일용에 편안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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