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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매뉴얼 보니…아동학대와 훈육, 어떤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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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4 15:27:20
'아동학대 수사업무 매뉴얼' 속 아동학대
회초리로 때려 멍들면 신체 학대 가능성
형제·친구와 비교·차별·편애도 학대 해당
폭력은 원칙적 학대…훈육 엄격히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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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9 아동학대예방, 우리 아이를 위한 따뜻한 한마디 캠페인'에서 한 어린이가 아이지킴콜 112 부스에서 지킴콜 체험을 하고 있다. 2019.05.05.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이 아동학대 수사와 관련해 경계가 모호한 훈육, 정서적 학대 등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해 주목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아동청소년과가 이날 일선에 배포한 91페이지 분량의 '아동학대 수사업무 매뉴얼'에는 아동학대의 개념, 유형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매뉴얼에서는 아동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유기 ▲방임으로 구분했다. 또 판례 등을 고려해 훈육과 학대를 구별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제시됐다.

매뉴얼에 의하면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행위'인 신체적 학대는 손·발 등으로 때리는 행위뿐만 아니라 꼬집는 행위, 세게 흔들거나 벽에 밀어 부딪치게 하는 행위, 약물 등으로 상해를 가하거나 화상을 입히는 행위 등이 해당한다.

특히 훈육과정에서 필요한 징계라는 이유로 회초리로 10세 아동의 머리, 팔, 허벅지, 엉덩이, 어깨 등 신체를 세게 때려 멍이 들게 한 경우 등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 학대 예시로 다뤄졌다.

이 사건에서 아동의 친부와 함께 살던 여성은 "하라는 숙제와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밖에서 놀기만 하고 거짓말하는 습관이 있어 고치려고 때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훈육하려 했다'는 주장은 아동학대 수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경찰은 아동 신체에 멍이 들거나 손바닥 자국이 남은 상황 등을 접했을 때 학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생후 8개월 아동이 탑승한 유모차를 앞뒤로 강하게 23회 흔들었던 사례, 상습적으로 아동의 머리·팔·다리를 수차례 폭행한 행위 등도 신체적 학대의 예시로 언급됐다.

외형 증거를 찾기 어려운 '정서적 학대'로는 어린이집에서 폭언과 위협,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는 물론 '형제·친구 등과 비교·차별·편애 왕따 시키는 행위'까지 해당할 수 있다고 제시됐다.

가정 내에서 수차례 아동에게 욕을 하고 다른 아동이 맞는 학대 장면에 노출시키거나, 초등학교에서 특정 학생을 지목해 왕따가 되도록 유도하는 행위 역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방임'에 따른 학대 사례로는 친부가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동을 제주도로 데려간 뒤 초등학교를 보내지 않고 PC방에 방치하거나, 가정 내 다툼 이후에 친구 집을 전전하면서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던 사건이 제시됐다.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가 원생을 폭행하거나 정서적 학대를 하고 있음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원장 또한 방임을 한 것으로 본 사례도 있다.

매뉴얼에는 어린이집에서 영유아인 만 1세 아동의 볼을 꼬집거나 엉덩이를 때렸거나, 울고 떼쓰는 아동들을 문이 닫히고 불이 꺼진 교실에 1시간가량 방치한 경우는 훈육이 아닌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내용도 있다.

훈육은 아동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며,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최후적 수단으로 이뤄졌어야 하며, 방법 또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칙적으로 폭력은 학대가 될 수 있고, 설령 훈육의 목적·수단·방법이 적절해도 신체에 상처가 생기거나 아이의 발달에 해를 끼지는 정도라면 그 또한 학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는 매뉴얼을 토대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접근하되 전후 상황과 행위의 양태, 주변 사정, 심적 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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