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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체벌 방패막' 자녀 징계권…그간 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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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5 05:30:00
폭행·아동학대 위법성 조각사유로
교육 목적 등 고려해 유무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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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정부가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민법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현행 민법상 자녀 징계권이 실제 형사 재판에서 어떻게 적용돼 왔는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징계권'으로 불리는 민법 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하거나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 허가를 얻어 감화·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 범위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명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랑의 매' 일환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도 민법상 친권자의 권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재판에선 폭행이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모들이 징계권을 근거로 무죄를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형법이나 아동복지법상 자녀를 폭행·학대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인데, 민법상 징계권을 근거로 실질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위법성 조각사유를 주장하는 것이다.

법원에서도 이를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2년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고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지만, 건전한 인격 육성을 위해 필요 범위 안에서 상당 방법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관련 사건 하급심에서도 교육 의도나 사회 통념 등을 근거로 체벌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홍은숙 판사는 최근 16세 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컴퓨터 게임만 하던 아들에게 잔소리했고, 아들이 대들자 뺨을 한 차례 때렸다. 하지만 법원은 단순한 화풀이가 아닌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폭행이고,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 속하는 행동이라고 봤다.

도둑질 버릇을 고치겠다며 파리채로 딸을 수차례 때린 부모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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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백정현)는 2012년 7월 김모(45)씨의 폭행 등 혐의 사건에서 징계권 내 체벌을 인정했다.

김씨는 당시 9세였던 딸에게 물건을 훔쳤는지 묻던 중 화가 나 효자손이나 파리채로 딸을 폭행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자꾸 물건을 훔치는 딸을 훈계하려는 목적이었고, 아버지로서 딸을 징계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당 정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글씨를 잘못 적었거나 차량에 낙서했다는 이유로 11세 아들을 회초리로 10여차례 때린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 법원은 체벌 수단이나 횟수, 다친 정도 등을 고려해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동기였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반면 단순히 화풀이나 학대 목적으로 자녀를 폭행한 경우 법원은 체벌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부(부장판사 김인택)는 2016년 자신을 무시한다며 목검으로 14세 아들을 20차례 때린 이모(54)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단지 자신을 보러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한 물건으로 때린 건 교육을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2심과 대법원에서 상소가 기각되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민법상 징계권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해야 한다는 건 확립된 판례"라며 "개정 논의를 통해 체벌이나 징계 기준을 마련하고, 부모라면 당연히 체벌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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