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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장 기엔 케라스, 앙상블 레조난츠와 황홀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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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6 13: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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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엔 케라스 ⓒLG아트센터
【서울=뉴시스】 김나희 클래식음악평론가 =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실내악부터 다양한 동료 음악가들과의 협업 등 세대 연주자들 중 가장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프랑스 첼리스트 장 기엔 케라스(52)가 앙상블 레조난츠와 함께 24일 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했다.

쇤베르크, 알반 베르그의 '서정 모음곡' 음반을 출시한 앙상블 레조난츠와 함께 빼어난 합을 보여준 케라스는 하이든,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의 첼로 협주곡과 20세기 작품인 지메르만을 선택하는 독보적인 레퍼토리를 들고 왔다.

'규모가 큰 실내악'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특히 실연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보이는 앙상블 레조난츠는 이미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공연이었다.

케라스는 이미 유명 클래식음악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를 통해 하이든(2004)과 CPE 바흐 협주곡(2018) 음반을 선보였다. 두 음반 모두 대중과 평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앙상블 레조난츠와 함께한 이번 연주는 그가 기존 유수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했던 것에 비해 한발 짝 더 앞으로 나와 독주자로서의 개성을 완연히 드러낸 무대였다.

명기인 '조프레도 카파'를 통해 뿜어내는 특유의 이상적인 음색과 밀도 높은 소리에, 연주자로서의 연륜이 더해져 케라스의 첼로는 실연에서 즉각적으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악상이 전개되며 매 악장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 만큼 탁월했다.

유려한 완급 조절로 매 순간 앙상블과 합을 맞추며 생기를 불어 넣다가도 깊은 소리를 낼 때에는 묵직한 걸음으로 몽상가처럼 아주 먼 곳으로 순간 훌쩍 떠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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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엔 케라스 & 앙상블 레조난츠 ⓒLG아트센터
1악장의 카덴차는 최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무용수의 춤에서 잠시 무중력을 느끼는 것처럼 시공간의 차원을 잊게 만드는 절창이었다. 2부의 CPE 바흐의 첼로 협주곡에서, 케라스와 앙상블 레조난츠는 음반과는 달리 불균질한 듯한 질감의 음향으로 과도기적 시대에 탄생한 곡의 특색을 살려, 실연만이 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경험을 선사했다.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앙코르로 연주한 바흐의 모음곡중 4번 프렐루드는 그가 안무가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가 이끄는 로샤스 무용단과 선보인 '우리가 삶의 한 가운데'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곡이다. 장르를 뛰어넘는 협업을 통해 더욱 단련된 리듬, 호흡과 강약조절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무용수를 위한 춤곡과도 같았다.

다시 하이든의 '교향곡 48번'으로 앙상블 레조난츠는 화려하고도 우아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무대 위에 가져오며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앙상블이 보여줄 수 있는 실내악적 미덕을 보여줬다.

빠듯한 아시아 투어 일정으로 인해, 바로 전날 밤 중국에서 공연을 하고 서울 공연 당일에 날아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기량이었다. 케라스와 앙상블 레조난츠는 26일 통영에서도 클래식 팬들과 만난다.

'예술이라는 은하에서' 저자 nahui.adelaide.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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