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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의원님들, 서초동 좀 그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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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31 18:58:29  |  수정 2019-05-31 19: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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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서 취재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국회의원을 만난다. 그들 손엔 어김없이 서류 봉투가 한 장씩 들려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이렇게 적혀있다. '○○○ 의원 △△△ 혐의 고소·고발장.' 그렇다. 상대당 의원을 고발하거나 고소하러 들른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문제를 서초동으로 가져오는 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근 한 달만 봐도 그렇다.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법위반·공동상해·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선진화법위반 고소·고발이 있었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여당 의원 모욕죄 고소·고발도 기억난다. 여당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외교상 기밀누설 고발, 자유한국당의 서훈 국정원장 국정원법 위반 고발도 줄지었다.

억울한 일을 해결해달라고 수사기관에 요청하는 건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고 권리가 박탈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찜찜하다. 피혐의자를 처벌해서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것인지, 상대 진영을 피혐의자로 만드는 게 목적인지 모호하다. 목적 자체여야 할 고소고발권이 수단이 돼버렸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검찰도 곤혹스럽다. 사건이 접수된 이상 기소든 불기소든 어느 한쪽으로 결과를 내야 하는데, 어떤 결론을 내려도 불만은 나온다. 그리고 '패배'한 쪽에선 정치검찰을 운운하며 수사 결과를 비난한다.

지난 16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 기자간담회에서 재킷을 흔든 것도 그 일환이었으리라. '재킷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라, 옷을 잡고 있는 손이 흔들린다'는 문 총장 메시지는 검찰에 정치 사건을 그만 맡기라는 호소 아니었을까.

국민은 답답하다. 정치 사건이 들어오면 검찰은 수사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사건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여의도 의원님'들은 검찰청으로 가 "제대로 수사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간다. 정작 수사가 필요한 국민은 그저 손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 서초동 관계자는 "예전 3김(三金)시대엔 갈등이 있으면 대표들끼리 만나 술 먹고 털어버렸다"고 회상했다. 국민이 국회의원에 권력을 부여한 건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검찰에 그만 기대고, 정치 문제는 정치인들끼리 해결하면 좋겠다.

"검찰 권력이 비대화됐다"고 비판하시는 의원님들, 정작 그 칼자루를 누가 쥐여줬는지 한 번쯤 고민해주시길.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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