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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권향상 차원의 성평등,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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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0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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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만한 영화다. 페미니즘 운동의 활성화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 한국이다.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극우극좌 커뮤니티처럼 사회분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페미니즘이 오해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어로 '여성주의 운동' 정도로 해석된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 우월주의나 남녀갈등 조장론이 아니다. 남녀가 성별에 근거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양성평등 운동이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원제는 '온 더 베이시스 오브 섹스(On the Basis of Sex)'다. '성별에 근거해' 쯤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듯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하나씩 철퇴하고자 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6)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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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1950년대 전체 학생의 단 2%에 해당하는 9명의 여학생 중 한 명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 수석으로 졸업한다. 변호사가 돼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긴즈버그는 우수한 성적의 졸업장에도 불구하고 '여자이고, 애엄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로펌 면접에서 낙방을 거듭한다. 결국 꿈을 접고 두 아이를 키우며 법대 교수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1970년대, 우연히 남성 보육자와 관련된 사건을 접한다. 루스는 이 사건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고, 이 사건으로 인해 성차별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전쟁의 포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고 패배가 확정된 재판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루스는 그녀를 지지하는 남편과 이미 또 다른 시대의 여성상을 대표하는 딸의 응원에 힘입어 178건의 합법적 차별을 무너뜨릴 재판에 나선다.

178개 조항은 '신용카드를 남편 명의로 만들어야 한다', '여성 경찰관은 뉴욕에서 순찰할 수 없다', '여성이 군용 수송기에 타는 것은 불법이다', '여성은 탄광에서 일할 수 없다', '일리노이주에서 여성은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남성들처럼 수당을 더 받는 초과근무를 할 수 없다' 등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성 차별 내용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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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리드미컬한 전개다. 대학 시절부터 대학교수를 거쳐 다시 변호사로 활약하는 20여년을 담은 만큼, 속도감있게 나아간다. 지루해질 법한 타이밍이면 어김없이 시대를 건너뛰어 극 전개에 리듬감을 더한다. 

이와 함께 극에 긴장과 생기를 불어넣는 또 다른 요소는 음악이다. 음악감독은 아카데미상 수상 이력이 있는 작곡가 마이클 대나(61)가 맡았다. 이 영화의 음악은 늘 서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루스와 남편 '마티'의 절대 굴복하지 않는 강건한 정신을 보여주는 테마와 보수적인 사고를 지닌 정부로 대변되는 남성 중심의 옛 시절을 상징하는 두 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현실감 있고 디테일한 묘사도 영화 몰입도를 높인다. 주 시대 배경은 60~70년대 뉴욕이다. 제작진은 옛 뉴욕 느낌을 재현하기 위해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특히 시대상을 대표하는 색감을 나타내고자 사람들의 옷 색깔을 달리해 당대를 고증했다. 겉으로 보이는 의상뿐 아니라 속옷에까지 신경 썼다고 한다. 여성의 속옷은 시대별로 변화를 겪었다. 50년대에는 벽돌같이 무거운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70년대 들어서는 그 절반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극에서도 이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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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딥 임팩트', '피스메이커' 등을 연출한 미미 레더(67)다. '루스 베이스 긴즈버그' 역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펄리시티 존스(36)가 맡았다. 실제 루스 대법관의 조카인 대니얼 스티프만이 루스에게 도움을 받아 직접 시나리오를 써 사실성을 더했다. 절대적 지지자인 남편 '마티' 역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아미 해머(33)가 열연했다. 딸 '제인 긴즈버그' 역은 2018년 블록버스터 영화 '퍼시픽 림: 업라이징'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케일리 스패니(21)가 분했다. 

실제 모델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는 1972년 미국시민자유연맹 산하 '여성의 권리 프로젝트'를 공동 창립하고, 1973년 미국시민자유연맹의 변호사로 임명된 후 300건이 넘는 성차별 케이스를 맡았다. '법을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든다'는 원칙으로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역차별을 위해서도 싸우는 등 인권 향상을 위한 모든 종류의 차별 철폐를 위해 일생을 바쳤다.

 레더 감독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투운동, 타임스업 운동, 남녀평등에 대한 사회적 담론, 성평등, 임금 평등을 비롯한 평등권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 모든 것은 루스 베디어 긴즈버그로부터 시작됐다"며 현대 페미니즘 운동에서 그녀가 지니는 의미를 설명한다. 13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120분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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