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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사망자↑..."장시간 노동 원인", "인력충원 적자 문제"

등록 2019.06.06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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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렬 교수 "장시간 노동이 우울증상과 관련 높아…노동시간 줄여야"

윤진하 교수 "뇌심혈관계 질환 높아…장시간 근로·야외근로 관리 필요"

강성주 우본 본부장 "인건비 부담 커…올해 적자 2000억 예상"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최근 집배원 사망 증가 원인으로 꼽히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력 증원이 시급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재정적인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현재까지 교통사고, 질병(뇌심혈관/기타), 자살, 기타 사고로 숨진 우정사업본부 종사자는 248명이다. 이 가운데 집배원이 115명이다.

올해 우정사업본부 종사원 4만여명 가운데 뇌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인원은 총 5명이며, 이 중 집배원이 4명으로 가장 많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원도 각각 1건씩 있었는데, 모두 집배원이었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의 경우 뇌심혈관 질환으로 전체 15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집배원이 7명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6차례 발생했고, 5명이 집배원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6명에 달했고 모두 집배원이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전날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집배원 등 우정사업 종사자의 건강 증진과 산업안전 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한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형렬 교수(서울성모병원)는 "장시간 노동이 우울증상과 관련이 높다는 연구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고 경험자, 신규 입사자 등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게이트키퍼 프로그램도 실효성 있게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진하 연세대 교수도 "우정사업 종사원들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높은 편"이라면서 "장시간 근로와 야외근로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집배원들의 초과 근무시간을 보면, 1인당 주평균 7.4시간으로 나타났다. 주 평균 12시간을 초과해 일한 집배원도 2488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30.8%, 55.7%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집배원들은 장시간 노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소포의 경우 전체 물량의 40% 정도는 위탁 택배원들이 배송한다. 결국 집배원들의 근무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본부장은 "그렇게 하다보니 인건비에서 적자가 발생한다. 2011년 이후로 계속 적자였다. 인건비 부담이 커서 작년에 적자가 1350억원 났다. 적자는 올해 2000억, 내년 3000억까지 계속 증가할 것 같다. 일단 재정 문제를 해결한 다음, 인력충원을 할 수 있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최근 IT기술의 발달로 편지의 역할을 메신저와 SNS가 대체하면서 우편 사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토지 매각, 관리직들의 성과급 반납 등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 본부장은 "현장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 시점에선 재무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크다"며 "(인력 충원 등) 최우선 과제로 노조와 합의했고 이행할 것이다. 갈등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노동 문제는 집배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금·보험 등 행정직 종사자들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박육규 전국우정노동조합 사업대책국장은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바쁘다. 화장실도 못 가서 방광염에 걸리는 일이 태반"이라며 "500여명이 결여된 걸로 안다. 제대로 인력을 보강하고 현장에 배치해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국장은 이어 "현장에선 초과 근무도 예산에 맞게 하라고 한다. 이는 사람이 옷을 살 때 옷에 몸을 맞추라는 것과 같다"며 "현장에서 일한 만큼 또 그 환경에 맞는 만큼 초과 근무수당을 줘야 한다. 예산을 미리 정해놓고 일을 하라는 것은 상당히 현장과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병춘 과기정통부 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장도 "직장인들이 건강하게 퇴근해서 귀가하는 것은 기본적인 행복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는 사후가 아닌 예방이 목적이 돼야 한다. 모든 사고는 예비 증후가 나타난다. 그 증후를 무시하면 사고로 이어진다"면서 "비용절감으로 인해 관련 예산이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본부장은 "창구 인력 부분은 작년에 400명 정도 채용공고가 나갔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면서 "초과 근무시간 관리 문제에 대해선 본부가 요즘 비용관리를 하다보니 그런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예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끔 하겠다. 소위 관리자가 시간을 줄이고 하는 부분을 분명 고쳐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강 본부장은 "사람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1시간 걸리는 일을 누구는 1시간30분이 걸리기도 한다. 월급날이 되면 같은 일을 했어도 1시간30분 걸린 사람이 더 많이 받는다. 결국 다음달 월급날이 되면 1시간 만에 일을 끝냈던 사람도 1시간30분 동안 일한다"며 "현재 초과 근무시간 관리를 어떻게 개선할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정사업본부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노무법인 유앤의 최문성 팀장은 "안전관리의 경우 돈 등 우선순위에 밀려 즉각적으로 조치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안전은 타협하기 시작하면 언제 사고날 지 모른다"며 "관리감독자를 (내부인력 중) 팀장급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차라리 전문분야의 안전담당자가 있었으면 한다. 1명의 관리감독자가 사업장의 모든 것을 다할 순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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