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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이용 안됩니다"…마을버스, 유공자 혜택 사각지대

등록 2019.06.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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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관련 법안에는 열차와 지하철만

보훈처·전국버스 계약, 시내·시외 버스도

전문가 "정교한 제도로 이동권 보장해야"

보훈처 "현행 교통지원도 손실 못 메워"

【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 = "매일 아침 유공자라며 공짜로 타려는 승객분이 계신데 무료 이용이 불가능한 걸 모르시나봐요. 우리가 태우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제도가 그런 건데…"

서울 시내를 달리는 한 마을버스 기사의 한마디다. 아침 시간대 버스에 오르는 한 승객이 자신이 국가유공자임을 밝히며 버스에 무임으로 오르려고 했지만 관련법상 마을버스는 무임승차가 안되는 탓에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6일 국가보훈처(보훈처)에 따르면 교통시설이용지원 사업을 통해 전상군경과 공상군경 등 국가유공상이자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 애국지사 등에 해당하는 유공자 본인에게 교통시설의 무임 또는 감면 이용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보면 국가유공자와 5·18유공자에게 돌아가는 수송시설 지원에는 열차와 지하철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보훈처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과의 계약을 통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에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버스와 광역버스는 혜택 교통수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해당 법이 유공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향상,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마을버스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혜택 대상에 포함된다면 고연령층이 대부분인 유공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 평균 1000만명 이상의 대중교통 이용객 중 10%가량이 마을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노용환 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는 "마을버스까지 확대 지원해달라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국가유공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로, 예산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들은 대다수가 전쟁에 참여해 연로하거나 크고 작게 아픈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나 보훈처 등에서 이들에 대해 조금 더 정교하게 신경을 써 국가유공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좀 더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환승 제도가 없던 옛날처럼 (버스를) 두 번을 탔을 때 두 번 다 요금을 내야하는 상황과 지금은 시스템이 바뀌었기 때문에 예산 추가도 많이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훈처에 따르면 교통수단 혜택을 받는 유공자는 본인 기준 총 11만34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약 82%에 해당하는 9만2975명은 50대를 넘는 고연령층이다. 애국지사와 1급 상이자의 경우 동반보호자 1인까지 지원대상에 포함되는데 실제로 이들까지 합산한다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수는 더 늘어난다. 

아울러 보훈복지 차원에서 국가유공자들의 예우를 늘려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학주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제도 확립이 잘 돼 있는 유럽에서는 보훈복지라는 게 사회복지의 한 부분으로 통합이 돼 있다"며 "국가에 공헌한 이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하고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제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버스 무임 혜택이 생긴다면) 보훈 대상자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며 "국가유공자의 경우 소득이 아닌 공헌의 대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보다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시행 중인 버스 혜택도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요구하는 손실액 200억원 가운데 50%도 되지 않는 98억원가량을 주며 어렵게 계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증액을 해서 수송지원 혜택 대상을 늘리고 싶지만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보훈처는 올해 120억9000여만원을 교통시설 이용지원 예산으로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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