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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여운·뮤지컬 감동, 동시에 연주···'스쿨오브락'

등록 2019.06.11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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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쿨 오브 락' ⓒ에스앤코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에스앤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테일러 스위프트? 칸예 웨스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듀이'는 팝스타, 랩스타, 그리고 왕년의 스타를 언급하는 초등학생들 앞에서 절규한다. 록스타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레드제플린, AC/DC, 블랙사바스, 모터헤드···. 샤우팅으로 록의 전설적인 밴드 명단이 쏟아진다. 이후 강렬한 사운드가 귓가를 때린다.

할리우드 음악 영화 '스쿨 오브 락'(2003·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을 뮤지컬로 옮긴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는 원작의 생생함을 무대 위로 그대로 베껴낸다. 

'스쿨 오브 락'은 촌스런 외모와 돌발행동으로 팀에서 쫓겨난 록 밴드 멤버 듀이가 친구의 이름을 사칭하고, 초등학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듀이는 수업 대신 학생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 록 경연대회에 참가한다. 자연스레 성장담이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월드투어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 중인 뮤지컬은 영화보다 아이들의 개별 사연에 공을 들인 터라, 음악뿐 아니라 이야기도 입체적이다.
  
특히 초등학생 안팎 나이의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프로 로커 이상으로 일렉 기타·베이스·드럼을 능청스럽게 연주한다.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 등 영화에 사용된 3곡에 새롭게 작곡한 14곡이 추가됐다. '스틱 잇 투 더 맨(Stick It to the Man)', '유아 인 더 밴드(You're in the Band)' 같이 처음 들었지만, 귀에 감기는 곡들이 수두룩하다.

역시 영국 작곡가 겸 뮤지컬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71)답다. 잠깐, 웨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클래시컬한 뮤지컬 넘버를 만드는 젠틀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웨버?

웨버는 뮤지컬 마니아가 아니 어도 한 번은 들어 봤을 뮤지컬의 주역이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스티븐 손드하임(89), '레 미제라블'과 '미스 사이공'의 작곡가 클로드미셸 쇤베르그(75)와 함께 세계 3대 뮤지컬 작곡가로 꼽히기도 한다.

사실 웨버는 록 뮤지컬의 표본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댄스에 특화된 뮤지컬 '송 & 댄스'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쿨 오브 락'의 음악적 특징은 웨버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점이다. 록을 비롯해 클래식, 팝, 오페라 등이 조화를 이루는데 화룡점정은 커튼콜이다.

[리뷰]영화 여운·뮤지컬 감동, 동시에 연주···'스쿨오브락'

록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와 화려한 안무가 더해지면서 드라마틱함을 선사한다. 웨버의 '셀프 디스' 위트도 숨어 있다. 딱 부러지는 초등학생 '서머'가 '캣츠'의 '메모리'를 부르자, 듀이는 그게 무슨 음악이냐며 핀잔을 준다. 거장의 여유라고 할까. 

영화가 개봉한 지 10여년이 지난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음악만 새로 추가했을 뿐, 이야기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는데 뮤지컬은 현시점에서 원작의 힘을 재발견한다.

힙합, EDM, 그리고 K팝의 부상 속에서 록 음악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패잔병 취급 받는 듀이의 신세에 더 공감이 간다. 명문학교에서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가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이미 절감한 이야기다.

과거의 이야기,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듀이와 초등학생들이 '권력자에 맞서라'고 입을 모아 합창할 때, 산업이라는 권력에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는 '록의 스피릿'이 일깨워진다. 뮤지컬 주관객층인 20~30대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작품에 공감하는 이유다.

원작을 뮤지컬로 옮길 때는 명분,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데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록의 기운을 타고 이를 정당화한다. 영화에서 듀이 역을 맡은 잭 블랙(50) 못지 않게 익살과 에너지로 이 역을 살리는 존 글룰리(26)의 열연도 높게 살 만하다.

월드투어이다 보니 영어로 공연하는데, 자막에 뜨는 한국어 번역은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번역가 황석희(40)씨가 맡았다. 황 번역가는 밴드 '퀸'을 조명해 신드롬을 일으킨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라디오헤드의 리더 톰 요크가 음악을 맡은 영화 '서스페리아'를 우리말로 옮겼다.

스트라이샌드의 이름을 언급하는 초등학생에게 "네가 50대냐?"라는 센스 있는 자막을 사용하는 등 극 속에서 수 없이 언급되는 뮤지션들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파악케 한다.

추억과 꿈을 섞은 록의 정경으로 가득찬 뮤지컬을 보면, 괜히 힘이 난다. 록 스피릿은 죽지 않았으며, 잘 만들어진 '무비컬'(영화+뮤지컬)은 영화의 여운과 뮤지컬의 감동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8월25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한다. 이후 9월 부산 드림시어터와 대구 계명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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