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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왜 '범죄인 송환법'에 분노하나…"일국양제 위협"

등록 2019.06.10 10: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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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방문 외국인들에게도 적용

【홍콩=AP/뉴시스】홍콩에서 9일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이 입법화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권운동가들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데 악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06.09

【홍콩=AP/뉴시스】홍콩에서 9일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이 입법화하면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권운동가들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데 악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06.09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9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범죄인 송환법안' 반대를 외쳤다.

'범죄인 송환법안'이 도대체 무엇인데 홍콩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하는 것일까.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현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법안은 현행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인도 여부는 홍콩이 사안별로 중국 본토와 개별적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남성을 대만에 인도하려면 다음달 초까지는 법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사회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형사 용의자는 물론 정치범의 중국 인도가 현실화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재계도 홍콩의 국제 무역허브로서 위상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독일의 공영 방송 '도이치 벨레' 중국어판은 홍콩, 대만 언론을 인용해 "9일 홍콩에서 시작된 대규모 시위 사태는 단순히 중국이나 홍콩의 '내정'문제가 아니라 대만, 중국, 미국과 홍콩 등 다자의 관계와 연관된 사안"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대만을 위해 홍콩의 이익을 희생하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상바오는 "미국이 서방국들과 손잡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고, 중국을 상대로 '기술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만의 태도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면서 "대만 혹은 미국과 서방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이 홍콩을 '쥐덫'으로 이용하리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상바오는 2015년 중국이 금지하는 도서들, 즉 금서(禁書)를 판매하던 홍콩 서점 주인들이 중국에 납치돼 조사받은 사안을 상기시키면서 지금까지 중국의 이런 행보는 ‘납치’로 비판받았지만, 법이 제정되면 ‘합법적 인도’가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망명 중인 홍콩 출신 인권 운동가 황타이양은 “해당 법은 홍콩 주민을 물론 중국 본토인, 홍콩 방문 중인 외국인 등 모든 사람들에 적용된다”면서 “60년전 달라이라마는 중공의 핍박을 피해 티베트를 떠났고, 30년 전 톈안먼 학살이후 중국 학생들은 핍박에 의해 본토를 떠났으며 오늘날 우리(민주인사) 중 일부는 홍콩을 떠날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홍콩=AP/뉴시스】홍콩에서 18일 중국이 강제로 끌고간지 8개월 만에 풀려난 반중서점 퉁로완 서점의 점장인 람윙키를 성원하고 중국의 '불법 조치'를 규탄하는 시위가 펼쳐졌다. 2016.06.19

【홍콩=AP/뉴시스】홍콩에서 18일 중국이 강제로 끌고간지 8개월 만에 풀려난 반중서점 퉁로완 서점의 점장인 람윙키를 성원하고 중국의 '불법 조치'를 규탄하는 시위가 펼쳐졌다. 2016.06.19


중국 당국이 미국과 서방을 겨냥했다는 사실은 관영 언론의 사설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지도부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것으로 알려진 환추스바오는 10일자 '반대세력이 서방과 결탁해도 홍콩 정국을 흔들 수 없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최근 일부 국제세력과 홍콩 반대세력은 결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법안 목적은 정당하고 홍콩 정부와 주류민심의 법치와 정의를 위한 노력의 결과이며, 중국은 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홍콩의 반대파 인사들은 지난 3월과 5월 미국을 방문했다”면서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3월 방문단을 접견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월 방문단을 만났으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두 방문단 모두 접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최근 들어 미국 정부는 홍콩 내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급진적 정객’들은 홍콩 무역과 경제에 특별 대우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과의 갈등 중인 미국이 홍콩을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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