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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 김동섭 신성이엔지 사장 "태양광서 반도체 신화 가능"

등록 2019.06.13 07:20:00수정 2019.07.01 09: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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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세대 태양광 엔지니어이자 최고 권위자

신성이엔지 2016년 합류…"올해 흑자 전환 예약"

태양전지·모듈 세계적 경쟁력 확보 및 양산 주도

【서울=뉴시스】 자신이 개발한 세계 최대 출력 태양광 모듈인 430W PowerXT를 설명하고 있는 김동섭 신성이엔지 사장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2019.06.12

【서울=뉴시스】 자신이 개발한 세계 최대 출력 태양광 모듈인 430W PowerXT를 설명하고 있는 김동섭 신성이엔지 사장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2019.06.12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앞으로 태양전지 2년치 생산량까지 계약이 다 완료됐어요. 쇄도하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바쁘네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등이 수년간 지속되며 최근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태양광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만난 태양광 산업 국내 1세대 기업인 신성이엔지의 김동섭(54) 사장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잇따라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올해 흑자 전환을 예약해 둔 것은 물론 실적 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이엔지는 '클린환경 부문'과  '재생에너지 부문' 2개의 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클린환경 사업은 신성이엔지의 현재이자 캐쉬카우(현금창출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는 '클린룸'이 필수인데, 신성이엔지는 클린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FFU'(Fan  Filter Unit)의 글로벌 시장을 60% 가까이 차지했다. 

신성이엔지는 태양광 시장을 겨냥한 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에는 미래를 걸었다. 태양광산업협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신성이엔지 이완근 회장은 2007년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도 재생에너지 부분은 3년째 마이너스다. 이에 이 회장은 태양광 사업을 반전시키기 위해 김 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2016년부터 김 사장은 합류하게 된다.

태양광 학계·업계에 몸담은 세월만 30년이 넘는 김 사장은 국내 1세대 태양광 엔지니어이자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에서 석박사를 하며 태양전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1988년 태양전지에 발을 내딛던 때만하더라도 태양전지는 우주, 일상에서는 시계 정도에서만 쓰일 정도로 활용이 극히 미미했다고 한다.

이후에 세종대와 미국 조지아공대 등에서 태양전지 기술 개발에 전념했고, 삼성전자와 삼성SDI에서는 태양전지 사업을 주도했다. 그간 김 사장이 태양전기 분야 국제 학회에 발표한 논문은 100여편에 달하고 국내외 특허도 100개가 넘는다. 

김 사장은 대학원 시절 선배들이 졸업 후 반도체로 많이 진출지만 태양전지에 대한 학문적 호기심과 미래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태양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둘 다 원료가 폴리실리콘임에 따라 제조 기술이 유사하다. 다만 반도체는 웨이퍼를 평평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태양전지는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게 웨이퍼에 층을 많이 내는 데 중점을 두는 점이 다르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반도체와 태양전지 둘 중에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에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빌딩, 가정집 등에 설치할 태양전지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여겼다"며 "반도체 기술이 태양전지로 꽃을 피울 것이라는 말까지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그의 예상과 달리 현재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버팀목으로 성장했고 태양광 산업의 성장성은 크게 못 미친다. 그렇지만 그는 "반도체보다 에너지 산업인 태양광 시장이 더 커지는 것은 필연적이다"라며 후회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신성이엔지에서의 3년 동안 기술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변환효율이 22%에 이르는 PERC 태양전지와 세계 최대 출력 태양광 모듈인 430W PowerXT의 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원료)→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덩어리)→웨이퍼(잉곳으로 만든 원판)→태양전지(셀)→모듈(태양전지를 모아 만든 패널)→발전소 시공→에너지 매니지먼트 등으로 이어진다. 이중 신성이엔지는 태양전지와 모듈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쌓은 것은 물론 안정적인 양산 및 수출 계약 기록까지 확보했다. 

미국의 유수한 태양광 기업들로부터의 주문이 밀려들어오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태양광 대표기업 선파워와 322MW 규모의 효율 PERC 태양전지를 공급하는 장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선파워쪽에서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에도 캐나다와 미국에 제조 설비를 보유한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 실팹솔라와 2020년 1월까지 240MW의 태양전지를 제공한다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에 따라 그는 올해부터 재생에너지 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했다. 김 사장은 "2년여 준비한 것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결실이 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대기업처럼 규모의 경제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급화, 차별화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기반도 닦았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금 계획대로라면 향후 5년내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매출 500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와 향후 태양광 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낙관했다. 김 사장은 "거대 시장인 중국이 고효율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강화하는 등 앞으로 태양광 산업으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신성이엔지는 독일 뮌헨에서 5월 15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인터솔라 유럽 전시회에 참가한 모습. 전세계 태양광 전시회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인터솔라 유럽은 860개 업체가 참여하며 5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2019.06.12

【서울=뉴시스】신성이엔지는 독일 뮌헨에서 5월 15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인터솔라 유럽 전시회에 참가한 모습. 전세계 태양광 전시회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인터솔라 유럽은 860개 업체가 참여하며 5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2019.06.12

그는 또 "무엇보다 태양광 시장이 미국, 중국, 독일, 남미, 호주, 아프리카 등으로 글로벌화되며 예측 가능한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다"며 "과거와 달리 일부 나라의 정책에 시장이 휘둘리지 않으면서 커갈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 주기적인 측면에서도 그는 "초창기 우후죽순 생겼던 태양광 기업들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이뤄져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태양광 산업은 인내가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도 환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태양광 투자 붐이 2005년에 일었는데 당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쏠라밸리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그렇지만 태양광은 IT 산업과 달리 기술개발, 양산, 설치, 검증 등에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하지만 미국은 투자 회수에 급급해 기다리지 못했고 이 틈을 중국이 파고들어 미국을 제치고 생산량과 시장 측면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김 사장은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태양광 산업을 키우니 한국 기업과 사회가 자신감을 잃어버릴까 걱정이다"며 "태양광에서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처럼 한국이 신화를 이룰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후죽순 나왔던 기업들이 어느 정도 솎아지고 태양광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지금은 더욱 국가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주춤하면 10여년간 1위 자리를 수성했던 일본이 순식간에 밀린 것처럼 뒤처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열고 2040년 태양광·풍력 등 재생 전력 비율을 30~35%로 확대하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을 확정했다. 현 재생에너지 비중은 7.6%로 추정된다.

김 사장은 "정부의 목표가 세계적으로 봤을 대 그렇게 앞서가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라고 지지했다.

지난 30년간 주식시장에서 태양광 종목의 주가는 널뛰었다. 한탕주의 태양광 사업 투자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원자력과 태양광 산업이 대립하며 정파적인 이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사장은 흔들리지 않고 태양광이라는 한우물에서 실력과 성과를 쌓아왔다. 이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바탕이 됐다. 그는 "태양광은 어느 에너지원보다 우수하고 깨끗하다"며 "최근 미세먼지 등으로 오염문제가 일상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데 에너지 발전이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안겨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섭 사장 약력

▲1984~1988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1988~1994년 카이스트 석박사 ▲1998~1999년 일리노이대학 ▲1994~2000년 삼성종합기술원 선임 연구원 ▲2000~2003년 조지아공과대 선임연구원 ▲2003~2005년 세종대 전자공학과 교수 ▲2005~2008년 조지아공과대 태양전지연구센터 부소장 ▲2008~2015년 삼성전자/삼성SDI 상무▲2015~2016년 솔란드 대표이사 ▲2016~2019년 신성이엔지 재생에너지사업부문장 ▲2019년~현 신성이엔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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