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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국회 門…羅 "답답하다" 토로 李 "결단해라" 통첩

등록 2019.06.12 16:56:02수정 2019.06.12 17: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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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협상 막판 조율 못한 채 날선 공방 지속

나경원 "'패트' 강행 않겠다는 담보·민생국회 밑밥 없어"

이인영 "합의 처리 노력…한국당이 결단할 마지막 시간"

중재자 오신환도 국회 정상화 시점 확신하지 못해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6.12.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6.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여야는 12일에도 국회 정상화 합의를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거친 공방만 주고받았다. 협상이 9부능선을 넘지 못하고 며칠 째 막판 조율을 거듭하자 국회 문이 다시 멀어진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평소 국회 정상화에 관한 질문에는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이날 작심한 듯 협상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물밑에서 제시해왔던 협상 마지노선을 수면 위로 꺼내 한국당이 결단할 마지막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축은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대해 여당이 앞으로 일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이라면, (다른) 한 축은 앞으로 국회 여는데 있어서 민생국회가 되기 위한 밑밥을 깔아줘야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전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놓고 '합의 처리한다',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등의 합의문 문구 자체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날치기한 부분에 대해서 여당이 앞으로 강행처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걸 담보 하고, 지금 추경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데 경제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된다"고 여당에 거듭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경제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정책전환에 대해 이야기해야 되는데, (청와대가) 야당 탓·추경 탓만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려는 의지가 표명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이런 와중에 강기정 수석은 우리 당에 전쟁 선포하듯 말하니 청와대가 문제"라며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 주도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당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심판받아 해산시켜야 될 정당이라 생각하는 게 깔려있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청와대가 전날 강기정 정무수석에 이어 이틀 연속 국회에 날을 세운 것과도 무관치 않다.

복기왕 정무비서관은 이날 국민청원으로 올라온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기해 왔다"며 "선거 때만 되면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소환제가 단골메뉴처럼 등장했지만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발의와 자동폐기를 반복해왔을 뿐"이라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강기정 정무수석도 전날 '한국당 정당 해산' 국민청원에 대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한국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9.06.12.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청와대가 연일 한국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인내심의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통첩을 날렸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돌아오면 처음부터 같이 논의에 임한다는 정신으로 합의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 이제 한국당이 결단할 마지막 시간이다"라고 한국당에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더 이상 한국당은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우리는 조금 늦은 게 아니라 아주 많이 늦었다. 민생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49일째다. 50일 넘기지 않고 국회가 정상화하길 기대한다"고 합의를 재촉했다.

국회 파행의 책임을 한국당에 돌린 이해찬 당대표의 발언도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대표는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한국당이 국회법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물리력으로 방어를 했기 때문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데 오히려 거꾸로 여당에 책임이 있다고 항변하는 것을 보면 너무도 뻔뻔하다"고 비난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원내대표도 국회 정상화 시점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어제 오늘 계속 의견 나누고 있는데 조금씩 진전은 있으나 최종 타결은 안 됐다"며 "최종적으로 타결되기 위한 정상화의 골문으로 좀 더 가고 있다"고 전했다.

 '골'이 언제쯤 들어갈 것 같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인데 교섭단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냐"며 "서로 쟁점이 있는 부분들을 약간씩 양보하고 당내 여러 가지 조건들을 원내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돌파해나가는, 본인들이 마무리 단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6월 임시국회의 일할 수 있는 회기일이 주말·휴일을 제외하면 열흘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이번 주 안에 국회 정상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회 정상화는 난망하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만약 6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한국당 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에서도 정부가 제출한 '추경 삭감'을 잔뜩 벼르고 있어 국회에서 힘겨루기로 통과가 지지부진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추경안은 물론 민생법안마저 다음달 임시국회에 다시 기대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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