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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희호 여사 조문 이틀째…北, 김정은 명의 조전·조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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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2 22:45:29
이재용, 취재진 질문에 답 없이 장례식장 떠나
이순자, 남편 간 악연 속에서도 마지막 길 배웅
김명수·이수성·고건·김현철·김경수·오거돈·송철호
김정은, 조문단 대신 김여정 통해 조전·조화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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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가 들어가고 있다.왼쪽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오른쪽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2019.06.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임종명 이재은 윤해리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의 장례 이틀째인 12일 빈소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문단 대신 조의문과 조화만 보냈다.

유족들과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등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수많은 조문객들이 오가던 중 이 여사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전 10시46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5분 남짓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떠났다. '어떤 인연이 있어 조문 왔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 부회장을 배웅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삼성 측이 조의를 직접 표하고 싶다고 했다"며 조문 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제 기억으로는 이 부회장과는 없고 이건희 회장과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상당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특히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과 재계 대표들의 식사 자리에서 'IT로 20~30년 먹고 살 것은 있지만 이후 국민이 먹고 살 게 없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달라'는 얘기를 해서 과학기술 부분을 강화하고 정보통신부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오전 9시52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조문을 왔다.

이씨는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김홍업 전 의원과 작은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나누고 다른 유가족들과 악수 및 인사를 나눴다. '동교동계 막내'로 빈소를 지키고 있던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씨와 악수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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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19.06.12. photo@newsis.com·
고인의 남편인 김 전 대통령은 이씨 남편인 전 전 대통령과 깊은 악연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위협으로 여겼던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1980년 5월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고(故) 김홍일 전 의원까지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이 여사는 눈물을 삼키며 남편과 아들의 한복 수의를 만들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남편의 석방을 직접 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정치보복 대신 전 전 대통령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복권했다.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명절은 물론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생일에 빠짐없이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통해 고인에게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기지 않고 빈소를 나온 이씨는 "안에서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씀을 했나" "한 말씀만 해 달라"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침묵한 채 빈소를 떠났다.

오전 9시35분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여분 동안의 조문을 마친 김씨는 "여사께는 매년 1월1일이 되면 인사드리러 갔었다. 반갑게 대해주셨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자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동지였다. 또 여성 인권 신장에 한 평생을 헌신하다 가셔서 너무 애석하고 깊은 애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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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19.06.12. photo@newsis.com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이 여사의 빈소를 찾았다.

추 대사는 주한중국대사로 부임하고 인사 차 동교동 사저를 찾았던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정부를 대신해 전한 메시지는 없었다.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조문 후 이낙연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여사님의 비보에 대해 조의를 표하시고 여사님의 유언인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국민들께서 여사님을 오랫동안 사랑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밖에 김명수 대법원장, 이수성·고건 전 국무총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등이 빈소를 찾았고 일반인 조문객들도 고인을 추모했다.

일반인의 경우 한때 20여명이 넘는 인원이 조문을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한 시민은 울먹거리며 빈소에 뛰다시피 들어가 조문했다. 김홍업 위원장의 손을 부여잡고 '죄송하다. 제가 다리가 없어서 절뚝거린다'면서도 이 여사의 영정을 향해 크게 절을 올렸다. 김홍업 위원장도 이들의 손을 잡고 울먹거리기도 했다.

오전 11시30분에는 고인의 입관 예배가 진행됐다. 유족들과 고인이 생전 다녔던 교회 인사들이 모여 이 여사의 영면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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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영부인 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가 조문을 하고 있다. 2019.06.12. photo@newsis.com
이후 오후 8시30분에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이 함께 빈소를 찾았다. 김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내외분은 일생을 바쳐 지역주의와 맞서 싸우셨다"며 "오 시장과 송 시장, 저도 (고인과) 일면이 있기도 하지만 지역주의와 맞서 싸운 두 분을 함께 가서 조문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오 시장께서 먼저 제안해서 같이 왔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도 "우리가 지역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동서 간 화합 차원에서 온 것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초미의 관심사였던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는 김 위원장이 조화와 조의문을 대신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김 위원장은 오후 5시께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조의문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리희호 녀사가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희호 녀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울인 헌신과 노력은 자주통일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현 북남관계의 흐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으며 온 겨레는 그에 대하여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약 2m높이로 흰색 국화꽃으로 장식된 조화를 보냈다. 조화에는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여, 김정은'이라고 적힌 검정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ephites@newsis.com, jmstal01@newsis.com, lje@newsis.com, b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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