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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인터뷰]소프라노 윤인숙 "민족 성악이어야 정확하게 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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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4 06:03:00
궁금, 궁금한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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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민족성악협회 이사장인 소프라노 윤인숙이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동 카페드구띠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인숙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제자이기도 하다.  2019.06.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민족정신이라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유튜브 등 신식 소통창구를 무기로 삼은 노장, 이 얼마나 성스러운가. ‘민족성악’ 부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소프라노 윤인숙(72)은 거룩한 성전을 앞둔 듯했다.

민족성악이라는 말은 대중에게 생소하다. 윤인숙은 민족성악 계승의 적자다. 이 장르의 기원은 작곡가 윤이상(1917~1995)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이상은 생전에 민족적 색채와 묘미를 접목한 우리창법 개발에 몰두했다. 과학적인 발성에 근거한 우리 고유의 가락들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넓은 음역과 다양한 국악적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창법이 민족성악인 셈이다. 서양발성을 구사하는 성악가라 하더라도 우리 전통요소를 곁들이면 그것이 민족성악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독일 가곡, 이탈리아 가곡 등 서양음악을 배우기 위해 그 나라로 유학을 갔다. 이제 우리 작곡가의 성악곡을 우리의 창법으로 부르면서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윤인숙의 결심이다.

 홈페이지는 물론(https://yuninsook.creatorlink.net/), 유튜브채널(www.youtube.com/channel/UCjljojZRhJj4ljwQjjoFclg/videos?view_as=subscriber), 페이스북(www.facebook.com/yuninsook2019) 등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일 가곡, 이탈리아 가곡은 거기에 맞는 발성이 있죠. 그런데 우리 가곡을 부를 때는 외국의 발성을 해왔어요. 우리 시를 외국 발성으로 부르면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죠. 국악적인 시김새나 우리의 얼을 적용시켜 ‘우리의 것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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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민족성악협회 이사장인 소프라노 윤인숙이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동 카페드구띠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인숙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제자이기도 하다.  2019.06.14. chocrystal@newsis.com
윤이상의 초기 가곡을 살펴보면 오선지에 국악적인 요소가 곳곳에 깔려 있다. 윤인숙은 “윤이상 선생님 자신도 세계적인 작곡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국악적인 것을 바탕으로 깔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면서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윤인숙은 1979년 독일 현대음악제에서 윤이상 작곡 ‘가곡’을 처음 부른 이래 고인의 애제자가 됐다. “‘가곡’ 악보에 윤이상 선생님이 표기한 시김새 기호를 독일인 교수들은 이해하지 못했어요. 떨고 꺾고 흘려 내리고 밀어 올리는 국악식 발성이 가능해야 표현할 수 있는 음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돌아봤다.

이후에도 ‘윤이상 작곡·윤인숙 노래’는 계속됐다. 1987년 헝가리 윤이상현대음악제에서 ‘밤이여 나뉘어라’를 불렀다. 1988년 호암아트홀 국내 초연, 1990년 평양 초연작이다. 윤이상은 오페라 ‘심청’의 아리아도 특별지도했다.

1990년 평양 범민족통일음악회도 함께했다. 1995년 일본 도쿄 산토리홀에서 윤이상 마지막 작품 ‘화염에 싸인 천사와 에필로그’를 초연한 성악가 또한 윤인숙이다.

윤이상은 윤인숙이 민족음악을 연구하는 성악가가 되기를 바랐다. 윤인숙이 여창가곡 명인 김월하(1918~1996)에게 시조와 가곡, 가야금 명인 황병기(1936~2018)에게 국악적 표현을 배워 국악기로 반주한 남북정상회담 기념음반을 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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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민족성악협회 이사장인 소프라노 윤인숙이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동 카페드구띠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인숙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제자이기도 하다.  2019.06.14. chocrystal@newsis.com
인간 소리와 귀신 소리를 오가는 음역대로 우리소리의 다른 차원을 보게 한 그로테스크한 문제작인 황병기의 ‘미궁’은 1975년 초연했다. 1999년부터 2017년 마지막 공연까지 윤인숙은 황병기의 ‘미궁’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렇게 민족성악의 내공을 쌓아온 윤인숙은 이 장르의 싹을 틔우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민족성악 강좌’가 씨앗이다. 6월27일부터 8월31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9시 서울 마포구 토정로 연세디지털교육원 평생교육원에서 ‘성악교실’을 연다. ‘이탈리아, 독일, 한국 가곡 부르기’가 부제다.   

성악 기초발성, 이탈리아 가곡 실기지도 등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윤이상 ‘그네’, 황병기 ‘고향의 달’, 이성천 ‘엄마야 누나야’, 최병철 ‘초혼’, 김동진 ‘신아리랑’ 등 우리 작곡가의 곡을 배운다. 윤인숙은 우리 가곡을 모은 ‘민족성악 애창곡집’을 펴내기도 했다.

“수강생이 이론과 실기를 배울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성악으로 실제 잡(job)의 기회도 잡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고향이자 ‘소리의 성지’인 전북 남원에서도 민족성악 교육의 씨앗을 뿌린다. 지난 7일 남원제일교회에서 교육을 시작했다. 첫 째주와 셋 째주, 한 달에 두 번 강습할 예정이다.

“남원은 창(唱)이 유명하잖아요. 거기에 민족성악이라는 것이 더해지면 우리 민족의 소리가 되는 거죠. 우리 민초들의 소리도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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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민족성악협회 이사장인 소프라노 윤인숙이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동 카페드구띠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인숙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의 제자이기도 하다.  2019.06.14. chocrystal@newsis.com
이를 위해 윤인숙이 강조하는 것은 대학에 ‘민족성악과’가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체계화시켜서 잘 전수하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학에서 수업을 시작하면, 제자가 양성되고 자리도 잡을 것이에요. 우리 민족성악을 배우기 위해 외국에서 유학을 오게끔 만들어야죠. 민족 성악의 세계화도 필요합니다. 방탄소년단이 ‘옹헤야’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라고 하며 세계에서 K팝을 전파하고 있는데 클래식 쪽에서도 분발해야죠.”

또 윤인숙은 ‘한국민족성악연합회’를 창설, 남북 성악가가 함께 하는 자리도 마련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북측은 해방직후부터 민족성악 장르가 개발이 잘 돼 있어요. 함께 하면 평화를 만들어나가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윤인숙은 “우리 민족이 살길은 문화”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잘 살고, 잘 소통해려면 문화가 먼저입니다. 우리 민족은 가무가 능하니, 노래와 춤으로 마음의 문을 여는 장을 마련해야죠. 그 중심에서 민족성악이 큰 구실을 할 겁니다.”

한국적인 소프라노의 황혼은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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