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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종환 감독 "짧은 패스-조직력 앞세우면 우승 가능"

등록 2019.06.14 13: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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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아이들 야생마 처럼 뛰며 제 기량 발휘 대견해"

"전체 공격-전체 수비, 원터치 패스로 상대방 골문 공략해야"

"아직도 50대 체력… 하루 3~4시간씩 젊은이와 함께 뛰어"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올라운드 플레이로 조직력을 갖추며 경기를 이끌어 나간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종환 감독. 2019. 06. 14 semail3778@naver.com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올라운드 플레이로 조직력을 갖추며 경기를 이끌어 나간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박종환 감독. 2019. 06. 14 [email protected]

【여주=뉴시스】이준구 기자 = 16일 오전 1시부터 열리는 '2019 FIFA U-20 남자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원로축구감독 박종환씨(82· 여주시민축구단 총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워 원터치·투터치 패스로 상대 골문을 공략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경기 여주시 숙소에서 14일 오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요즘 선수들은 제 기량을 120% 발휘하고 있어 대견스럽다. 겁없는(?) 아이들이라 시종일관 지치지 않고 야생마처럼 뛰어준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이번 결승전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공은 둥근 거야.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의 조직력이 좋아.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원터치, 투터치의 빠른 패스로 상대 골문을 공략하면 몇 골을 낼 수 있어. 요즘 선수들은 내가 훈련시키는 방식처럼 죽기 살기로 뛰잖아? 특히 골키퍼의 기량이 뛰어나서 선수들에게 더 힘이 되는 것 같아. 근데 에콰도르전에서는 패스가 세밀하지 못 했어. 전체 공격, 전체 수비 그리고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를 속이는 전략을 펴야 해"

 -올해로 감독생활만 50년째인 세계 최고령 감독인데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

 "허허~, 내가 올해 82세인데 아직 운동장에 나가면 50대 체력이야. 세상 떠난 친구들이 많지만 지금도 새벽 6시 30분부터, 또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하루 3~4시간씩은 같이 뛰지. 이렇게 뛰니까 오래 사나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체력이 닿는데까지 해야지"

 -축구광이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인연이 많다던데

 "내가 서울시청 축구단 감독을 맡았을 때 고교를 막 졸업한 선수들이 좀 나약해 보였어. 내가 국제심판을 보러 간 사이 그래서 1공수여단에 맡겨 정신교육을 제대로 시켜달라 했지. 그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여단장이었잖아. 그때부터 인연이 됐는데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더 가까워졌지. 프로구단 감독시절에도 나를 보려고 연락도 없이 슬며시 운동장에 나타나기도 하셨지."
 
【여주=뉴시스】 김종택 기자 = 박종환 여주시민축구단 총감독이 14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2019 FIFA U-20 남자월드컵 결승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이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워 원터치,투터치 패스로 상대를 공략하면 우승할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019.06.14. semail3778@naver.com

【여주=뉴시스】 김종택 기자 = 박종환 여주시민축구단 총감독이 14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2019 FIFA U-20 남자월드컵 결승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이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워 원터치,투터치 패스로 상대를 공략하면 우승할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멕시코 4강 신화 때 방독면 씌우고 훈련시켰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건 잘못된 얘기야. 방독면 쓰면 공이 어떻게 보이겠어? 멕시코가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대잖아. 특히 경기가 열린 또루까는 더 높았어. 그래서 마스크를 사 오라 해 그걸 씌웠지. 1시간 뛸 걸 마스크 쓰면 10분밖에 못 뛰어. 그래서 30분까지 견디도록 훈련량을 늘려 고산지대 경기에 대비해 적응시켰던거야."

-그래서 박종환 감독하면 스파르타식 훈련에 선수관리가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건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야.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리 할 수 없지. 그러나 훈련할 때만큼은 솔선수범해서 같이 뛰고, 또 담배 피우거나 술 마시면 그 자리에서 퇴출이야. 때로는 찌개나 매운탕도 끓여주었지. 내가 음식 만드는 솜씨가 있잖아. (웃음) 지금은 나이들어 못 하지만 옛날에 내가 해준 음식 안 먹은 선수가 없을 정도야. 나는 따로 선수들을 미워하거나 못살게 군 적이 없어. 손자뻘 되는 애들한테 왜 그러겠어. 지금도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또 감싸주며 제대로 훈련시키니까 대우는 시원찮아도 나를 찾아 오는 이유라고 생각해."

-엊그제 용안 태성FC U18팀이 승부차기에서 62명이 50분의 혈투를 벌여 세계신기록을 새로 쓰고, 또 전통의 경희고를 1대0으로 누르고 무학기 고교축구 정상에 오르는 등 클럽 축구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유럽이나 남미 축구의 근간은 클럽축구라고 생각해. 태성FC U18도 열악한 환경이지만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 1년6개월밖에 안 된 우리 여주시민축구단도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축구인생의 마지막을 걸고 잘 조련해서 주목받도록 반드시 만들거야."

인터뷰를 마치고 노트북을 깜박 잊고 가려는 기자에게 "돈가방이면 놓고 가"하며 농담을 하던 박 감독과의 1시간에 걸친 대화 속에서 카리스마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동네 아저씨 같았고, 두 기자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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