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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파인 사용은 하늘의 별 따기?…접속에만 1시간30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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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6 07:30:00
약 20회 접속 시도했지만 1시간반 만에 접속돼
오류 메시지 나오며 인터넷 연결 자체가 튕겨져
접속해도 에듀파인 어려워…일부 외부위탁 맡겨
교육부, 정확한 원인 파악 못해 "이제 조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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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교육(행정)기관 원격업무지원시스템 접속 오류 메시지. 지난 14일 에듀파인 사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해봤으나 약 1시간30분가량 접속이 되지 않았다. 2019.06.14. nowest@newsis.com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교육부는 지난 2월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 맞춤형으로 개선했다면서 대대적으로 시연회를 열어 홍보했다. 당시 교육부는 세입·세출 항목에 따라 예산이 편성·집행될 수 있도록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으로 기능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 관계자가 참여하는 현장자문단을 구성해 사용자의 편의를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14일 기자가 실제로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을 방문해 에듀파인을 직접 사용해보니 에듀파인 접속에만 1시간30분이 걸리는 등 오류가 확인됐다.

에듀파인을 사용하려면 업무를 지원하는 특정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야 한다. 교육(행정)기관 원격업무지원시스템(e-VPN)이다. 이날 오전 10시에 유치원을 방문해 e-VPN에 접속을 시도하자 10여초 간 '접속 중' 알림이 나왔다. 잠시 후 컴퓨터 화면에는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접속을 하지도 않았는데 접속이 종료됐다며 접속이 거부된 것이다.

로그인을 다시 시도했지만 똑같은 메시지가 나오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몇차례 더 반복하자 알 수 없는 영어 메시지가 나오며 접속이 아예 차단됐다. 그러자 A유치원장은 "이럴 땐 껐다가 켜야 한다"며 인터넷 창을 전부 끄고 재접속했다.접속을 시도한 지 약 15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인터넷 창을 다시 켜고 접속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알림 메시지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접속은 되지 않았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나자 인터넷 연결 자체가 튕겨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기자와 원장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A유치원장은 익숙한 일인 듯 "이럴 땐 열을 식히고 와야 한다"며 기자에게 유치원 견학을 시켜줬다. 약 10분간 유치원 시설과 아이들이 수업받는 모습을 돌아본 뒤 컴퓨터 앞에 앉아 로그인을 다시 시도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접속 불량이었다. 20여분이 흐르자 또 다시 인터넷 연결이 끊겼다. 기자와 원장은 이번엔 미세먼지와 라돈이 아이들에게 유해하다는 내용으로 사담을 나누며 인터넷이 연결될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이렇게 휴식시간을 3번 갖고 11시20분쯤이 돼서야 로그인에 성공했다. 기자와 원장은 에듀파인에 접속이 되자 "드디어 됐다"며 탄성을 지를 정도였다. 그러나 에듀파인은 한 번 접속 후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접속이 해제된다. 2시간 후 에듀파인 접속을 위해 또 1시간여를 컴퓨터와 씨름해야 하는 것이다.

A유치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교육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교육부는 지난달 말 원격조종으로 문제점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고 접속이 안 되는 증거를 남겨 인터넷 업체에 연락하라고 말했다. 유치원은 증거를 확보해 KT에 문의했으나 KT측은 다른 인터넷 이용에는 문제가 없으니 프로그램의 문제라는 답만 보내왔다. 실제로 유치원에서는 '다음' 등 다른 포털사이트는 접속이 되지만 에듀파인만 접속이 되지 않았다.

A유치원장은 "유치원에서 돈을 쓰려면 에듀파인에 들어가 교사가 품의를 올리고 내가 결재를 해야 하는데 에듀파인 접속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며 "에듀파인을 너무 쓰고 싶은데 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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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최진석 기자 = 이지은 교육부 사립유치원공공성강화지원팀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도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아 200명 이상이 다니는 대형 사립유치원에서도 국가회계관리프로그램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에듀파인 시스템이 오는 3월1일 전면 개통된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19일부터 의무 대상인 581개 유치원 외에도 사용을 희망한 유치원은 105곳이다. 2019.02.18. myjs@newsis.com
지난해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 사태 이후 교육부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바꿔 올해 3월부터 에듀파인을 원아 200인 이상 대형유치원에 의무도입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홍보한 것과 달리 일선 사립유치원에서는 에듀파인 구동이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는 지난달 21일 교육부에 에듀파인 문제점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사협 측은 "에듀파인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라며 "지원단이나 상담사 확대는 예산문제도 있으니 미리 만나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참여했으니 정부가 에듀파인 사용에 애로사항은 들어줘도 되지 않나"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 공문에 대한 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에듀파인에 접속 되더라도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마련한 지원단이 있지만 학교 행정실 직원인 이들은 사립유치원 에듀파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본업이 있어 상세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교사는 이직률이 높아 에듀파인 업무를 지정해 맡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통합상담센터에서는 2월부터 0079 전화 상담센터를 개통해 실시간으로 문의를 받고 있지만 에듀파인 사용으로 문의가 몰리는 3~4월에는 전화연결이 어려웠다는 불만도 나온다. 상시적으로 에듀파인 사용을 배울 수 있는 원격강의 등 동영상·온라인 강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사립유치원에서는 에듀파인 업무를 위탁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A유치원장은 "예전엔 세금계산 정도만 맡겨서 한 달에 10만원이면 됐는데 지금은 매일 회계처리를 해야 하고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걸 회계사들도 알고 있어서 그런지 한 달에 150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학기 초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은 원아 200인 이하 영세 사립유치원들도 적용 대상이어서 업무 과중과 재정상 어려움이 예상된다. A유치원장은 "지금은 에듀파인 시범도입기간이지 않나. 애로사항이 확인되면 수정하자는 게 시범기간 도입 취지인데 지금 교육부는 에듀파인 도입이 잘 되고 있다는 걸 알리는데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측은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간담회를 하고 있고 간담회에 사립유치원도 참여해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하고 있다"며 "교육부 기술팀도 참여해서 현장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듀파인 접속불량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원인이 달라 일반화해서 이게 문제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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