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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무대 공연도 시즌제 가능할까, 뮤지컬 '신과함께'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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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7 06:02:00  |  수정 2019-06-25 1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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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과 함께' 연습현장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공연계에서도 시즌제가 가능할까.

시즌제는 보통 미국식 TV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가리켰다. 일정 에피소드 분량을 한 무더기로 만들어 주기적으로 방송한 뒤, 또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한다. 그 동안 기존의 주인공이나 설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 다시 방송한다. 'CSI: 과학수사대' '프리즌 브레이크' '왕좌의 게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도 시즌제가 자리 잡았다. '검법남녀' '구해줘' 등에 이어 최근 송중기·장동건 '아스달 연대기', 이정재·신민아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등 톱스타들을 내세운 드라마가 시즌1을 시작했다. 

서울예술단이 21~29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창작가무극(뮤지컬) '신과 함께_이승편'을 앞두고 무대공연에서도 시즌제가 가능할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연 여건상 장기 대관이 힘드니, 똑같은 공연을 틈을 두고 다시 올리는 것을 새 시즌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신과 함께'는 진정한 시즌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대표 사례인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김용화 감독의 '쌍천만 영화'가 유명하지만, 다른 장르로 변환을 먼저 시도한 것은 뮤지컬이다. 2015년 서울예술단이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을 초연했다. 2017년 재연, 2018년 삼연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신과함께_이승편'은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 시리즈 2편인 셈이다. 1편에 대한 평단의 평도 좋아, 뮤지컬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가택신의 리더 성주 역의 고창석, 철거 용역 일을 하는 박성호 역에 오종혁이 새로 합류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저승차사 해원맥 역 최정수, 막내 저승차사 덕춘 역 김건혜가 '신과 함께_저승편'에 이어 다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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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서울예술단의 신과 함께는 엄밀히 말하면 드라마식 시즌제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서울예술단은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환경과 최정수·김건혜 등 보유단원들 덕분에 이전 설정과 캐릭터를 가지고 충분히 시즌제를 이어갈 수 있다.
 
 기획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둔다면 가능하다. 연출, 작가, 작곡가 등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처음 만들어놓은 설정과 캐스팅한 배우들로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신과 함께_이승편'에는 김태형 연출, 민찬홍 작곡가가 새로 합류한다.

창작 뮤지컬계에서 미드처럼 시즌제를 시도한 사례가 있다. 2011년 뮤지컬 '셜록홈즈'다. 영국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스를 뮤지컬로 옮겼다. 노우성 연출, 최종윤 작곡가 등 창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이미 1편 추리, 2편 스릴러, 3편 액션 어드벤처 콘셉트를 구상했다.

2014년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을 선보인 이후 작업이 진척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대학로를 강타한 영국 연출가 겸 극작가 제스로 컴턴의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프런티어 트릴로지’ 등 트릴로지 3부작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시즌제로 아우를 수 있다.

3부작 안에서는 커다란 이야기에 대해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줄기를 뻗었고, 배우들이 3부작에서 동시에 여러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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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벙커 트릴로지'
시즌제 도입은 다양한 장점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제도의 시도는 속편을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 공연제작 환경의 변화를 꾀하는데 있다.

우선 관객층 개발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시즌제로 이야기가 확장이 되면 같은 관객이 지속적으로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면서 "기존에는 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는 '회전문 관객'이 공연 관객층의 지속성을 유지했는데 새로운 형태로 관객 지속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공연관람 환경도 기대할 수 있다. 공연계에서는 꼭 미드 같은 꼴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시즌제가 나올 수 있다.

지 교수는 미국 링컨센터 시어터의 '코스트 오브 유토피아', 1973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영국 코미디 연극 '노르만 컨퀘스츠'를 예로 들었다. 둘 다 3부작 형태다.

'코스트 오브 유토피아'는 8시간30분동안 연속 공연하는 형태, '노르만 컨퀘스츠'는 2박3일 동안 세 쌍의 부부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시간의 흐름이 아닌 공간적 배열로 재구성했다. 지 교수는 "관객 입장에서는 새로운 각도로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내에서도 '벙커 트릴로지'와 '카포네 트릴로지'를 트릴로지 내에서 각 에피소드를 같은 공간에서 교차 상연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지 교수는 "시즌제나 시리즈물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공연예술의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서 "방대한 이야기를 한편으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보다, 여러 편 잘라서 시즌제 형식으로 보여주고자 기획한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부담도 덜고, 효율적일 수 있다. 시즌제는 기획자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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