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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서혜·채지영 "자매 같다네요"···보스턴 발레단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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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7 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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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혜, 채지영 ⓒ보스턴발레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항상 붙어 다니니까, 자매 같다고 해요. 하하하.”

미국 ‘빅4 발레단’으로 통하는 명문 보스턴 발레단에는 2명의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있다. 한서혜(31)와 채지영(27)이다.

열여섯살 때인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예술영재로 입학한 한서혜는 졸업과 동시에 유니버설발레단(UBC)에 특채로 입단했다. 3년가량 이 발레단에서 활약하다가 2012년 보스턴발레단에 입단, 2016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빼어난 비율과 탁월한 연기력이 일품이다.

한예종을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간 채지영은 2011년 워싱턴발레단에 입단했다. 2013년 보스턴발레단으로 옮긴 뒤 지난해 수석무용수가 됐다. 완벽한 기술과 섬세한 표현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실 이들의 장밋빛 미래는 2010년 예견됐다. 그해 세계 4대 발레 콩쿠르로 불리는 ‘USA국제발레콩쿠르’ 결승에 한국 발레 유망주 4명이 올랐다.한서혜가 시니어 부문 특별상 ‘로버트조프리’를 받았고, 채지영은 주니어 여자 부문 금상을 차지했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7)이 당시 주니어 남자 부문 은상을 받았었다. 채지영과 김기민은 주니어 부문 베스트 커플상도 따냈다.

또 다른 결승 진출자 1명은 현재 워싱턴발레단에 몸 담고 있는 이은원(28)이다. 발레 유망주들이 10년 만에 모두 해외 명문 발레단에서 K발레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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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발레단 '파스/파츠' ⓒRachelNeville
한서혜는 보스터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였다. 그녀의 활약 이후 한국발레의 위상이 높아진 덕에 잇따라 후배들이 이 발레단으로 들어왔다. 채지영, 이소정, 이선우, 이수빈 등에 이어 한예종 출신 이상민도 새 시즌 입단이 예정됐다.
 
특히 한서혜는 지난달 10일 보스턴발레단이 공연한 프레드릭 애시턴 안무 버전의 ‘신데렐라’ 개막 공연의 타이틀롤을 맡아 이 발레단의 간판스타임을 입증했다. 그 동안 이 발레단의 개막공연은 일본 출신 수석무용수 미사 쿠라나가(37)가 책임져왔다.

한서혜는 “울컥하고 짠했다”며 그날을 돌아봤다. 당일 공연에 봄의 요정으로 출연한 채지영은 한서혜의 신데렐라에 대한 객석의 반응이 “어마어마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채지영은 “작년에 수석무용수가 됐는데, 언니가 너무 잘 하고 있어서 든든해요.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죠”라고 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한서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영이는 ‘발레계의 교과서’ 같은 친구에요. 완벽하죠. 후배들이 너무 잘 하고 있어 제가 더 고마워요”라고 답했다.

한서혜와 채지영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선후배 사이다. 채지영이 처음에 한서혜를 어려워했던 이유다. 하지만 투어를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자매 같은 사이가 됐다. 한서혜는 “지금은 제가 못 하면 지영이가 혼도 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영이가 진짜 꼼꼼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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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혜
두 사람의 성격은 상극이다. 한서혜가 자유분방한 반면 채지영은 모든 일을 정석처럼, 세밀하게 해치운다. 마치 만화 ‘슬램덩크’의 윤대협과 서태웅 차이 같다. 타고난 천재와 노력형 천재, 둘 다 한국 발레를 빛내고 있고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같다. 한서혜는 “너무 달라서 잘 맞는 것 같아요. 이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라 너무 편해요”라며 웃었다.

“지영 언니는 한국인 한명도 없었을 때 너무 고생을 했어요. 언니가 있어서 너무 큰 의지가 됐습니다.”(지영)

1년 내내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한 두 무용수는 여름휴가임에도 쉬지 않는다. 한국 발레 팬들에게 인사를 위해 짬을 내 내한했다.

18~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일대에서 펼쳐지는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에 참여한다. 예술의전당이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와 공동주최하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18~19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보스터발레단 무용수들과 각각 호흡을 맞춘다. 한서혜는 패트릭 요컴, 채지영은 데릭 던과 함께 한다.

역시 발레축제의 하나로 23~24일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기획공연에는 두 사람을 포함, 보스턴발레단 단원 8명이 미국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드의 ‘파스(Pas)/파츠(Parts) 하이라이트’를 선보인다. 이 작품에는 또 다른 보스턴발레단 단원인 이소정도 참여한다. 한서혜가 바쁜 스케줄에도 기획까지 맡았다.

1963년 창단된 보스턴발레단은 북아메라카 지역의 주요 발레단 중 하나다. 다국적 단원 50명을 보유한 대규모 발레단으로 클래식부터 창의적인 컨템포러리까지 세계 정상급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한서혜는 “개성이 강한 것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발레단”이라면서 “개개인의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했다. 채지영도 “젊은 무용수가 많고, 스펙트럼이 넓어서 매년 다양한 레퍼토리가 올라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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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영
두 무용수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해외 진출을 꿈꾸는 무용수들, 이렇게 준비해라’라는 주제로 열린 대화 모임에서 발레 후배, 학부모들도 만났다.

한서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활동한 뒤 옮겼던 만큼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였어요. 귀가 트이는 데 3년, 말이 트이는 데 5년이 걸렸죠.”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특히 수석무용수는 무대에서 리더 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이제 외국인 단원들과 농담을 편하게 주고받을 정도인 한서혜는 “영어를 잘 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스무살도 채 안 돼 외국 생활을 한 채지영은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서혜와 채지영은 수석무용수는 신체능력뿐 아니라 정신력, 지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무대 위 정령은 꿈결처럼이 아닌, 노력으로 나타난다.

“해외 발레단에서는 용기 있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해요.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선후배 동료도 있지만, 먼저 손을 뻗는 것이 중요합니다.”(한서혜·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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