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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국회 '개문발차'했지만…'진짜 정상화'까지 첩첩산중

등록 2019.06.17 19: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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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거센 반발에 추경·민생입법 처리 더 힘들어져

상임위 파행 불가피…여야 물리적 충돌 재현될 수도

정개·사개특위 연장 해결 안돼 패스트트랙도 불투명

경제청문회 놓고 여야 4당 공조 균열 조짐도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정의당 추혜선(오른쪽부터)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 제369회 6월 국회(임시회) 집회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2019.06.17.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정의당 추혜선(오른쪽부터)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과에 제369회 6월 국회(임시회) 집회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여야의 지리한 공방 속에 헛바퀴만 돌던 6월 임시국회 열차가 17일 마침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개문발차(開門發車)'로 시동을 걸게 됐다.

그러나 '제1야당 패싱'에 대한 한국당의 거센 반발로 정부·여당이 사활을 걸었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제실정 청문회'가 6월 국회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름에 따라 진짜 국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사과에 바른미래당이 작성해 98명의 서명을 받은 6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서는 사흘 전에 국회의원 재적 4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은 소집 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는 오는 20일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게 됐다.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 극한대치로 지난달 7일 4월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문을 닫은지 44일 만이다.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던 지난 4월5일 기준으로는 76일 만이다.

하지만 단순히 임시회만 소집한다고 국회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국회 가동을 위해서는 여야가 의사일정을 합의해야 하는데 한국당이 응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의사일정 합의 없는 이번 국회 소집을 개문발차라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장 민주당이 추진 중인 6조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무총리 시정연설 일정부터 문제다.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 없이 국회의장 직권으로도 시정연설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지만 문희상 의장이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지 미지수다.

설령 시정연설을 의장 직권으로 진행한다 해도 사실상 한국당 협조 없이는 추경안 심사가 불가능하다. 추경안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위원들의 임기가 지난달 말 끝난 데다 회의 소집 권한이 있는 예결위원장도 한국당 몫이기 때문이다.

각종 민생법안 심사도 비슷한 이유로 정상 가동되기 어렵다. 예결특위를 비롯한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및 상설특별위원회 가운데 한국당이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위원회가 7곳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는 즉각 소집해 정상 가동하고 한국당이 위원장인 경우는 상임위 소집을 요구한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민주당 간사가 사회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당이 상임위 저지에 나설 경우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려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재현될 우려도 있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선거제·검찰개혁법의 6월 국회 논의도 난항이 불가피하다.

【서울=뉴시스】여야 3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2019.06.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여야 3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순서대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2019.06.07. [email protected]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개혁법을 각각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활동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연장되지 않으면 각각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로 관련 법안들이 넘어간다.

한국당이 총력 저지에 나서면 상임위의 정상적 가동이 불투명해지는 데다 법사위는 위원장도 한국당 몫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특위 활동 기한 연장을 원했지만 한국당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일단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한국당을 국회로 끌어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6월 국회 단독소집 대신 바른미래당이 제출한 소집 요구서에 소속 의원들이 자율 참여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한국당과의 대화 여지를 남겨놓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회 복귀 조건으로 민주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패스트트랙에 대한 원천무효와 사과를 받아내고 경제청문회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법으로 대한민국 의회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여당의 날치기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받아내겠다"라며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추경안이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 하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경제청문회 요구 역시 관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한국당의 경제청문회 요구에 대해 "일종의 반칙이라 생각한다. 패스트트랙으로 초래된 국회 파행의 치유를 위한 협상 노력은 있을 수 있지만 경제실정, 국가부채, 좌파 경제폭정 등을 이유로 국회가 소집될 이유는 없다"며 "이것은 처음부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한국당의 경제청문회 개최 요구에 동참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패스트트랙으로 형성된 여야 4당의 단일대오가 흔들릴 조짐도 엿보인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은 우리 당도 잘 안다. 경제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저 또한 여러 차례 지적했다"며 "국회를 열어 정부에 따질 것은 따지고 바로잡을 일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에 "경제 문제에 대해 청문회를 열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이대로 경제가 꺼지게 바라보고만 있겠다는 것"이라며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국민의 명령대로 조속히 단독국회를 소집한 후에 추경과 법안에 한국당이 협조하도록 경제청문회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한국당을 제외한 개문발차로 여야 극한대치의 연장이 불가피한 데다 4당 공조체제도 균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6월 국회 역시 앞선 임시국회의 전철을 따라 빈손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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