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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무겁게 다가오는 故김관홍 잠수사의 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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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19 09:59:20  |  수정 2019-06-19 1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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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각인된 슬픔은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낸다. 5년전, 2014년 4월16일. 304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당시 한달음에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온 '보통 사람들'이 있었다.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끝내 목숨마저 잃은 민간 잠수사 얘기다.

참사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필자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25명의 민간 잠수사들이 바지선에서 컵라면과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 수심 40m나 되는 맹골수도로 하루에 네댓번이나 뛰어들던 모습이 선명하다.

이들은 세월호를 삼킨 맹렬한 물살에도, 무리한 잠수로 인한 잠수병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누가 억지로 떠민 것도 아니었다.

고(故) 김관홍 잠수사도 그랬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일을 떠맡은 민간 잠수사들은 3개월간 사투끝에 희생자 235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우리 사회는 김 잠수사를 비롯한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을 '세월호 의인', '세월호 영웅'이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무리한 잠수탓에 이들의 몸과 마음은 병들었다. 만신창이가 됐다.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고(故) 김관홍 잠수사도 그랬다. 김 잠수사는 무리한 잠수 탓에 목·허리 디스크, 왼쪽 허벅지 마비 증상 등 각종 후유증에 고통스러워했다.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20여년간 하던 잠수도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극심한 생활고에도 시달렸다. 그는 2016년 6월 세상을 떠났다. 그토록 사랑하던 세명의 어린 아이들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김 잠수사의 죽음으로 잊힌 채 살아가던 민간 잠수사들의 기구한 삶이 다시 조명됐다. 민간 잠수사들이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노동능력 손실을 보상하는 이른바 '김관홍법'이 발의됐다.

김관홍법은 발의된지 3년이 지났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채 계류 중이다. 법안 발의후 지난해 겨우 상임위를 통과했을뿐 아직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20대 국회의 임기 4년 중 1년이 남았다.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불과 7개월. 이 기간내 통과되지 못하면 김관홍법은 자동폐기 된다.

지금도 민간 잠수사 28명 중 18명은 뼈가 삭는 '골괴사' 등 잠수병과 각종 트라우마에 신음하고 있다. 8명은 생업이던 잠수마저 포기해야 했다. 생활고는 두말할 것 없다. 시간이 없다.

김 잠수사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들은 작은 눈여김만 있었더라면 극단으로 몰리지 않았을 우리네 이웃이자, 보통사람들이다.

기억의 간극이 너무나도 크다. 진영 논리와 이전투구만 난무하는 정치 풍토에선 더욱 그렇다. 보통사람을 위한 정치는 실종됐다. 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힘깨나 쓴다는 국회의원들은 발의만 해놓고 '할일 다했다'는 식이다. 김 잠수사의 사망과 부상은 세월호 침몰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 법안 심의가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미국은 다르다. 9.11 테러이후 피해자뿐만 아니라 구조대, 심지어 목격자 심리치료에 3조원을 지원했다. 10년 뒤 구조대가 트라우마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다시 법안을 정비해 적극적인 의료 지원에 나섰다. 지원기간 제한까지 없앴다.

민간 잠수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는건 당연한 의무다. 위험에 처한 이웃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합당한 지원과 예우를 갖추지 않는다면 유사한 재난 현장에서 어느 누가 스스로 몸을 던지겠는가. 보통사람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건 대한민국 역사와 무관할리 없다.

민간 잠수사들에게는 자신들의 희생과 헌신이 잊혀지는 게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일지도 모른다. 부디 민간 잠수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랄 뿐이다. 6월, 고(故) 김관홍 잠수사의 죽음이 무겁게 다가온다. 잊지 않고 또 기억하겠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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