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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담양 메타가로수길 유료화 '7년 논쟁'

등록 2019.06.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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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 여파 훼손 가속화되자 일종의 '관광세' 신설

"보존이 우선 vs 돈벌이 수단" 논쟁 수 년째 이어져

전남 주요 관광지 입장료 천차만별…최고 8배 차이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사진=뉴시스DB)

담양의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사진=뉴시스DB)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평가받고 있는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유료화된 이후 7년 간 유료 티켓 논쟁이 끊이지 않다 최근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찬반논란 속에 입장료를 절반으로 낮추라는 법원 화해권고문을 담양군이 거부하면서 유료화 논쟁은 2라운드에 접어든 형국이다.

◇유명세로 곳곳 훼손, 일종의 '관광세' 등장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1972년 가로수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으며 2.1㎞에 걸쳐 487그루(평균높이 30m, 수령 47년)가 심어져 있다. 이 가로수길은 2002년,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 CF 등에 소개되며, 1일 평균 1000~2000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을 사로잡아 계절에 상관없이 주말과 관광 성수기에는 하루 1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전국적 관광 명소로 부각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경관이 훼손되는 등 가로수길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자 군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유료화'다. 일종의 '관광세'인 셈이다.

국도 24호선 담양읍·금성면 구간에 두 줄로 늘어선 수백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앙상한 뿌리를 드러낼 정도로 곳곳이 상처받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군의 입장이었다.

이후 가로수길을 중심축으로 주변에 여러 관광자원이 개발되면서 이 일대는 '메타랜드'로 확대 조성됐다. 국비 200억원을 비롯, 총 424억원이 투입됐고, 가로수길을 비롯해 호남기후변화체험관, 어린이 프로방스, 영화세트장, 개구리 생태공원, 에코허브센터 등이 들어섰거나 추진중이다.

군은 2012년부터 성인 1000원, 청소년과 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이유로 2015년부터 2000원, 1000원, 700원으로 인상했다. 군민과 6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노인, 보훈대상자, 장애인은 무료다. 하절기(3~10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동절기(11월~다음해 2월)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2012년 42만여명이던 관광객은 이듬해 47만5000명, 2014년 63만8000명, 2015년 60만2000명, 지난해 57만명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42만명에 5억3000만원의 입장료 수입을 거뒀으며 수익금 대부분은 검표요원 인건비와 수목, 잔디 관리, 시설 개보수 비용으로 사용됐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개발된 메타랜드 전경. (사진=뉴시스DB)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개발된 메타랜드 전경. (사진=뉴시스DB)

◇"보존 vs 돈벌이" "부당 징수 vs 최소 비용" 끊이질 않는 논쟁

"자연유산 보존이 우선이다" "명분이 약한 돈벌이다"

2012년 1월, 담양군이 지역 명물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체계적인 관리를 이유로 입장료를 징수하기로 최종 결정한 뒤 나온 찬반 진영의 대표적 입장들이다.

군은 경관 보존 등을 위해 유료화를 골자로 한 조례까지 제정했지만, 주민과 관광객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가로수길이 지방도가 아닌 국도에 위치한 데다 이렇다할 편의시설도 없이 단순보행로일 뿐인데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슬로시티, 청정 대나무골, 가사문학, 친환경 농업 등으로 상징되는 담양의 넉넉하고 맑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군은 "관광객이 늘면서 쓰레기가 넘쳐나고 나무 주변 땅이 볼썽사납게 패이는 등 부작용이 많아 입장료 징수를 고민하게 됐다"며 "주민 편익과 볼거리 제공을 위해 다양한 관련 시설과 놀이마당도 조성했다"고 반박했다.

법적공방으로도 번졌다. 광주시민 2명이 "입장료를 돌려 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적정 가격, 즉 2000원인 입장료를 1000원 이하로 조정하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군은 "어린이프로방스와 기후변화체험관, 개구리 생태공원 등 5∼6개 무료 전시·체험시설의 인건비, 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화해권고를 거부하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최형식 군수는 "애초 이 소송은 '입장료 징수에 법적근거가 없는 만큼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법원이 해당 부지가 100% 군유지로 공공시설이고 조례도 있어 입장료 징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단순히 '길 사용료'를 받는게 아니라 여러 시설 이용에 대한 통합 징수"라며 "오히려 2000원은 빠듯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해는 무산됐고, 지난 4월부터 진행돼온 정식재판은 조만간 속행될 것으로 보인다.
순천만국가정원. (사진=뉴시스DB)

순천만국가정원. (사진=뉴시스DB)

◇관광지 입장료 '천차만별'…최고 8배差

전남지역 다른 여행명소들의 입장료는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균 3000원대에 이르고, 곳에 따라 최고 8배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이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으로 가장 비싼 반면 가장 저렴한 곳은 순천 자연휴양림으로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이다. 성인은 8배, 청소년은 10배, 어린이는 13배 차이다.

자연생태공원에 이어 보성 율포 해수녹차센터가 7000원(성인 기준)으로 뒤를 잇고, 곡성 섬진강기차마을과 도깨비마을, 해남 땅끝 모노레일, 함평 엑스포공원과 곤충생태관, 자연생태공원이 각각 5000원이다.

성인 1인당 4000원을 받는 곳은 순천 낙안읍성과 무안 황토갯벌랜드, 회산 백련지 등이고, 목포 어린이바다과학관을 비롯해 여수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신안 천사섬 분재공원 등은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2000원을 받는 곳은 담양 메타길과 나주 영상테마파크, 구례 양생화 테마공원 등 모두 11곳이고, 1000원을 징수하는 곳은 순천 자연휴양림과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 영암 성기동 국민관광지, 장성 방장산 자연휴양림, 국립 장성숲 체험원 등 6곳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17곳에서는 청소년에게도 1인당 2000원 이상의 입장료를 받고 있고, 취학전 어린이에게도 2곳은 5000원, 또 다른 2곳은 4000∼4500원, 땅끝 모노레일 등 7곳은 2000원 이상을 징수하고 있다.

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휴양림처럼 단순 자연경관을 제공하는 관광지는 입장료를 상징적으로 1000원만 받는 등 저렴한 편이고, 체험시설이나 전시시설 등을 갖췄거나 전국적으로 이름난 여행 명소는 최소한 2000원 이상, 많게는 4000∼5000원 받는 곳이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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