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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 신인' 황교안, 트럼프 벤치마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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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2 11: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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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에는 외국인 근로자 임금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황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중소·중견기업인들을 만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황 대표는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장 외국인 차별, 인권 침해, 근로기준법과 ILO(국제노동기구) 협약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황 대표의 입이 날이 갈수록 거칠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취임 100일을 넘긴 황 대표가 그동안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말은 아마 '좌파'일 것이다. 역대 그 어떤 정당 대표보다 '좌파 폭정' '좌파 독재'라는 용어를 남발하며 이념 전쟁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좌파들은 우리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학생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겨냥해서는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정의당을 향해서는 "좌파 홍위병 정당"이라고 폄훼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는 "지금 좌파는 돈 벌어본 일은 없는 사람"이라며 "임종석 씨가 무슨 돈 벌어본 사람이냐. 제가 그 주임검사"였다고 사실과 무관한 인신 공격을 했다.

지난 20일 무려 76일 만에 열린 국회는 '태업'을 반복하고 있고 황 대표는 여전히 국회 밖에서 이른바 민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장외가 황 대표에게 '막말의 무대'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황 대표가 '한국판 트럼프'를 꿈꾸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라치기 언어'로 지지자를 결집시켰듯 황 대표도 이 같은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황 대표의 선동적이고 이념 지향적인 언어는 보수 또는 극우 성향 지지층에게는 '먹히는 발언'이다. '외국인 근로자 차등 임금' 발언의 경우 옳고 그름을 떠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여기는 이들에게는 호소력이 있다.

막말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과 황 대표를 비교하기는 아직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황 대표를 보면 극우 지지층만을 향한 '외눈박이'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불안해진다.

황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다. 황 대표를 지도자감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상당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분열과 갈등의 언어로 자신을 부각하는 지도자를 보며 국민 다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념 갈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는 '데마고그'는 필연적으로 지지층 외 국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정치인의 건강한 언어는 사회 통합을 위해 언제나 긴요하다. 황 대표가 평소 강조하는 '외연 확장'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황 대표의 막말을 겨냥해 "정치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 그렇게 입문해서 막판에는 무엇으로 끝내려는 것이냐"며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 대표 자신도 막말 시비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정치 원로'인데, '정치 신인' 황 대표가 포용과 통합의 정신으로 '정치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길 기대한다.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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