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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혜순 "아시아 여성, 그리핀상 수상 예상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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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5 20: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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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인 ⓒ문학과지성사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시상식장에서도 그렇고, 낭독회하는 극장에도 1000여명의 관객이 있었다. 토론토가 아시아인과 백인들이 섞여있는 도시다. 미래도시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 시상식장에 번역자와 나만 아시아인이었다. 우리는 '동양인 여자라 절대 못받는다. 축제를 즐겨자'면서 갔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내 이름을 불러서 너무 놀랐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인 김혜순(64)씨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을 수상한 소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리핀시문학상은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인 스콧 그리핀이 시의 대중화와 시 문화를 알리고자 2000년 제정했다. 맨부커상이 영어 번역 소설에 주어지는 국제부문상이라면, 그리핀시문학상은 영어 번역 시집에 주어지는 국제부문상이다. 노벨문학상을 비롯해 시 부문이 있는 단일 또는 복수 장르의 세계 주요 문학상 중 열 손가락안에 드는 문학상이다.

수상작은 시집 '죽음의 자서전'(문학실험실)이다.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시집에서 말하는 죽음은 저승사자와 같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세계의, 우리의 잘못된 행로가 초래한 결과다. 올해 심사위원인 덴마크 시인 울리카 게르네스는 "영혼이 우리의 곁을 떠나는 고통스러운 49일간의 여정을 49편의 시에 담아낸 역작"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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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시인은 시집을 영어로 번역한 최돈미(57)씨와 함께 상을 받았다. 창작과 번역 각 부문의 상금은 6만5000캐나다달러(약 5700만원)이다. "그리핀상이 영어로 번역된 시집에 주는 상이다. 당연히 번역자에게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좋아보였다. 2000년대 초 최씨가가 찾아와 시를 번역하고 싶다고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올해는 안식학기라서 둘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개인사까지도 털어놓았다."

'죽음의 자서전' 영문판은 올해 미국 최우수번역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라있다. 이번 수상으로 문학계에서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시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이야기를 제발 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것은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지 말라', 시인에게 '시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최씨와 시집 '날개 환상통'의 영문 번역을 시작했다. 불어도 하고 있다. 영문번역본은 곧 나올 것이다."

시인은 2015년 3차신경통으로 온몸이 전기에 감전되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다. 당시에 메르스 사태로 병원까지 옮겨 다녀야만 했다. 이중의 고통 속에서 써내려간 49개의 시편이 담겼다. "더 많이 썼는데 49재를 생각하고 시편을 줄였다. 죽은자가 완전히 죽음에 들기 전에 죽음의 공간에 있을 때가 49일이니까 그걸 염두에 뒀다. 가장 아프게 기억되는 시는 '저녁식사'라는 시다. 그 시에 '엄마'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또 "시인의 감수성이라는 것은 소멸과 죽음에 대한 선험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은 죽은 자의 죽음을 쓴 것이라기보다 산 자로서 죽음을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죽음과 같은 순간에 처했을 때 주변 지인이나 사회적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을 썼기 때문에 '산 자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도 그런 상황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의 시적 감수성이 닿지 않았을까 싶다."

김 시인은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했다. 시집 '또 다른 별에서'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 '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음화'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불쌍한 사랑 기계' 등을 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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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자서전' 영역본 표지 ⓒ한국문학번역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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