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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사우디 왕세자…靑, 회담 결정 이유는 경제적 실익때문?

등록 2019.06.26 1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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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경쟁자 왕족들 밀어내고 왕세자 책봉

3대 산유국 사우디 국정 장악…국제무대서도 '큰손'

트럼프 사위 쿠슈너와도 수시로 만나는 각별한 사이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 지목받기도

【워싱턴=AP/뉴시스】 올해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對사우디 무기 판매 차트를 들고 설명 중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카쇼기 실종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터키 무기 공급 계획의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18.10.13.

【워싱턴=AP/뉴시스】 올해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對사우디 무기 판매 차트를 들고 설명 중이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카쇼기 실종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터키 무기 공급 계획의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18.10.13.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2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위 계승자로는 2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34) 왕세자는 국제사회에서 'MBS'(무함마드 빈살만)라는 약칭으로 더 잘 알려진 사우디의 실력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아들로 지난 2017년 사촌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밀어내고 왕세자에 책봉됐다. 공식 직함은 왕세자 겸 부총리 및 국방부 장관이지만 경쟁자인 다른 왕족들을 감금·숙청하는 작업을 통해 사실상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절대 권력으로 부상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실권을 잡은 뒤 사우디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비전 2030에는 비석유 부문 국가 수입을 2020년까지 세 배로 늘리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민간 비중을 65%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사우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수도 리야드를 세계 100대 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 무대에서도 '큰손'으로 통한다. 사우디는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산유국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사우디 국영 아람코도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의 통제 범위 아래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수시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중동 지역 문제와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보기관 요원들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제사회는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특별조사관은 지난 19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왕세자가 연루됐다는 신빙성 있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는 한 때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듯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글로벌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Saudi Arabia’s Future Investment Initiative) 행사 참석을 취소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 사우디와 긴밀한 협력 관계로 지내왔던 트럼프 행정부도 무함마드 왕세자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무함마드 왕세자는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24일 사우디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이란 등 중동 지역 문제를 논의했다.

26일 방한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 협력 문제를 논의한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내년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도 이번 회담을 결정한 것은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실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중동 국가 중 최대 경제협력 대상국이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 2030' 프로젝트에는 향후 20년 동안 원자력 발전소 16기 건설 등 각종 인프라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어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삼성, LG, SK,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비전 2030'에 전략적 협력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와 제반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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