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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법증거 잇단 무죄…사법농단 방패막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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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8 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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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위수증'. 최근 법원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다. 검사의 주장, 변호인의 반박, 법관의 판단 어느 곳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선뜻 알아듣기 힘든 이 단어는 '위법 수집 증거'의 줄임말이다.

바로 이 위수증이라는 단어가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형사재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산업체 직원들의 재판 등에서 상세히 다뤄졌던 부분이다. 법원은 각 사건 재판에서 해당 쟁점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검찰의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는 취지다.

위법수집증거 논란은 과거에도 도마 위에 오른 적 있다. 지난 2011년 진행된 이른바 '종근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원은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한 검찰의 절차는 법에 어긋나 압수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종근당 사건 판결을 기점으로 검찰은 기업을 상대로 더욱 치밀하게 수사해야 했다. 압수수색이라는 수사 방식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도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맞추기 위해 검찰뿐만 아니라 법관도, 변호인도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이 문제가 재점화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첫 공판에서 검찰이 영장 열람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압수수색이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공소사실 또한 잘못됐다는 논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같은 방패를 들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측 핵심 증거인 임 전 차장 소유 이동식저장장치(USB) 검증에만 매진하고 있다. 기소된 지 반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이 USB를 둘러싼 증거 법리 공방만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본안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2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필요한 수사라도 절차가 있는 것이고,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피고인 방어권을 넘어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로도, 그간 쌓여온 역사로도, 일반의 상식으로도 당연하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적법한 영장을 제시하고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나아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펼치며 아예 정권 교체 후 판결을 바라고 지연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사실 법원의 최근 행보에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사법농단 사건 판결을 염두에 둔 초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앞선 판결들처럼 증거 자체가 위법하다며 범죄 혐의와 별개로 무죄 판단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의 향후 판단은 주목할 수밖에 없다. '위수증'이 사법농단 사건의 방패막으로 과연 등장할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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