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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권 감독 "사이비 종교가 파고들 것, 목표 없이 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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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02 14:44:44
완성도 높은 드라마 ‘구해줘2’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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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감독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이권(45) 감독은 특정 종교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욕망과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 종교를 이용해 낚시질하는 ‘악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종교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었다”며 “사람에 대한 접근을 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최근 막을 내린 OCN 드라마 ‘구해줘2’의 시발점이다.

“개개인이 인생을 사는 동기가 있지 않느냐.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목표 없이 사는 게 사회적인 현상처럼 됐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사이비 종교가 그 틈을 파고드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라며 말을 거는 이들을 쉽게 따라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해줘2’는 연상호(41)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가 원작이다. 보통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어떻게 빠져드는지 보여줬다. 이 감독은 이 드라마 연출 전후로 사이비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은 없다. “모든 종교는 순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교는 없다며 “해석하는 사람들끼리 싸움이 일어나면 갈등이 문제다. 종교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 종교가 가진 지향점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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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교회 장로 ‘최경석’(천호진)과 목사 ‘성철우’(김영민)는 사람 좋은 눈웃음을 하며 월추리 마을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딱 봐도 사이비 종교인 같은 이미지를 주는 게 아니라, 일반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습으로 접근했다. 덕분에 시즌1 속 백발의 사이비 교주 ‘백정기’ 역의 조성하(53)와 차별화됐다.

“최 장로는 마을을 야금야금 좀먹어 가는 주체였다”며 “겉으로 봤을 때는 악인인 걸 느낄 수 없게 접근하지 않았느냐. 시즌1의 백정기는 딱 봐도 악한 느낌이 들었다면, 최장로는 훨씬 더 입체적이었다. 죽을 때도 끝까지 돈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았느냐. 그의 목표이자 욕망은 돈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철우는 “내 잘못된 욕망도 저것(돈) 때문에 시작됐다”며 최경석이 마을 사람들을 속여 뜯어낸 돈다발을 불로 태웠다. 불타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 믿고 살인을 서슴지 않았지만, “날 용서하소서”라며 불길에 몸을 맡겼다. “성 목사가 스스로 참회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반성은 했겠지만, 끝가지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혀 있지 않았을까. ‘영선’(이솜)을 향한 믿음도 잘못된 사랑이자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 기준에서는 사랑일 수 있다. 모든 소시오패스들의 공통점일 것”이라고 짚었다.

15회에서 영선이 갑자기 성 목사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 감독도 “아쉬웠다”며 “그런 갑작스러움을 최대한 순수하게 표현하기 위해 이솜씨와 논의를 많이 했다. 작가님도 영선 캐릭터를 어떻게 끌고갈지 가장 어렵다고 하더라. 근데 영선이 깨닫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원작에서는 영선이 자살하지만, 그것 만은 피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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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2’는 연기 구멍이 없었다. 천호진(59)을 필두로 엄태구(36), 김영민(48), 임하룡(67), 오연아(38) 등이 열연했다. 모든 연기자가 잘했지만, 특별히 칭찬해주고 싶은 이가 있지 않을까. “내가 한 것은 숟가락 얹은 것 뿐”이라며 손보승(21)과 장원영(45)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엄태구씨는 예전부터 호감도 있어서 뭐라도 같이 하고 싶었다. 영화 위주로만 했는데 예상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이 이 정도 생각했을 때 그 이상, 전혀 다른 무언가를 보여줘서 매력을 느꼈다. 엄청 집중해서 하다 보니 자신이 무슨 연기를 했는지도 기억을 잘 못한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 탓에 전달이 잘 안 될까 걱정했는데 문제없었다. 베테랑 선배들을 제외하면, 손보승씨와 장원영씨와 정말 잘했다. 손보승씨는 신인인데 타고난 감이 있는 것 같다. 장원영씨는 말할 필요가 없다.”

‘구해줘2’ 16회는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종방했다. 시청률은 2~3%대로 그리 높지 않았지만 ‘완성도가 높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지상파보다 좋은 카메라를 쓰는 것이냐’고 묻자 “똑같은 카메라”라면서도 “조명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무엇보다 영화 작업을 하며 콘티를 짜는 습관이 든 게 도움이 됐다.

“영화는 콘티를 짜지만, 드라마는 콘티 짤 시간이 없다. 즉흥적으로 해야 하는데, 드라마는 넓은 그림을 먼저 찍고 한 명, 한 명 촬영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개성이 없고 캐릭터별 심리, 상황 등을 설명하기 어렵다. 돈을 불태우는 성 목사와 최 장로를 붙잡는 성호(손보승)를 콘티로 그린건데, 성호가 발로 짓밟는 걸로 변형이 됐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머리로 구상하고 손으로 그렸다. 스태프들도 영화, 드라마 모두 경험해서 열려 있었다. 내가 영화적인 콘티 구성을 이야기하면, 바로 알아듣더라. 좀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그냥 넘긴 부분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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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 감독은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감독 김태용·민규동·1999) 연출부 출신이다. 2002년 단편영화 ‘겁쟁이들이 더 흉폭하다’로 데뷔한 후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 ‘내 연애의 기억’(2014), ‘도어락’(2018) 등을 연출했다. 드라마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2012) 이후 7년여 만이다. 밴드 ‘매드 소울 차일드’ 멤버 출신으로 영화·드라마·뮤직비디오·광고까지 장르 구분없이 활약 중이다. 부인은 ‘어깨너머의 연인’(2007), ‘미씽: 사라진 여자’(2016), ‘탐정: 더 비긴즈’(2018) 등을 연출한 이언희(43) 감독이다.

7년 전만 해도 tvN 드라마가 자리 잡지 못했을 때다. 지상파에서 스태프들이 와 tvN 드라마를 얕보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몇 년 안 돼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OCN이 드라를 만들면서 가속도가 붙었다며 “소재부터 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OCN은 영화에서 건드리지 못하는 지점을 드라마에서 먼저 다뤄 많은 감독들이 시선을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내성적이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서 “소통 방법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성공한 감독들을 살펴보면 ‘50% 이상이 소통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잠재된 봉준호, 박찬욱은 많다.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도, 남의 돈으로 현실적인 작업을 해나가려면 대화의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나와 맞지 않아도 연기자부터 스태프,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야 하지 않느냐. 현장에서 연기자, 촬영감독 등 극본을 해석하는 방향이 각기 다른데,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내 욕망은 뭐냐고?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상 타는 것을 보고 내심 부럽기도 했지만, 욕심은 자칫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창작자니까 주어지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한다. 물론 돈도 벌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닐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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