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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영민 "선악 공존하는 내 얼굴? 최 장로보다 나쁜놈?"

등록 2019.07.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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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구해줘2’ 성 목사 역 열연

“또 악역 들어오면 다른 악함 보여주련다”

김영민

김영민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구해줘2’의 주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탤런트 김영민(48)은 최근 막을 내린 OCN ‘구해줘2’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 “사이비 종교는 친절하게 베풀면서 다가오지만 결국 다 빼앗아 간다”며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주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가 아닐까. 나도 팔랑귀라서 사이비가 다가오면 빠져들지 않을 자신이 없다.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극중 교회 장로 ‘최경석’(천호진)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타인을 향한 배려심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이면에는 수몰예정지구인 월추리 마을 사람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욕망을 감추고 있다. “약장수들이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먼저 환심을 사 약을 판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좋은 장소에서 의식주를 제공하고, 천국 이야기를 하면 마음 약한 사람들은 솔깃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영민은 목사 ‘성철우’로 변신, 최장로와 함께 악의 축을 담당했다. 아이처럼 선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물이다.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2007)를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캐릭터를 평범하게 잡고 가서 더 잔인한 면이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사기꾼, 사이비 종교가 생활에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친근하게, 현실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다. 이 작품이 얘기하고 싶은 큰 틀이 아닐까. 성목사도 처음에는 비전이 컸지만, 최 장로의 사기에 넘어갔다. 최 장로와 성 목사 중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웃음) ‘김민철’(엄태구)이 가짜 같은 진짜, 최 장로는 진짜 같은 가짜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성 목사는 둘 다 있지 않았나 싶다. 신을 이용해 자기 욕망을 채웠으니까.”
[인터뷰]김영민 "선악 공존하는 내 얼굴? 최 장로보다 나쁜놈?"

연기하면서 계속 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극본에는 없지만, ‘정말 당신(신)이 계신 거냐’고 끊임없이 물었다. 천주교 신자인 김영민은 예전 기사에서 테레사 수녀도 ‘진짜 신이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는 편지를 쓴 것을 봤다며 “성 목사를 연기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표현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성격은 성 목사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듯하지만 ‘씨익~’ 웃을 때는 성 목사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중간중간 웃고 있다가도 표정을 싹 바꾸는 등 후반부의 악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복선을 깔았다.

“하하. 극 초반 성목사의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쌍욕하면서 이야기하지만, 평소 조용하고 잘 웃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성격을 성 목사 캐릭터에 이용했다. 성 목사가 마을사람들에게 접근 할 때도 많이 대화하면서 웃지 않았느냐. 후반 모습은 비슷한 게 전혀 없다. 연극했을 때 경험을 살려서 연기했다.”

기도하면서 방언이 폭발하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영민은 유튜브에 올라온 다양한 목사들의 방언 영상을 참고하고, 교회 다니는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신학과 출신인 우현(55)은 ‘방언은 남들도 모르는 언어가 나온다’며 ‘입에서 나오는대로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천호진 선배도 ‘욕만 안 나오면 된다’고 했는데, 방언 연습을 하다 보니 욕이 나오더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구글 번역기 돌려서 독일어를 거꾸로 말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일정한 패턴을 갖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했다. 내가 목사로서 애타게 원하는 것 등을 생각하며 즉흥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호진(59)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매 장면을 만들어갈 때마다 “길을 밝혀줬다”며 “작품 전체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연기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선배들이 쉽게쉽게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이미 대본을 다 외우고 오고 현장성을 중요시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 기둥 역할을 하며 중심을 잡아줬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김영민 "선악 공존하는 내 얼굴? 최 장로보다 나쁜놈?"

김영민은 ‘대기만성형 배우’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2001년 영화 ‘수취인 불명’(감독 김기덕) 출연 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2013), ‘마돈나’(감독 신수원·2015),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2015)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숨바꼭질’에 이어 ‘구해줘2’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주목 받고 있다.

“전성기였으면 좋겠는데, 아직 나는 배가 고프다. 확실히 ‘나의 아저씨’, ‘숨바꼭질’을 연이어 하면서 알아보는 분들이 늘었다. 응원해주는 분들이 생겨서 더 분발해야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배우는 배우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우쭐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 일 열심히 하겠다. ‘구해줘2’가 잘 끝나서 다음 작품을 잘 이어 받고 싶다. 성목사는 여러가지 인간의 모습이 들어 있어서 다중적이었는데, 또 악역이 들어오면 다른 악함을 보여주려고 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고? 선한 역이 들어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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