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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엄태구 "구해줘, 찍을 분량 남은 꿈 꿨다···아직도 여운"

등록 2019.07.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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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구해줘2' 열연

엄태구

엄태구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영화배우 엄태구(36)는 자신의 목소리를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는다. OCN 드라마 '구해줘2'에 캐스팅됐을 때, 전달력을 고민했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가 드라마의 분위기와 맞아 떨어졌고,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목소리는 아직도 숙제"라면서 "연기할 때 전달력에 최대한 신경쓰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영화는 후시녹음이 있지만,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생방송처럼 긴박하게 촬영한다. 웅얼웅얼 말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서 "지금도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7·8회 때는 소리 지르는 신이 많았다면서 "목이 쉰 것 같았는데, 듣는 분들은 다 똑같다고 하더라. 목이 쉬어도 지금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구해줘2'는 보통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어떻게 빠져드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엄태구가 연기한 '김민철'은 고교 시절 촉망받는 유도선수였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질 탓에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미친 꼴통'이라고 불렸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인물이다. 출소 직후 고향 월추리가 수몰 지역으로 선정돼 보상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온 후 외지인인 교회 장로 '최경석'(천호진)과 목사 '성철우'(김영민)를 의심한다. 모두가 진짜라고 믿지만, 홀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데도, 민철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고군분투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모두가 의지하는 헛된 믿음이 '가짜'라고 외쳐도 아무도 믿어주는 이는 없었다.

"민철에게 마을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가족이다. 다들 친척 같고, 소중한 사람들이기에 잘못된 믿음에 빠지고 사기 당하는 것을 막고 싶지 않았을까. 실제로 이런 일들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민철이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닮고 싶다. 드라마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부담감은 있었지만, '맡은 부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수가 조금 많아진 것 뿐이지, 특별히 다른 것은 못 느꼈다. 영화와 현장 환경은 비슷하지만, 대본이 끝까지 안 나온 상태에서 방송을 보며 작업하는 자체가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머리 빡빡 밀고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저절로 민철 같은 모습이 나왔다."
[인터뷰]엄태구 "구해줘, 찍을 분량 남은 꿈 꿨다···아직도 여운"

엄태구는 악의 축인 최 장로와 성 목사 역의 천호진(59), 김영민(48)과 대립했다. 대선배 천호진과 '어떻게 구도를 형성해야 하나?', '감당할 수 있을까?' 등 고민이 적지 않았다. "처음 붙는 장면을 찍을 때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선생님이 편하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 김민철처럼 좀 더 저지를 수 있었다"면서 "아우라와 에너지가 느껴져서 함께 연기할 때 선배님 밖에 안 보였다. 선배님이 주는 것을 받아서 바로 하면 됐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모니터링을 하면 그 순간 살아있는 느낌이 들더라. 선배님 덕분에 같이 따라 올라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시청자들이 최 장로는 '노력하는 사기꾼'이라고 한 댓글에 공감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다음부터는 최 장로의 모든 모습이 노력하는 사기꾼으로 보였다"면서 "실제로 이런 사기꾼이 나타난다면, 안 속을 자신이 있는데 당해봐야 알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지막 16회에서 최 장로와 성 목사가 웃으며 서로 '미친놈'이라고 하는 신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미친 사람처럼 보여서 인상 깊었다"는 것이다. "영민 형과는 서로 치고 받는 장면이 많았는데, 끝나면 '서로 괜찮냐'고 안아주곤 했다. 스태프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며 "마지막에 형이 기도할 때 '들켰네' 하며 갑자기 눈빛이 바뀔 때 내가 뒤에서 때리지 않았느냐. 그 신에서는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누가 뭐래도 가장 나쁜 놈은 성 목사라고 주장했다. 성 목사에게 '사기꾼보다 더한 놈'이라고 하는 대사가 있다면서 "진심이었다. 최 장로는 본인이 사기 치고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않았느냐. 성 목사는 끝까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성 목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반성했지만, 사과는 상처 받은 사람한테 가서 해야 한다"며 화를 냈다.
[인터뷰]엄태구 "구해줘, 찍을 분량 남은 꿈 꿨다···아직도 여운"

독실한 크리스천인 엄태구는 '구해줘2' 출연 제의을 받고 '불편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막상 연기해보니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며 "최 장로가 '신이 어디있어?'라고 하면서 죽었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봤다"고 한다. 원작인 연상호(41)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를 재미있게 본 영향도 크다. 4개월 동안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 캐릭터에 몰두하면서 방송을 보고 현장으로 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저께도 '찍을 게 남았다'는 꿈을 꿨다"며 "여운이 가장 오래 남는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엄태구가 생각하는 '구해줘2'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구해줘2'를 보고 한 명이라도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한 것 아닐까 싶다. "처음 받는 질문"이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람과 겸손이 아닐까. 너무 거창한 것일 수도 있고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과 겸손이 떠올랐다. '구해줘2' 자체가 사이비인지, 종교인데 사기꾼이라서 사람들이 넘어간 것인지, 그것 자체가 사이비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정의를 내리기 조심스럽지만 '진짜 믿음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구해줘2'를 보고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 나오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해줘2'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 장로와 성 목사의 캐릭터가 워낙 강해 민철은 후반부로 갈수록 주변인물로 밀려나곤 했다. "약간 답답하긴 했다"면서도 "민철의 행동으로 해결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되면 드라마가 진행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민철이 잘못 행동하면 다시 구치소로 갈 수 있어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에필로그의 안타까우면서 짠함이 현실적이어서 좋았다. 에필로그를 위해 달려왔구나 싶더라"고 했다.
[인터뷰]엄태구 "구해줘, 찍을 분량 남은 꿈 꿨다···아직도 여운"

엄태구는 2007년 영화 '기담'(감독 정식·정범식)으로 데뷔했다. 오랜 단역 생활을 거쳐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2013), '잉투기'(감독 엄태화·2013), '인간중독'(감독 김대우·2014),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2015), '소수의견'(감독 김성제·2015), '밀정'(감독 김지운·2016),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2016), '안시성'(감독 김광식·2018) 등을 통해 주목 받았다. 영화감독인 형 엄태화(38)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별 말이 오고가지 않아도 힘이 된다. 형 덕분에 지금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스스로는 내성적이라고 하지만, 따뜻하고 자기 소신이 뚜렷하다. 물론 자신을 칭찬할 때는 쑥스러워했지만, 반전의 유머감각도 지니고 있다. 술은 몸에서 안 받는다며 "주량은 맥주 한 잔 정도다. 술은 맛이 없어서 안 마시고, 바닐라라테를 좋아한다"며 웃었다. 사실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할 정도로 심하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면서 "연기하는데 장애물이 돼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깨가면서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 인터뷰가 불편하지는 않다. (기자가) 키보드 치는 소리가 딱 끊겼을 때 무섭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뎀프시롤'(감독 정혁기)에서는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의 실수로 무기력한 현재를 살아가던 프로복서 출신 '병구'(엄태구)가 펀치드렁크 진단을 받은 뒤 '판소리 복싱'이라는 엉뚱한 자신 만의 권투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그룹 '걸스데이' 출신 이혜리(25)와 로맨스도 곁들여진다. '잉투기' 속 엄태구의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반길 듯 싶다.

"'구해줘2'와 같은 장르물을 하면 자연적으로 몸이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게 있다. '뎀프시롤'이 가벼운 로코같은 면이 있는데, 진한 멜로도 해보고 싶다. 우선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을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가장 좋다. 부끄러워서 스스로 '연기 잘한다'는 말은 못하지 않느냐고?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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